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얼마전 신경차단술후 성감손실을 밝힌 환자에 대해 답변을 했었지요. 이에 대해 다른 선생님께서 또다른 의견을 밝히셔서 아래와 같이 글을 남깁니다.

이 글을 써야할 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가 그래도 제가 배운 지식을 객관적으로 밝히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 글을 올리며, 건전한 논쟁은 오히려 한국 성의학의 발전과 일반대중의 성지식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 용기를 내었사오니 오해없었으면 합니다.    

1) 필자는 성기능장애를 비뇨기과 수술법을 중심으로 진료하시는 선생님들을 난처하게 만들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성기능장애는 성기능과 관련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내분비내과(호르몬치료)의 임상지식이 모두 있어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질환입니다.  따라서, 해당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철저한 협진체계를 갖추거나, 또는 1인의 치료자가 해당 분야의 지식을 두루 알고 있어야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 성기능장애 입니다. 또한, 성기능장애의 치료는 여전히 비뇨기과 의사선생님들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2) 다른 1차,2차 치료법으로는 힘든 발기부전 등의 중증의 성기능문제에 대해서는 WHO(세계보건기구)도 수술요법을 마지막 단계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성기능장애에 대해 환자도 의료진도 단박에 치료하는 수술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참으로 안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보스턴의대 성의학 연구소는 비뇨기과의 성의학 분야 대가인 Goldstein박사가 수십년 이끌어왔던 곳이지만, 조루에 대해서 '신경절단술'은 시행하지 않습니다. Goldstein박사가 누구인지, 그가 Journal of Sexual medicine의 책임editor이란 사실은 성기능장애에 관심있는 비뇨기과 의사선생님들은 누구나 다 아실 겁니다.

- 미국에는 조루환자가 없는 것 아니냐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미국의 조루 유병율도 남성성기능장애에서 가장 높습니다.  조루 신경절단술은 아주 간단한 수술입니다.  왜 그런 저명한 의료팀에서 이 수술을 하지 않는지는 아래에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 킨제이 성 연구소와 연계된 인디애나 대학병원의 비뇨기과 Mulcahy박사팀도 조루 신경절단술에 손사레를 칩니다.  Mulcahy박사는 북미비뇨기과 학회장을 역임하신 분으로 한국에도 몇차례 강의를 다녀가셨으며, 한국에 지인도 많으신 분입니다. implants의 salvage technique을 제안하셔서 비뇨기과 교과서에 항상 등장하는 인물이라는 사실도 비뇨기과의 성기능 전문가라면 다 아실 겁니다.

- 외국의 많은 학자들이 한국의 의료수준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잘 아십니다. 굳이 외국에 나가 치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는 비뇨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훌륭한 한국의 비뇨기과에서 '조루'에 대해 신경절단술이 유행하는 것에 관해서는 그들이 고개를 젖습니다. 심지어 이에 대해 'Cr*zy'란 단어도 서슴없이 말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무척 창피했습니다.

- 2003년도에 킨제이 연구소에서 미국 NIH 기금으로 열렸던 conference에서는 세계의 성의학계 저명학자 30명을 엄선해서 3일간 열띤 토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운좋게도 observer의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그들은 대부분 최신 연구를 수행하는 학자들로 해당 토론기간동안 '조루'가 중요한 화두 였지요.

- 그들은 조루의 문제에 대해 '교감신경의 항진'이나 기타 조루의 원인과 관련된 해법과 연구방향을  제시했지, 어느 누구도 조루에 신경차단술이 유효하다고 말한 적 없으며, 토의후 개별만남에서 신경차단술의 문제가 나오자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3) 조루의 이론적 배경에 대해

- 조루는 거듭 강조하지만, 사정중추의 예민성과 교감신경의 항진 탓입니다. 귀두감각의 예민성은 조루의 현상적인 원인으로 제시될 뿐이지 궁극적인 원인은 되지 못합니다.

