당뇨병, 더 이상 환자와 그 가족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2022 당뇨병 팩트시트에 의하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약 4명이(44.3%)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합니다. 인구수로 따지면 1497만 명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당뇨병 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때입니다. 대한당뇨병학회 산하 한국당뇨병예방연구사업단 실무책임자인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전숙 교수를 만났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당뇨병 예방, 가능할까요?
- 전숙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사진=경희의료원 제공
-한국당뇨병예방연구사업단은 어떤 기관인가요?
“한국당뇨병예방연구사업단은 대한당뇨병학회 산하 연구 기관으로, 국내 당뇨병 예방과 관련한 연구를 지원하고 진행합니다. 현재 저희 사업단에서 주도하는 대표적인 연구는 ‘한국인당뇨병예방연구사업(Korean Diabetes Prevention Study, KDPS)’인데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주관하고 있는 국책 연구 사업으로, 우리나라 국민에게 효과적인 당뇨병 예방법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증명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당뇨병 예방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목적입니다. 우리나라 5000만 인구 중 당뇨병 전단계가 1500만 명에 달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에 의하면, 당뇨병 전 단계 10명 중 한두 명은 매년 결국 당뇨병으로 진행됩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 뒤면 당뇨병 전 단계 인구 중 최소 절반 이상이 당뇨병 환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당뇨병 전 단계 인구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국민들의 효과적인 당뇨병 예방을 위한 국책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주관으로 ‘한국인당뇨병예방연구사업’이 시작됐고 현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으로 주관부처가 바뀌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인 맞춤 당뇨병 예방법, 어느 정도 개발됐나요?
“이미 미국, 중국, 핀란드 등에서는 관련 연구가 진행돼 각자 자기 나라의 상황에 맞는 당뇨병 예방법을 개발했습니다. 국가마다 인종적 특성, 식생활, 신체활동, 의료 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한국인 특성에 맞는 당뇨병 예방법을 개발하려는 겁니다. 예방법 개발을 위해 당뇨병을 진단받은 적이 없고, 체질량지수(BMI)가 23 이상으로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이며, 당뇨병 전 단계인 연구 대상을 모집했습니다. 참여자들을 ▲집중 생활습관 중재군 ▲약물(메트포르민) 중재군 ▲표준 관리 중재군(대조군)으로 나눠 각각의 당뇨병 예방 효과를 연구 중입니다. 연구가 완료되면 우리나라 사람에게 적합한 효과적인 당뇨병 예방법이 마련될 전망입니다. 올해 가을에,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ICDM)에서 연구 내용 관련 중간 결과를 보고할 예정입니다.”
-국내 발병 당뇨병의 특징이 있다는 말씀이신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많다는 게 하나의 큰 특징입니다. 미국 당뇨병 환자들은 평균 체질량지수가 30~35, 프랑스는 27~28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조금씩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평균 체질량지수가 아직까지는 25~26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수가 서양인보다 적고, 인슐린 분비 기능 저하도 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신체 활동량이 줄고 고열량에 달고 짜고 기름지며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인구가 늘면서, 국내 당뇨병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베타세포 양이 적은데, 상대적으로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다 보니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가 따라가기에 버거운 겁니다. 여기에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은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에 더 많은 부담을 줍니다. 당뇨병 예방법의 개발은 주로 비만 및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저희 연구에서도 우리나라 사람의 특성과 식사, 생활, 보건의료 환경 등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예방법을 개발하는 중입니다.”.
-암처럼 당뇨병도 고위험군이 있나요?
“현재 당뇨병의 진단기준은 당뇨병 합병증이 발생하는 혈당 수준을 기반으로 정해졌습니다.
다음은 당뇨병 진단 기준입니다.
