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희생의 우리 '술' 문화, 피할 수 없다면?

정진규 교수의 평생건강관리 클리닉

충남대학교병원 /정진규 교수

이제 한 해를 정리해야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41세의 정모과장은 1주일에 1회 꼴로 과원들과 저녁회식을 한다. 술을 좋아하는 일부 과원들은 맥주에 소주를 섞어 만든 술잔을 돌리고 돌아가며 정 과장에게 와서 마음을 담은 소주 한잔씩 주고받은 후 자기자리로 돌아간다. 과원들에게 한잔씩 받은 술만 해도 벌써 2홉들이 소주 2병을 넘기고 있다. 그러나 정 과장은 그다지 술을 잘하는 편은 아니어서 보통 소주 한 병 정도까지는 무리가 없으나 회식자리에서는 마음이 약해, 매번 자신의 주량을 훨씬 넘기고 만다. 특히 요즈음과 같은 연말이면 각종 모임이 이틀이 멀다 하고 잡히고 술자리가 이어져 힘들어 하고 있다.

적당한 술은 약, 과음은 독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적당히 마신 술은 마음을 즐겁게 하고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며, 건강도 득을 주는 등 효용성도 있다. 하지만 술을 사랑하며 정을 나누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민족성 때문인지, 아니면 ‘사랑하는 선배님 또는 상사가 주시는데...’ 하는 이타주의적 자기희생(^^)의 문화 때문인지 아직까지 필자도 술자리에서 과음은 피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피할 수 없는 술자리,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

섞어 마시지 말자
- 흡수가 잘되는 도수를 가진 술은 폭탄주, 맥주의 탄산이 흡수를 배가시키고, 더 많은 종류의 화학 첨가물 함유
술자리에서 우리나라의 이벤트성 음주문화를 잘 나타는 것이 바로 폭탄주! 맥주에 양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는 특히 몸에 안 좋다. 폭탄주는 즐기는 술자리가 아닌 당하는 술자리로 만들어버리고, 취기를 빨리, 강도 높게 느끼게 하며, 숙취도 금방 해소되지 않으며, 술을 마시는 중에도, 술을 마시고 나서도 무척이나 사람을 괴롭게 만든다.

1. 알코올 흡수를 높이는 폭탄주
일반적으로 폭탄주의 알코올 농도는 대체로 15% 내외 정도가 되는데, 체내에서 알코올이 가장 잘 흡수되는 알코올 농도가 15-20%이다. 농도가 높을수록 체내에서 흡수가 잘될 것 같지만, 실제로 40도 안팎인 독한 양주를 마시게 되면 인체는 이에 대항하는 자정작용의 일환으로 위벽을 보호하는 위 점막이 수축되면서 오히려 알코올 흡수가 줄어들게 된다.

2. 맥주의 탄산은 알코올 흡수를 배가시킨다. 
탄산은 알코올 흡수를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다. 가스로 인해 알코올이 위에서 소장으로 배출되는 시간을 빠르게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알코올은 위보다 소장에서 빠르게 흡수되는데 인체 흡수율이 가장 알맞은 알코올 농도에, 알코올의 흡수율을 촉진시키는 탄산까지 가미되면 인체가 알코올을 빨아들이는 속도가 매우 높아진다.

3. 다른 종류의 술에 들어있는 화학적 첨가물이 숙취의 원인이 되기도
소주 맥주 양주 등 각종 술이 고유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에탄올 외에 무수히 많은 화학적 첨가물이 들어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단일 주종을 마시는 것보다 여러 종류의 술을 마셨을 때 숙취가 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며, 특정한 술을 마시면 더 숙취가 있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술에 들어 있는 첨가물의 차이 때문이다. 섞어 마신다면 보다 다양한 몸에 좋지 않은 첨가물이 더 많이 체내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4. 주량에 대한 감각 상실
빨리 취하게 만드는 폭탄주는 결국 판단력을 떨어뜨리고 ‘오늘 한번 달려보자’는 식으로 자제력 상실을 가져오게 하고 술의 양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면서 과음으로 이어지기 쉽다.

속을 채운 뒤 마시자
음식은 술의 흡수를 지연시킨다. 특히 과일 안주의 과당에는 알코올해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효소인 NAD+가 많이 들어 있어 해독에 도움이 된다. 음식도 함부로 먹기 어려운 눈치 보이는 자리라면 미리 약간 배를 채운 뒤 술자리에 참석하는 것도 좋다.

급하게 마시지 않는 것은 금물, 독주의 가장 좋은 안주는? 물, 덜 취하기 위해 안주를 많이 먹는 것은 비만 조장
급격하게 마시는 술에 당해낼 재간은 없다. 단기간의 폭음은 혈중 농도와 뇌 세포로 가는 알코올의 양을 증가시켜 쉽게 취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자리라면 물을 가급적 많이 먹도록 하는 것도 현명하다. 흔히들 덜 취하게 하기 위해 안주를 많이 먹는 경우가 있는데 안주를 많이 섭취해 위에 음식물이 많아지면 위 배출 속도가 느려져 취기를 늦추거나 약하게 할 수는 있으나 아무리 안주를 많이 먹는다고 해도 술 섭취량이 많으면 이런 효과는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비만을 더 조장할 따름이다. 주변에서 안주만 집어 먹는다고 이른바 ‘안주발’만 세운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있어도 물 많이 마시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가급적 대화를 많이 하여 호흡을 통한 알코올의 배출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우리가 술자리를 가지는 이유가 단지 술을 먹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어울려 마음의 정을 담은 술잔을 서로 주고받고 우정과 대화를 나누는 풍경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우리의 좋은 음주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주량을 배려해주고 건강을 염려해주는 ‘배려하는 음주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 또한 이미 많은 직장인들이 술자리 회식 대신에 단체로 영화를 감상한다든지, 볼링 등 스포츠 경기를 한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느 직장에서는 회식을 단체 봉사 활동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집단의 단결력을 창출하는 방법은 음주이외에도 현명한 방법들이 아주 많다.


/기고자 : 충남대학교병원 정진규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진규 교수의 평생건강관리 클리닉

독자들과 함께 하는 정진규 교수의 평생건강관리 클리닉!
현대인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각종 성인병과 아울러 스트레스 대해 의학적으로 풀어봅니다.

1998년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04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2007년 의학박사
현재 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장/부교수
세계 가정의학회 회원
TJB 객원의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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