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으로 심장수술 묘사한 영화 ‘시티오브엔젤’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서울대병원 흉부외과/김원곤 교수

영화 ‘시티오브엔젤(City of Angels)’은 브래드 실버링 감독의 1998년 작품으로 1987년 독일 베를린을 무대로 펼쳐지는 독일 영화의 리메이크작이다.

천사의 도시라는 뜻의 시티오브엔젤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무대가 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실제 별칭이기도 하다.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가 바로 천사들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영화에 의하면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을 하늘나라로 데려다 주는 천사들이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 그들은 비록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곁에 항상 함께 하고 있으면서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물론 천사들은 마음만 먹으면 사람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 수는 있지만 정작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천사 세스(니콜라스 케이지 분) 역시 동료 카시엘(안드레 브라우프)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담당하는 많은 천사들 중의 하나다.  세스는 평소 사람들의 일에 관심이 많았지만 인간의 감정과 느낌 등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한 병원에서 심장 전문 여자외과의사인 매기 라이스(멕 라이언 분)가 심장수술을 집도하던 도중 죽어 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매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결국 사망한다. 이 일 때문에 그녀는 비록 의학적으로는 잘못은 없었지만 도덕적 자책감 때문에 말할 수 없는 심리적 고통에 빠진다. 세스는 아름다운 그녀의 번민하는 모습을 보고 어느덧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세스는 매기를 보다 실질적으로 위로해 주기 위해 어느 날 병원 복도에서 야간 당직을 서고 있는 그녀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메기 역시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한 매력을 지닌 세스에게 호감을 가진다. 
세스는 그 후에도 사랑하는 매기 앞에 종종 나타나지만 자기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메기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해 줄 수는 없었다. 이 때문에 사는 곳은 어디며 직업이 무엇인지에서부터 심지어 성이 무엇인지 조차 가르쳐 주지 않는 세스에게 매기는 궁금증만 더해 간다. 그런데 당시 세스는 그녀의 직장 동료중의 하나인 같은 흉부외과 의사 조던과 동거 중에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기는 세스에게 점점 마음을 빼앗겨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가운데서 어느 날 세스는 매기의 환자 중에서 자신을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존재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는 바로 며칠 전에 매기에게서 심장판막 수술을 받은 환자였다. 그런데 그는 사실은 과거 세스와 같은 천사였던 나타니엘 메신저(데니스 프란츠 분)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감정을 느끼는 인간이 되고 싶어 천사의 신분을 버리고 스스로의 자유의지로 인간이 되었던 것이다. 나타니엘은 세스에게 천사도 진정한 자신의 자유의지로 원한다면 지상으로 떨어지는 의식을 통해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알려 준다.       

한편 매기는 한 파티에서 세스가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에서 그의 모습이 사진에 보이지 않은 것을 보고 놀란다, 그리고 그날 저녁 세스가 부엌칼에 손이 베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는 것을 보고 본격적으로 이상한 점을 느끼고 세스에게 자기 곁에서 사라지라고 고함을 친다. 그러나 그렇게 헤어지고도 그녀의 세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점점 커진다. 그리고 마침내 나타니엘을 통해서 세스의 진정한 정체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게 된다.  
그러던 중 조던이 매기에게 정식으로 청혼한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근처의 호수마을 타호로 같이 가서 휴식을 취하면서 결혼을 하자고 한다. 그러나 매기는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한다. 

세스는 마침내 매기에 대한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한 고층건물 옥상에서 떨어지는 의식을 통해 평범한 인간이 된다. 그에게는 천사로서의 영원한 삶에 대한 포기조차도 매기를 위해서라면 전혀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던 것이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조던과 함께 타호로 떠난 매기를 쫒아 간다. 조던과는 결국 결혼할 수 없었던 매기를 만난 그는 그의 마음 속 심정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들은 한 몸이 된다.

그러나 그 이튿날 행복에 겨운 매기가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나갔다가 트럭에 부딪혀 사망하고 만다. 뒤늦게 달려 간 세스의 품속에서 매기는 천사가 자기를 데리러 와 ‘지상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이었냐?’라고 물으면 바로 세스 당신이라고 대답하겠다고 말하면서 숨을 거둔다. 세스는 한때 동료였던 천사 카시엘을 만난다. 그리고 그에게 이런 마음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매기와 함께 있으면서 잠시 동안이라도 느꼈던 인간으로서의 감정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영화는 천사들이 모여 있는 아침 로스앤젤레스 해변에서 바다 속을 헤엄치며 인간으로서의 느낌을 만끽하는 세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최근 수년간 방영된 국내 의학드라마에서의 수술 장면들은 과거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실에 가깝게 상황들이 묘사되고 있다. 이는 실제 현장의 외과 의사들 자문을 받아 가며 보다 현실감 있는 화면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려는 관련 제작진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술이라는 전문 영역의 특성상 모든 장면들을 빈틈없이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영화 ‘시티오브엔젤’ 에서의 심장수술 장면은 그 묘사의 정확도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을 만하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그려지는 심장외과의사 매기 라이스의 심장수술 즉 개심술(開心術, open heart surgery) 장면은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잘 그려지고 있다.

우선 다른 영화의 심장수술 장면에서 흔히 간과되는 인공심폐기(人工心肺器, heart-lung machine)에 대한 묘사나 수술실의 전반적인 풍경들이 실제 상황에 크게 어긋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있다.
여기에다 심장수술시 환자의 체온을 낮추기 위해 심장 주위에 얼음을 넣은 것을 표현하기위해 집도의의 수술 장갑에 얼음이 묻어 있는 것을 보여 준다던지,

 봉합사를 묶을 때 실이 잘 미끄러지게 하기 위해 옆에서 물을 뿌려주는 장면 등은 실제 수술 상황과 일치하는 매우 세밀하면서 정확한 묘사다.

그 다음 일단 수술의 주요 과정이 끝나고 집도의 매기라이스가 수술장을 나간 뒤 조수들이 환자의 가슴을 닫고 있는 도중에 환자의 심장 상태가 나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해 벌어지는 일련의 시술 과정 역시 현장감 있게 매우 잘 표현되고 있다. 즉 다시 호출되어 들어 온 매기가 먼저 투약을 지시한 뒤 환자의 반응이 없자

 즉시 손을 닦고 다시 수술대에 서면서 심장수술에 필요한 인공심폐기를 재가동할 준비를 시키는 장면이라든지, 이어서 벌어지는 전기충격 즉 제세동(除細動, defibrillation) 장면, 

 직접 심장마사지 장면  등도 매우 사실감이 있다.

 

또 환자의 심정지로 모니터 얼람 장치의 경보음이 요란스럽게 계속 울리자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끄라고 소리치는 장면도 현장감이 있다.
 

여기서 매기가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시행하는 직접 심장마사지는 일반적인 응급소생술에서 보는 가슴 밖에서 손으로 누르는 외부 심장 마사지와 달리 심장을 손으로 직접 잡고 짜듯이 심장을 마사지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는 흉부외과의사가 아니고는 그 어떤 의사도 일생 동안 경험해 볼 수없는 대단한 응급소생술로 영화에서 그 정황이 잘 묘사되고 있다.
결국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사망하자 심한 자책감에 시달리는 매기의 모습 역시 이런 경우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흉부외과 의사의 모습이기도 하다.
심장수술의 실제 장면 분위기를 가감없이 비교적 정확하게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심장연구소장 역임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정맥류 클리닉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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