- 쉽게 말해, 물이 끓으면 100도씨에 소리가 나는 주전자가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조루증을 가진 환자는 60도의 흥분도에 센서가 울립니다(사정을 하지요). 그렇다면, 센서를 100도에 맞춰져야지 가스불을 줄여서는 안됩니다(성감을 줄여서는 안되지요). 왜냐구요? 가스불을 줄이면 물자체가 끓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 신경절단술을 받은 환자가 만족했다는 보고는 제법 있습니다. 문제는 이 만족도가 당장 조루현상이 없어지고 상대 여성을 만족시켰다는 성취감에서 온 것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조루에 콘돔을 껴서 감각을 억제시키는 환자들에게 조루수술이 맞다고 말씀하셨지만, 이는 귀두감각을 둔화시키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마취제나 콘돔사용을 대신해서 감각을 끊어놓는 영구적인 수술을 택하신 것 뿐입니다. 문제는 신경이 절단되면 성감을 다시 살리고 싶어도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귀두신경이 너무 예민한 환자에서 성감전달을 줄이고싶다면 수술이라는 영구적인 차단이 아니라, 일시적인 방법으로 감각신경을 저하시켜야 합니다. 왜냐하면 너무 예민한 환자들도 나이들면 자연스럽게 성감이 떨어져서 조루현상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런 환자들이 나중에는 자연적인 성감저하에 감각신경마저 없어서  성감저하를 더 호소합니다.

- 실제로 환자중에는 신경절단술후 성감이 떨어졌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고,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환자들이 신경절단술후 성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수술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보다 그저 현재의 파트너와 안맞아서라고 오해를 합니다.

- 짧은 역사와 세계에서 국지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신경차단술은 아직까지 장기적인 만족도의 보고가 없습니다. 효과를 본 경우야 당장 감각이 무뎌져서 오래 끌 수 있으므로 상대도 만족시키고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하지만 성행위란 여성을 만족시키고 남성은 여성에게 만족시켰다는 성취감으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 즉, 남성도 성기자극을 통해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감각신경을 절단해 놓았으므로 그만큼 성적 흥분자체가 떨어져서 감각이 전달 안되니 사정중추에서 사정이 일어날 수가 없고 사정이 늦어지는 이치를 이용한 것이 조루 신경절단술이지요. 감각신경의 전달은 단순히 사정중추에만 전달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상하부를 통해 뇌의 각조직에 전달되어 '즐겁고 좋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지요. 어떻게 성행위가 사정현상만으로 즐겁습니까? 우리는 삽입행위중에도 다양한 즐거움을 가져야 합니다. 감각신경이 손실되면 사정중추로도 자극전달이 떨어지지만 다른 감각중추에도 즐거움이 전달되지 못합니다.  최상의 조루치료는 남성도 감각을 제대로 느끼면서 사정현상자체는 지연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4) 물론 학회란 곳에서 실험적인 치료법에 대해 발표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회에서 발표를 했다고 대다수의 의사가 인정하고 있다는 말하는 것은 과장입니다. 좀더 큰 학회에서 다양한 의사들을 상대로 조루 신경차단술을 설명하시고 그들의 비판을 겸허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들이 인정하고 있다면 전세계 수많은 성클리닉에서 이 방법이 권유되겠지만, 실제로 신경차단술은 한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을 뿐이며, 다른 성의학 선진국의 의료진들은 대부분 시행하지 않습니다.

- 왜냐고 물으신다면, 당연히 이론적으로도 맞지 않고, 득보다는 실이 많기 떄문입니다.

5)  어떤 실이 있냐구요?  성감을 전달할 신경을 잃는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지요. 처음에야 좋을지 몰라도, 성감이 전달되지 않으므로 점점 섹스가 재미없어 집니다. 왜? 느끼지 못하니까.

- 성감이 떨어지므로 발기흥분도도 떨어집니다. 이런 얘기를 했더니 어떤 의사분이 조루신경절단술은 감각신경을 절단하는 것이지, 운동신경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발기부전문제는 없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이는 성반응을 제대로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 성반응 중에서도 성흥분은 기분으로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성기자극이나 삽입성교에 따른 성기의 마찰에 의해서 흥분이 유지되고 상승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기의 감각이 훼손되면 그만큼 자극전달이 안되므로 흥분유지(발기유지)와 상승에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흥분상승이 제대로 되지 못하면 그 극치단계에서 오는 오르가즘에 도달하기 힘들겠지요. 신경절단술을 하는 분들의 이치가 감각신경결손에 따른 흥분전달 미흡, 따라서 오르가즘이 늦게 오는 방법을 동원하신 것인데, 바로 여기에 하자가 있는 것입니다.

