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웨이크’와 심장이식 그리고 마취 중 각성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서울대병원 흉부외과/김원곤 교수

영화 ‘어웨이크’는 조비 해롤드(Joby Harold) 감독의 2007년 작품으로 국내에는 2008년 3월에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심장이식 동안 ‘마취 중 각성(anesthesia awareness)' 이라는 비교적 흥미있는 주제를 다루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받지는 못하였다. 특히 많은 부분에서 의학적 오류가 있다는 비판이 컸다.   

클레이(헤이든 크리스텐슨 분)는 미국 뉴욕의 대부호다. 그는 비록 젊은 나이지만 부친이 불의의 사고(실제는 술주정을 부리다 어머니에 의해 실수로 집 난간에서 떨어져 죽음) 로 돌아가자 막대한 재산을 이어받게 된다. 

그런 클레이지만 그는 어머니의 비서인 가난한 샘(제시카 알바 분)과 몰래 동거를 하고 있다. 심한 심근병증(cardiomyopathy)을 앓고 있는 클레이는 심장을 이식을 받아야만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O(-)형의 공여심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그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러 건의 의료소송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심장외과의사인 친구 잭(테렌스 하워드 분)에게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다. 어머니는 자기와 각별한 관계에 있으면서 관련 참고서를 집필할 정도로 심장이식의 권위인 닥터 네이어(알리스 하워드 분)에게 수술받기를 강력히 희망하지만 소용이 없다.  

클레이는 가정환경의 차이에 관계없이 샘을 진정으로 사랑한다. 그들은 어느 날 몰래 결혼식을 올리고, 바로 그 날 저녁 클레이는 기다리던 공여심장이 나타났다는 반가운 연락을 받는다.  

마침내 클레이는 잭의 집도하에 심장 이식 수술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수술도중 이른바 ‘마취중 각성’ 이라는 끔직한 경험을 하게 된다. 즉 수술 도중 의식이 명료한 상태에서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그대로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수술장에서 잭과 의료진들의 대화를 통해 그에 대한 충격적인 음모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알고 보니 그의 수술에 관련된 모든 일이 사실은 잭과 샘이 공모하여 그의 생명과 돈을 노린 계획이었던 것이다. 이를 알아챈 클레이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지만 의식만 있을 뿐 몸을 움직일 수없는 그로서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이윽고 샘이 준비한 아드리아마이신(심장에 치명적인 주사약)을 잭이 클레이의 심장에 다량 주입하자 심장은 곧 박동을 멈추고 정지 상태(의학적으로는 심실세동 상태)에 들어간다. 뒤늦게 잭이 심장 박동 재개를 위해 응급소생술(제세동)을 시도하지만 효과가 있을 리가 없었다.

수술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클레이의 어머니는 가망이 없다는 의료진의 통고에 넋을 잃는다. 그러나 곧 현재 클레이의 생명은 인공심폐기(人工心肺器, Heart-Lung Machine)에 의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완전한 사망 상태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순간 그녀는 새로운 공여심장만 있으면 아직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곧 스스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죽음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 때 이미 연락을 받고 달려 온 닥터 네이어는 즉시 수술 준비를 하고 그녀의 심장을 적출한 뒤 클레이에게 재이식 수술을 시행한다. 

결국 잭과 샘의 음모는 수포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들의 음모를 사전에 눈치 채고 경찰에서 미리 파견해 둔 마취과의사의 연락으로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이 영화는 마취 중 각성을 주제로 한 영화이지만 수술 대상은 심장이식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흥미 있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데로 수술장을 중심으로 한 의학연출에 많은 허점들을 보이고 있다.  

우선 주인공 클레이의 경우 심장이식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는 말기 심장질환 환자로는 지나치게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심장이식 대상자의 경우 공여 심장이 나타나지 않으면 대개 3년 내에 사망한다는 국내의 통계를 보더라도 일반인과 거의 같은 외면적 건강 상태를 보이는 클레이의 모습은 아무래도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리고 수술장 장면에서는 수술 내내 심장수술에 반드시 필요한 기계장치인 인공심폐기를 다루는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든지, 그밖에 수술대의 모습, 모니터 숫자 등의 허점 등이 쉽게 눈에 띈다.  

이를테면 마취의사가 클레이를 마취한 후 환자 상태가 좋다고 이야기할 때 모니터를 보면 심장 박동수가 30, 혈압은 17/16으로 그야말로 거의 사망 상태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샘이 아드리아마이신 주사를 잭에 건네줄 때 마스크나 수술 모자를 쓰지 않고 자유롭게 수술장에 출입하는 장면도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장면이다. 

 

아드리아마이신(Adriamycin)은 독소루비신(Doxorubicin)의 상품명으로 항암치료제의 일종이다. 특징적인 붉은 색깔을 띄고 있다. 아드리아마이신의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이 용량이 과할 경우 심장 손상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아드리아마이신의 이런 부작용을 이용하여 수술 중 클레이의 심장을 치명적으로 망가뜨리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에서 클레이의 이식심장이 정지된 후 잭이 전기충격으로 이를 소생시키려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앞에 선 조수가 팔을 아래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수술을 잘 모르는 경우에나 할 수 있는 표현이다. 

 

수술장에서 외과의사들은 수술이 끝난 후가 아니면 어떤 경우에서도 감염 방지를 위해 손을 아래로 내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아들을 위해 방금 사망한 어머니의 심장을 그 현장에서 바로 적출하여 심장이식수술을 한다는 설정은 의료 현장에 대한 조금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황당한 설정인가를  곧 알 수 있는 오류라고 하겠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있는 부분 하나는 잭의 조수 외과의사가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CABG’ 를 받은 환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이다. 이 단어는 관상동맥우회이식술(Coronary Artery Bypass Grafting)의 약자로 임상에서는 ‘캐비지’라고 발음하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영어 자막을 담당한 사람이 이 캐비지라는 의학용어를 알지 못해 그만 ‘cabbage’라고 엉뚱한 자막이 나오게 한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를 한글 자막으로 만든 사람은 스스로도 혼란스러웠는지 이를 ‘의식불명’으로 번역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마취 중 각성에 대한 언급이 없을 수 없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해마다 21,000,000건의 전신마취 수술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약 30,000명이 마취 중 각성을 경험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는 미국의 통계로 매년 20,000,000 마취 중 20,000-40,000 명 즉 0.1%-0.2%에서 마취중 각성이 생긴다는 한 논문의 결과를 인용한 것으로 생각된다(Sebel PS: The incidence of awareness during anesthesia: A multicenter United States study. Anesth Analg 2004;99:833-9). 

이와 연관하여 마취 중 각성이 발생하는 경우 42%에서 수술 중 통증을 경험하며 70%에서는 정신 증상이 남는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마취 중 각성의 진정한 실체와 현황에 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심장연구소장 역임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정맥류 클리닉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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