혈당은 딱 떨어지는 숫자가 아니라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에 당뇨병 진단 기준에 가깝거나 수개월에서 수년 내로 당뇨병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혈당 및 당화혈색소를 기준으로 당뇨병과 정상 혈당의 사이에 있는 경우를 ‘당뇨병 전 단계’라고 합니다. 이들은 당뇨병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고위험군으로, 다른 기준의 검사에서는 당뇨병으로 진단되기도 합니다. 혈당 외에 당뇨병 발생의 고위험군은 다양한 당뇨병 발생의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를 말하며, 과체중과 비만, 복부비만, 직계가족의 당뇨병 병력 등 다양한 요인들이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고위험군은 어떻게 당뇨병을 막을 수 있나요?
“누구나 공통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균형 잡힌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잠은 7~8시간 충분히 자는 등의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입니다. 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순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만하거나 과체중인 경우에는 체중 감량이 가장 우선시됩니다. 일부에서는 당뇨병 예방을 위한 약물을 사용하는 게 효과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다양한 분석을 통해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 예방법을 도출해낼 예정입니다.”
-조기 발견도 물론 중요하겠죠?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선별검사가 필수적입니다. 2023년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에서는 선별검사 연령을 40세에서 35세로 낮춰 시행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국내 빅데이터 분석 결과, 35세 이상부터 그 이하 연령보다 당뇨병 진단율이 증가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지침을 개정했습니다. 한편, 나이 외에 당뇨병 위험요인이 있는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19세 이상의 성인이 됐을 때부터 당뇨병 선별검사를 받길 권고합니다. 다른 위험요인이 있으면 나이가 어려도 당뇨병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선별검사가 필요합니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선별검사로 ▲공복혈장포도당 ▲당화혈색소 ▲경구포도당내성 검사를 명시합니다. 최선의 방법은 모든 선별검사를 전부 하는 것이지만, 시간 및 비용 등의 문제가 있어 가장 비용 효과적인 검사를 선택해야 합니다. 현재 국가검진에서는 공복혈당 검사만 진행하는데요. 공복혈당은 당일 컨디션, 전날 섭취한 음식, 운동량 등에 따라 쉽게 달라지며 검사 당일의 혈당 수치만 파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복혈당이 정상이라도 다른 기준으로는 당뇨병 전 단계 혹은 이미 당뇨병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당화혈색소를 추가해 검진하는 것이 당뇨병 조기 진단과 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당화혈색소는 공복혈당보다 변동 폭이 적고 지난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치를 나타내므로 그 사람의 혈당 수준을 가늠하는 데 용이합니다. 공복혈당이 당뇨병 전단계이거나, 정상이라도 당뇨병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당화혈색소나 경구포도당내성검사 등 적극적 선별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게 돼 종국에는 합병증을 예방하고 국가적 손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가 많아진 탓일까요. 시중에 혈당 관리에 좋다는 식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효과는?.
“대부분 당뇨병 예방 효과를 증명할 만한 근거가 없습니다. 물론 소규모 임상연구나 동물실험을 통해 효과를 증명한 식품도 몇몇 있을 테지만, 그 효과를 보기 위해 섭취해야 하는 적정량이 얼마인지, 이걸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까지 연구된 식품은 없습니다. 제가 진료하는 당뇨병 환자들 중 갑자기 신장 기능이 안 좋아지거나 피부 합병증이 오거나 단백뇨가 심해진 이들을 보면, 검증되지 않은 식품을 무분별하게 섭취한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먹어도 괜찮은 식품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주치의와 꼭 함께 하시길 권합니다. 당뇨병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잘 영위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보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떠도는 정보는 거르고, 대한당뇨병학회 공식 유튜브 채널인 ‘당뇨병의 정석’을 시청하시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직접 전달하는 정보를 우선적으로 확인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혈당 관리가 어렵다는 분들을 위한 한 마디..
“단순히 당뇨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음식 먹고, 적절히 운동하고, 과음하지 않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은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장 당연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당뇨병 때문에 억지로 생활 습관을 바꾸면서 힘들고 제한된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지금 건강하고 멋진 삶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겁니다!”
전숙 교수가 말한 한국인 당뇨병 예방법 중간보고가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보고되는 대로 밀당365가 여러분께 그 소식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