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신장… 현미·백미 선택도 신중히”
[밀당 인터뷰④] 유태현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당뇨병 환자의 신장이 잘 망가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신장은 미세혈관으로 이뤄져 있고, 심장에서 내보낸 혈액의 20%가 흘러들어올 정도로 혈류량이 많습니다. 소변의 노폐물도 걸러냅니다. 혈액과 소변에 포도당이 많을 경우, 신장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당뇨병성 신증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유태현 교수와 만나 나눈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유태현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유태현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당뇨병성 신증은 어떤 병인가요?

“지속적인 고혈당 상태가 원인으로 작용해 신장 기능이 약 60% 아래로 떨어지는 질병으로,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 중 하나입니다. 합병증은 크게 대혈관 합병증과 미세혈관 합병증으로 분류되는데, 그 중에서도 미세혈관 합병증에 속합니다.

당뇨병 환자는 필연적으로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합병증입니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30~40%가 당뇨병성 신증을 앓습니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수록 혈당과 관련된 2차 대사산물 때문에 신장이 더 잘 손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뇨와 함께 고혈압, 비만, 이상지질혈증 같은 동반질환이 있으면 당뇨병성 신증 위험은 더 커집니다. 종국에는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증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다른 합병증과 마찬가지로 혈당 관리가 중요해 보입니다.

“철저한 혈당 관리가 당뇨병성 신증의 예방이자 치료법입니다. 먹는 것 조심하고 운동 꾸준히 하고 적절한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같은 당뇨 환자여도 신장 기능이 얼마나 남았느냐에 따라 식이요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흔히 당뇨 환자는 백미밥 대신 현미밥을 먹는 게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장 기능이 많이 저하된(신부전 4~5기) 당뇨 환자라면 현미밥 대신 백미밥을 먹는 게 맞습니다. 잡곡 속에 든 인, 칼륨 등이 기능이 떨어진 신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뇨병성 신증 환자는 꾸준히 자신의 신장 기능을 파악하고 의료진과 관리 전략을 잘 세워야 합니다. 약도 함부로 먹으면 안 됩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당뇨병성 신증 환자의 신장을 더 망가뜨립니다. 약국에서 진통제 하나를 사더라도 약사에게 자신의 지병을 반드시 고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시 사용하는 조영제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렇듯 주의해야 할 게 많다보니 환자들이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병이기도 합니다.”


예후는 어떤가요?

“안타깝게도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말기신부전증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높고, 사망이나 심장혈관 합병증의 위험을 올립니다. 국내 만성신장병 코호트 자료에 따르면, 사구체신염 등 다른 신장질환에 비해 당뇨병성 신증의 사망 위험이 2~5배로 큽니다. 심혈관질환은 1.5~4배로 많이 생깁니다. 투석해야 하거나 신장 기능이 진단 시점보다 두 배 이상으로 나빠지는 비율은 1.5~3배로 높습니다. 대한신장학회에서 말기신부전증으로 처음 투석하는 사람들을 조사했는데, 그 중 원인질환이 당뇨병성 신증인 경우가 50%를 차지했습니다.”


진행을 막을 방법이 없나요?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기본입니다. 여기에, 매년 신장 기능 검사를 받기를 권합니다. 당뇨병성 신증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거품뇨, 빈뇨, 야간뇨, 부종, 피로, 오심, 구토, 호흡곤란 등이 나타납니다. 이때는 이미 신장 기능이 많이 망가져서 치료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 검진이 중요합니다.

신장 기능은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두 가지 검사를 통해 평가합니다. 소변으로는 알부민뇨를 측정하고, 혈액으로는 크레아티닌(사구체여과율) 수치를 확인합니다. 일반적으로 신장 기능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투석이나 이식을 준비하라고 합니다. 건강한 성인은 1년에 1~2%씩 신장 기능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미세 알부민뇨가 있는 사람은 그 속도가 2~5%로 빨라지고, 현성 단백뇨가 진행되면 1년에 5~10%씩 신장 기능이 저하됩니다. 현재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조치를 바로 취하려면 검진이 필수입니다. 당뇨병성 신증이 이미 진행됐다 하더라도 미세 알부민뇨 단계에서는 고혈압약(레닌 안지오텐신 시스템 차단제)을 써서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 외 치료법은 없나요?

“레닌 안지오텐신 시스템 차단제가 효과가 있는 건 맞지만, 당뇨병성 신증 진행을 100% 막지는 못합니다. 그동안 성공적으로 밝혀진 약제가 없었는데, 최근 몇 년 전부터 각광받는 게 SGLT2 억제제입니다. 소변을 통한 당 배출을 증가시키고 소변량을 늘려 부가적으로 혈압을 줄여서 신장 손상을 지연시킵니다. 의학계의 기대가 큰 약제 중 하나입니다. 이외에도 세포 지질(콜레스테롤 등) 축적을 억제하는 약이나, 산화스트레스를 줄이는 약제 등이 임상 진행 중입니다. 임상 결과에 따라 당뇨병성 신증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약이 나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환자들이 ‘이것만은 꼭’ 기억해야 할 게 있을까요?

“당뇨병성 신증은 ‘이것 하나만 지키자’보다는 ‘종합적, 지속적 관리’가 중요한 질환입니다. 당뇨병이 있으면 신장 기능은 필연적으로 떨어집니다.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음식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꼭 기억해야 할 건 ‘신장에 좋은 음식은 없다’는 것입니다. 특정 영양소를 많이 섭취하면 신장에 부담이 가게 돼 있습니다. 좋은 음식을 찾기보다 안 좋은 음식을 멀리 하고, 평상시 골고루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신장을 보는 의사 입장에서 당뇨에 의해 합병증이 생겨 병원을 찾는 환자가 아주 많기 때문에 100% 희망적인 얘기만 할 수는 없어서 늘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한 번에 좋아지는 약이 없고 늘 신경써야 하는 질환이 바로 당뇨입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자기 관리를 꾸준히 잘 하면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한 병이기도 합니다. 주치의와 혈당·혈압 목표를 잘 설정해서 매일매일 꾸준히 관리하길 바랍니다.

당뇨병이나 당뇨병성 신증이 난치성이다 보니, 마음까지 약해져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밀당365처럼 믿을 수 있는 매체를 통해 표준화된 치료를 잘 숙지하고 따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