- 조루 신경절단술 환자들을 장기적으로 추적해보면 당장은 사정시간이 지연되므로 반갑겠지만(의정부에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던 환자도 있었다지요? ) , 장기적으로는 성감이 떨어져서 성행위가 별로 재미없다는 표현을 하게 되며, 실제로 귀국한 지 몇달되지 않은 제가 만난 환자들 중에는 이런 호소를 하시는 분들이 벌써 꽤 있습니다. 아니면 인터넷 검색을 해보십시오. 신경절단술후 당장 좋다는 분들은 대부분 젊은 층, 수술 몇년이내 분들이 더 많지요. 자세히 검색해보시면 신경절단술로 성감이 떨어졌다는 분들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 장기적으로는 신경결손에 따른 성감상실의 문제가 있다는 답을 많이 하실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신경절단술을 통해 몇개의 신경가닥을 끊어야할지 객관적인 지표가 없기 떄문에 어떤 분들은 너무 많이 끊겨서 성감이 단절소실되고, 어떤 분들은 수술받고 나도 조루현상은 변하지 않을 때도 있지요.

- 적어도 올바른 치료법이라면 그 부작용이나 술후 문제가 극히 드물게 나타나야합니다.  

6) 장기추적조사의 필요성

- 학문적으로 조루 신경절단술이 인정받으려면, 이러한 이유로 장기추적조사를 해야하지요. 그것도 장기적으로 병원과 연락이 닿는 분이 아니라 이런 문제로 병원에서 drop-out된 분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제대로 연구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7) 해당이유로 인해 조루의 신경절단술은 국제적으로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의료소송이 빈번한 미국에서는 해당 환자들이 쉽게 report를 할 수 있어서 , 미국의 비뇨기과 의사들은 조루 신경차단술을 기피하지요. 왜? 환자가 수술후 불편을 말하면 거액을 지불할 수 밖에 없는 법적 구조 떄문이지요. 말씀하신대로 만약 수술후 부작용이 1000분의 1 정도 희박해서 학문적으로도 인정받는 다면 왜 안하겠습니까? 결과가 들쭉날쭉, 뻔한 문제가 제시되는 마당에 해당 수술을 용기있게 할 의사가 없기 떄문이지요.

8) 수술을 해서 당장 환자가 좋아하고, 조루증상이 없다고 치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중요한 것은 성감을 손실시키지 않아야 하는 것인데 그것이 감각결손으로 연결되기 떄문입니다.

9) 한국에는 안타깝게도 조루 신경절단술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의사가 저를 포함해 설선생님과 몇분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래에 첨부해놓은 언론기사에서 < "배부신경차단술 등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귀 기울이지 말라">고 말씀하신 비뇨기과 K교수님은 바로 한국의 비뇨기과학회의 학회장이시지요.  안타깝게도 많은 분들이 조루 신경절단술을 하고 있고, 또 그분들의 목소리를 합치면 저희보다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고 저희들은 다수에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신경절단술을 하는 의사와 더이상 상담은 할 수 없다며 이 상담게시판을 떠난 설선생님이나 저는 앞으로도 계속 이 문제를 거론할 수 밖에 없습니다.

10) 제가 배웠고, 각종 학회와 연구논문들을 통해 익힌 바에 따라, 차마 배운자로서 저에게 성의학을 제대로 일러주셨던 외국의 스승들과 세계 성의학을 선도하는 연구소에 누를 끼칠 수도 없습니다. 몰매를 맞더라도 틀린 소리에 동조를 할 수 없고,  그것이 장기적으로 한국의 성의학 발전과 대중의 성지식의 발전에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11) 가능한 빨리 한국의 학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열띤 논의가 있었으면 합니다. 숫자로는 부족하겠지만,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논의에 적극 참가할 의향이 있으므로, 언제든지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 지금은 미워하시더라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갈릴레이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음을 조루 신경절단술을 하시는 의사분들께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12) 아래에 그나마 조루 문제를 제대로 다룬 한국의 언론기사를 찾았기에 첨부해 놓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강동우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