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병원/박현준 교수
며칠 전 밤 응급실에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급히 수술이 필요할 것 같으니 병원으로 나와 달라는 전공의의 전화였다. 감기 몸살이 있어 조금 일찍 잠이 들었지만 대학교수의 사명이려니 하고 늦은 시간이었지만 출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사연인즉 환자가 수술을 받기 원치 않아 수술을 받지 않을 때의 모든 후유증에 대해 병원 측에 항의하지 않고 본인이 책임진다는 각서까지 직접 작성한 채 응급실에서 도망치듯 사라졌다는 것이다.
다음날 출근을 해보니 역시 예상대로 그 환자의 병명은 과도하고 과격한 성행위에 의한 음경백막의 파열, 즉 ‘음경골절’이었다. 당연히 응급으로 찢어진 음경백막을 봉합해야 발기부전, 음경만곡증 등의 후유증을 방지할 수 있을 텐데, 각서까지 써가면서 치료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그 환자의 사연은 무얼까? 보통 음경골절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태도는 극명히 두 개로 나뉜다. 한 부류는 완전히 개선장군과 같은 떳떳함,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여자 보호자를 대동하고 나타나는 환자고, 다른 한 부류는 보호자 없이 혼자 겁에 질린 채 뭔가 죄를 지은 것처럼 비굴하게 나타나는 환자이다.
성관계시 발생하는 음경골절의 특성상 응급실에 같이 내원하는 여자 보호자는 100% 환자의 와이프인 경우이다. 첫 번째 부류에 해당하며 남편은 떳떳하게 ‘나 다쳤소~’라고 어깨에 힘을 주지만 부인은 남편의 그곳이 회복될는지 엄청나게 노심초사하며 빠른 수술을 재촉한다. 완전 대접받는 환자인 셈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두 번째 혼자 죄지은 듯이 찾아온 환자들은 대개가 외도하는 도중 발생한 음경골절이다. 당연히 여자 보호자는 나타날 수가 없고, 환자는 수술시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설명에 좌절하게 된다. 도저히 가족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연락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용기 내어 연락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의료진에게 나무에 부딪혔다, 발기된 채 넘어졌다 등의 이유를 둘러대거나 치료를 거부하고 병원을 도망치듯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같은 질환이지만 발생원인에 따라 환자의 태도와 보호자의 대접이 극명히 달라지는 것은 음경질환이 유일하지 싶다.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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