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큐와 심장이식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서울대병원 흉부외과/김원곤 교수

영화 ‘존 큐, John Q’는 닉 카사베츠 감독의 2002년도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카사베츠 감독의 세 번째 영화로 미국 의료보험제도의 문제점을 심장이식 수술이라는 과정을 통해 파헤치는 내용이다. 흥행 성적이나 평에서 큰 반응을 얻지는 못하였다.

미국의 평범한 시민 존 퀸시 아치볼드(던젤 위싱톤 분) 즉 존 큐는 실직 상태로 겨우 임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 데니스(킴벌리 엘리스 분)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 귀여운 아들 마이크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어느 날 아들 마이크는 존 큐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야구 시합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간다. 정밀검사 결과 병원의 심장외과 전문의 레이몬드 터너(제임스우즈 분)로부터 말기심장병으로 당장 심장 이식수술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데 문제는 엄청난 수술비용이었다. 믿고 있던 의료보험은 존이 정규직을 잃으면서 약관 변경 사유가 생겨 심장이식 같은 고비용 수술은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병원의 원무과장은 의료보험의 보장이 없이는 마이크를 심장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려 수술이  진행되는 것이 불가능함을 통보한다. 

그때부터 존 큐 부부는 아들의 수술비용을 구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온갖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수술비용을 충당하기에 충분한 돈을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침내 존 큐의 아내 데니스는 병원으로부터 돈이 마련되지 않으면 아이를 당장 퇴원시켜야 된다는 통고를 받는다. 데니스는 전화로 존 큐에게 절박한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당장 무슨 방법이라도 강구하라고 호소 반, 역정 반의 어조로 말한다.

결국 존 큐가 결심한 것은 병원에서 총으로 인질극을 벌여 협상 대상으로 자기 아들을 수술 대상으로 등록시키는 것이었다.

이후 존 큐가 닥터 터너를 총으로 위협하는 것을 시작으로, 응급실을 무대로 관련 의료진과 환자들을 인질로 잡으면서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경찰은 즉각 응급실 부위를 폐쇄시키는 동시에 인질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경찰의 현장책임자인 고령의 프랭크 그라임(로버트 듀발 분)은 오랜 경험을 통한 노련함과 인간미로 존과 대화를 계속해 나가나 여러 가지 변수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는다.

한편 인질 사태에 대한 방송국간의 취재 경쟁이 벌어지면서 인질 현장인 응급실 상황이 TV 방송을 통해 외부로 그대로 노출되는 일이 생긴다. 이 때문에 존 큐와 아들간의 인간적인 대화가 전파를 타게 되면서, 존 큐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게 된 인근 주민들의 성원이 이어진다.

그런 와중에서 존 큐는 병상에 있는 아들 마이크를 간신히 그가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응급실까지 데려 오게 한다. 그러나 그는 그의 아들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 수단으로 존 큐는 심장이식을 위한 공여심장 확보를 위해 자신이 자살하여 심장제공자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닥터 터너는 처음에는 의료 윤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강력히 거부하나 결국 어쩔 수없이 존이 자살을 한 후에 그 심장을 이용하여 아들 마이크의 심장이식수술을 해 줄 것에 동의한다.

드디어 존 큐가 권총 자살을 시도하려는 순간 병원으로 마이크의 심장이식에 모든 조건이 맞는 공여심장이 확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는 바로 영화의 첫 장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는 한 젊은 여자의 심장이었다. 수술비용 역시 병원에서 해결하기로 결정되었다. 모든 상황은 일시에 해결되고 마침내 닥터 터너의 집도로 진행된 수술은 성공적으로 시행되었다.

한편 존 큐는 그가 저질은 응급실 난동 사건 때문에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 결과 배심원의 평결로 살인미수, 무장 강도 혐의에서는 무죄로 되었으나 납치에서는 유죄로 판결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존에 대한 형량으로 3~4년의 징역이 거론되고 존의 변호사의 입을 통해 2년까지 줄여 보겠다는 소리가 들리면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기며 끝난다.

 

이 영화는 미국 의료보험 제도의 문제점을 심장이식수술이라는 대상을 통해 고발하는 내용이다. 의료보험 문제는 이 논의의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이 영화만 보더라도 환자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여러 가지 면에서 얼마나 유리한 제도인가를 느낄 수 있다.

영화에서 존의 아들 마이크는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생긴 심근병 때문에 말기 심부전 상태가 되어 심장이식수술을 받아야 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닥터 터너가 마이크의 상태를 존 큐 부부에게 설명하면서 마이크의 병은 중격결손(中隔缺損, septal defects)으로 이로 인해 심근병증이 생긴 것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중격결손이라는 선천성심장병은 심장 내에서  좌심과 우심을 경계 짓는 중간 벽 즉 중격에 구멍(결손)이 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에는 좌, 우 심방 사이에 구멍이 생기는 심방중격결손과 좌, 우 심실 사이에 구멍이 생기는 심실중결손의 두 종류가 있다. 두 종류 모두 가장 흔한 선천병 심장병에 속한다. 

그런데 중격결손은 그 자체로는 심장이식수술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심방중격결손은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 않은 과정을 거친다. 큰 심실중격결손의 경우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아이젠멘거 증후군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굳이 이식수술을 한다고 하더라도 심장과 폐를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의 대상이지 영화에서처럼 심장이식의 대상은 되지 못한다. 다만 다른 복잡 심장기형에 중격결손이 합병된 경우라면 가능할 수도 있는데 영화에서의 이야기는 줄거리의 전개 편의상 너무 복잡한 의학적 이야기를 피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이해된다.

영화 <존 큐>에서는 주제의 전개상 의료보험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실제 마이크의 심장이식수술에 관한 장면은 영화 종반부에서 짧게 비친다.
그런데 별로 길지 않은 이 수술 장면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허점들이 관찰되고 있다.
먼저 수술대 장면에서 환자의 머리와 수술의사들 사이에 아무런 차단막이 없이 환자의 머리가 집도의 옆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는 실제 수술 장면과는 매우 거리가 있는 장면으로 실제로는 차단막 때문에 마취과의사가 아닌 외과의사들은 차단막 위로 건너  보지 않으면 수술 중에 환자 얼굴을 볼 수가 없다.

그 다음 수술대 설정의 결정적인 오류 장면은 집도의가 훤히 노출된 환자의 팔 바로 위쪽에서 팔에 붙어 수술을 하고 있는 부분이다(사진 2 참조). 이 장면은 수술장에서의 소독 개념에 대해 조금의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잘못이다. 심지어 마취를 위해 환자의 입을 통해 기관에 삽관한 튜브가 외과의사의 수술 장갑에 거의 닿고 있는 모습도 관찰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오류 하나는 집도의의 위치가 환자의 오른쪽인데 어떤 화면에서는 환자의  왼쪽에 있는 장면이 보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묘사라기보다는 재미있게 생각되는 장면 하나를 지적하고 싶다. 영화에서 공여심장을 이식하고 난 직후 닥터 터너가 심장을 가볍게 한 번 톡 쳐서 심장 박동을 재개시키는 장면이 나온다(사진 4).

물론 심장수술 후에는 대부분 혈류가 재개되는 순간 박동이 시작되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실제로도 심장을 박동을  자극하기 위해 심장을 톡 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도 모니터 화면의 심전도 상에는 환자의 심장은 이미 정상 박동을 하고 있는 모순이 관찰된다.

새삼 영화에서 의학적 전문 영역에 관해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심장연구소장 역임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정맥류 클리닉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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