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제는 진시황이 찾던 불노초인가?

임호준기자의 헬스편집실

헬스조선/임호준 대표

직업의 특성상 저는 다국적 제약회사 등에서 수백억~수천억원씩 들여 개발한 최신 약품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들도 남들보다 앞서 ‘임상시험’해 봤고, 수년 전엔 발모제 프로페시아의 효과도 ‘톡톡히’ 봤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듯 저는 대머리하곤 거리가 먼데, 사십줄을 넘기면서부터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헤어 라인이 약간 올라가는 것 같아 ‘시험삼아’ 두 달 정도 복용했더니만 머리카락이 굵어지고 1cm 정도 헤어 라인이 내려와 주위 사람들로부터 “더 어려졌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얼마 전엔 바르는 남성 호르몬제 ‘테스토겔’도 우연한 기회에 얻게 돼 테스트를 해 봤습니다. 오늘은 이 남성 호르몬제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실 여성은 호르몬 분비가 중지되는 폐경이란 시기가 분명한데 반해 남성은 호르몬 분비가 아주 서서히 감소할 뿐 어느 순간 끊어지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남성에게 호르몬을 투여한다는 발상 자체를 아직도 부정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남성에게도 여성만큼 뚜렷하진 않지만 갱년기가 존재하며, 40대 중반 이후 성욕이 감퇴하고, 자꾸 피곤하며, 팽팽하던 근육이 늘어지는 것은 호르몬 분비가 예전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감소한 만큼 호르몬을 투여하면 예전처럼 팽팽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2004년 남성 호르몬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존 몰리 박사(미국 세인트루이스의대)를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남성 호르몬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관해 자세히 설명 들었습니다. 몰리 박사는 몸에 바르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테스토겔’(한미약품)의 한국 출시에 맞춰 한미약품 측의 초청으로 방한했는데, 당시 한미약품 측에서는 두달 치의 테스토겔을 제게 줬습니다.

참고로 현재 유통중인 남성호르몬제는 석 달에 한번 맞는 주사제 ‘네비도’(한국 쉐링)와 ‘테스토겔’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과거엔 1~2개월에 맞는 주사제가 있었으나 주사 놓은 직후와 열흘 뒤, 그리고 한달 뒤 호르몬 함량이 다르다는 게 문제였고, 피부에 붙이는 패치제는 피부 트러블이 많아서 문제였씁니다. 바르는 ‘테스토겔’과 먹는 ‘네비도’는 이 같은 기존 남성호르몬제의 단점을 크게 개선한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한미약품에서 받아둔 호르몬제는 한달 가까이 제 차 트렁크에 처 박혀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비뇨기과 의사에게 “예전보다 리비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했더니 호르몬 수치를 재 보자고 해서 재 봤습니다. 결과는 약간 낮은 정상이었습니다. 트렁크속 테스토겔이 생각나서 “한번 발라보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바를 필요는 없지만 큰 부작용은 없으니 발라보고 싶으면 시험 삼아 몇 일 발라보라”고 했습니다. 그날부터 보름 정도 테스토겔을 발랐는데, 결과는 ‘매우 만족’이었습니다. “아 이래서 남성도 호르몬제를 이용하는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호르몬제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겨 보름만에 중단했습니다.

몰리 박사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성 호르몬제는 전립선암 발병률을 높히는 것 외에는 거의 부작용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름 만에 호르몬제 사용을 중단한 이유는 전립선 암이 겁이 나기 때문은 아닙니다. 전립선 암은 그렇게 무서운 암이 아닌데다,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정기적으로 전립선암 표지자(PSA) 검사를 하면 조기에 예방-대처가 가능합니다. 호르몬제 사용을 중단한 진짜 이유는 제가 호르몬제가 필요할 정도로 호르몬 수치가 낮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지 누구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경우 과거 전세계 모든 의사들이 모든 폐경 여성에게 권장했지만 2년 전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유방암(유방암 발병 위험은 그 전부터 알려져 왔었음) 뿐 아니라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까지 있다고 발표해 호르몬 치료를 받던 수백만 명의 폐경 여성이 치료를 중단하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남성호르몬에게도 전립선 암이 아닌 또 다른 위험이 있을지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는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피 검사 결과 제 호르몬 수치가 매우 낮아서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상태고, 또 호르몬 치료로 당장 성욕과 활력이 생기고, 피부가 탱탱해 지고, 피로가 가신다면 그리 쉽게 호르몬 치료를 단념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있을지 없을지도 확실치 않는 미지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당장의 이익을 포기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철학의 문제입니다. 사람은 늙으면 자연히 성욕이 없어지고, 근육이 쇠퇴하고, 기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그처럼 자연스런 노화의 과정을 호르몬을 투여해 인위적으로 되돌려 놓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반대로 또 어떤 사람은 페니실린 등 항생제의 개발로 인류가 감염증에서 자유로워 졌듯이 호르몬제의 개발로 인류가 훨씬 더 젊게 살 수 있게 됐는데 거부할 필요가 무엇인가 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개인적인 입장을 말하라면 저는 후자 쪽입니다. 예를 들어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 보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소식하는 게 훨씬 좋다며 비만 치료제 사용을 혹평하시는 분이 있는데, 살 빼기 위해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이 과학적으로 개발된 비만 치료제를 복용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나쁠 것이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또 안전한 호르몬제를 이용해서 젊었을 때의 근육과 기력과 기분을 갖고 젊게 살 수만 있다면, 그 또한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호르몬제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과 거부감을 갖는 분이 많은데 그리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며 그것을 사용했을 때 효과와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계산해서 판단하는 게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남성호르몬제는 앞으로 더욱 세상 사람의 관심을 끌 것 같습니다. 여성 호르몬제의 경우 NIH의 부정적인 연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학자들 사이에 아직도 논란이 많으며, 지금도 계속 사용하는 사람도 매우 많습니다. 이들은 “NIH의 연구결과를 100% 신뢰하기 어렵지만, 설혹 그것이 사실이더라도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여성 호르몬의 사용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이 판단할 문제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남성호르몬의 경우 여성호르몬보다 사용 기간이 짧고, 따라서 지금까지 밝혀진 효과와 부작용도 적으며, 앞으로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추가로 밝혀질지도 모릅니다. 현재 말할 수 있는 것은 전립선 암 위험이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따라서 현재까지 알려진 위험(전립선암)과 확실치 않는 미지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호르몬제의 가시적인 효과를 누릴 것이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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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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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조선일보 헬스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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