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후 화장실에서 밤샌 P씨의 사연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한솔병원/이동근 원장

 

회식 후 화장실에서 밤샌 P씨의 사연

얼마 전 고위 공직자인 P씨가 이른 아침부터 병원을 찾아왔다. 전날 횟집에서 열두 명이 회식을 했는데 다른 직원들은 멀쩡하고 자신만 배탈이 났다고 했다.

“회에다 소주 세 잔 정도로 가볍게 회식을 마치고 집에 갔는데 샤워 중에 배가 아파오더군요. 그 뒤로 화장실을 15번이나 갔습니다. 열이 38도가 넘고 오한에 복통까지 생겨서 한숨도 못 자고 밤을 꼬박 샜습니다. 설사라도 멈추게 하려고 지사제도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P씨는 심각한 탈수 상태였다. 먼저 생리식염수액부터 주사한 뒤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는 ‘급성장염’이었다. 장염은 소장과 대장 점막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급성장염과 만성장염으로 나뉘며 여름철에는 특히 급성장염이 많다. 급성장염의 주된 원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여름에는 무더위와 높은 습도 등으로 이러한 세균과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알맞은 환경이 되기 때문에 급성장염의 발병률 또한 높아진다.

급성장염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로는 비브리오균, 살모넬라균, 포도상구균, 보톨리늄, 바실로스, 병원성 대장균,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노어크바이러스 등이 있다. 원인균에 따라 증식 속도가 달라서 감염 후 발병까지의 시간도 달라진다. 포도상구균, 보톨리늄, 바실로스 등은 감염 후 1~6시간 이내, 살모넬라균, 이질균 등은 6~24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식중독균이 든 음식을 먹는다고 모두 장염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사람은 위산의 살균작용과 체내 면역기능이 세균의 증식을 막아 발병되지 않기도 한다. 반면 만성 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들은 쉽게 감염된다. P씨 역시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식중독균을 섭취함으로써 세균이 급격히 증식해 장염이 나타난 경우였다.

급성장염의 주된 증상은 복통과 설사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설사, 구토, 발열 등의 증상으로 시작되고 차츰 몸살, 오한이 나다가 심해지면 탈수나 쇼크 등의 전신 증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음식 섭취를 줄여 위장을 쉬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지사제를 복용하는 것은 삼가도록 한다. 지사제가 설사 뿐 아니라 장 속 세균이나 독소의 배출도 함께 막아 병이 낫는 것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이 심한 경우 하루 정도 음식물을 먹지 않고 끓인 물이나 이온음료 등의 수분을 조금씩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단, 수분섭취 후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 주사를 통한 수액 공급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급성장염을 예방하려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 조리된 음식은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하고 익히지 않은 날음식은 피하도록 한다. 냉장고를 너무 과신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상한 것 같은 의심이 들면 먹지 말아야 한다. 냉동된 육류를 해동할 때는 실온에 방치하는 것보다 하루 전쯤 냉장실로 옮겨 녹이는 방법이 좋다.

원인균이 주로 감염자의 손을 통해 전파되므로 올바른 손 씻기도 중요하다. 식사 전이나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한다. 씻을 때는 손가락 사이와 손톱 주변까지 꼼꼼히 닦고 씻은 후에는 반드시 물기를 제거해 주어야 미생물의 번식을 막을 수 있다. 장염에 걸린 사람은 병이 나을 때까지 악수를 삼가도록 한다.

한솔병원 / 이동근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쉬쉬하는 치질과 변비. 환자 사례로 알아본다.

- 현 한솔병원 원장
- 의학박사,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역임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미국 사우스베일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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