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병원/양형규 원장
술을 마신 다음 날 배변시 출혈을 하는 남성이 많다. 사회생활이 활발한 3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혈변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새빨간 피가 변에 섞여 나와 놀랐다고 호소한다. 대부분 항문이나 항문 가까이 있는 대장 출혈로 인한 것이다. 치질, 치열, 항문암 등 항문질환이 80%를 차지하며, 대장암, 대장염증 등의 영향으로 출혈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항문질환이 80%라고 해서 혈변을 무조건 치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출혈의 시기(배변과의 관련 유무), 출혈량, 출혈 부위(종이에 묻어나오는지, 대변과 함께 섞여 나오는지), 출혈의 색깔, 변비나 설사 유무, 탈항 유무, 통증, 소양감, 체중감소, 과거의 질병 등을 고려해 진단할 수 있다.
대변이 새까맣게 보이는 경우, 일반인들은 흔히 대변이 타서 나온다고 하여 흑변이라고 표현하며, 의학적으로는 아스팔트할 때 쓰는 콜타르와 비슷하다고 해 타르변이라고 한다. 이 경우는 상부 위장관 즉 식도, 위, 십이지장에서의 출혈을 의미한다.
충혈된 혈액이 위액 속의 염산과 반응하여 염산 헤마틴이 되어 검은색이 되는 것이며, 소장에서 세균과 효소의 작용으로 부패, 발효되어 코를 찌를 듯한 독한 냄새가 난다. 이런 경우는 간경화증으로 인한 정맥류, 위·십이지장궤양, 위암을 의심해야 한다.
항문에서 출혈이 되는 경우는 내치핵이나 치열이 대부분이다.
항문과 직장의 경계를 치상선이라고 하는데, 치상선보다 안쪽에 생긴 치핵을 내치핵(암치질), 바깥쪽에 생긴 치핵을 외치핵(수치질)이라고 하는데 출혈은 내치핵일 때 잘 된다. 항문의 한 부위가 찢어져 헐어있는 상태를 치열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대개 변비가 동반되어 배변시 통증이 심하고, 흔히 출혈이 된다.
혈변이 있으면서 배변을 하루에도 몇 차례 하고, 배변 후에도 시원치 않은 느낌이 있으면 대장암도 한번 쯤 의심해보아야 한다. 혈변이 있을 때 진단은 직장경이나 대장 X선 촬영 등으로 쉽게 할 수 있으며, 정확한 진단을 받은 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다. 치핵이나 치열 등 항문질환으로 출혈이 되는 경우 좌욕을 하면 증세가 좋아진다. 섭씨 40~5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항문을 3분 정도 담그고 있으면 효과적이다.
우리 몸에서 어떤 형태로든 출혈이 있다는 것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특히 항문에서의 출혈은 가벼운 치핵의 증상일 수도 있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대장암의 징후일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빨리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현명하다.
/기고자 : 서울 양병원 양형규 원장알기 쉬운 대장항문질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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