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1970년대 뉴욕 뒷거리에서 시작돼 지금은 전 세계로 퍼져 음악의 한 장르를 이루는 힙합처럼 척수염의 역사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세기 말 척수 조직이 연화(軟化)되는 소견이 보고 됐지만 당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가 2002년에 이르러 척수염을 연구하는 그룹에 의해 체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척수는 척추라는 긴 원통 구조물의 뼈 속에 있다. 척수는 뇌와 몸을 기능적으로 서로 연결하는데, 목부터 허리부분에 이르는 약 45㎝ 길이의 해부학적 구조물이며 뇌와 마찬가지로 중추신경계에 속한다. 머리에서 보내는 신호들은 척수를 통해 장기나 근육, 말초신경 등에 전달되고, 또 말초기관에서 느낀 여러 가지 변화는 척수를 통해 뇌로 알려져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판단하도록 한다.

증상
척수의 기능이 소실되면 이러한 상호 연락이 이뤄지지 않아 팔,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때로는 저리거나 따끔거리는 이상감각을 느낀다. 그 밖에 대소변장애가 생겨 시원스럽게 해결하지 못하거나 참지 못하는 증상이 생긴다. 성기능장애로 인해 발기가 되지 않거나 사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척수를 침범하는 병소의 위치에 따라 이러한 증상이 다양한 조합으로 나타난다.

원인
전신성홍반성낭창과 같이 전신 염증질환과 동반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분명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15%에 이른다. 또 나중에 척수뿐 아니라 뇌에 이차적으로 병이 생길 수 있다. 척수가 중추신경계에 속하기 때문에 염증으로 인해 세포가 죽으면 거의 재생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에 척수염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지 않으면 마치 뇌졸중 환자가 평생 마비된 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원인의 다양성과 복잡함, 조기치료의 중요성, 좋지 않은 예후를 감안한다면 척수염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의학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척수염을 염두에 두기란 쉽지 않다.

치료
오랜 임상경험에 비추어 볼 때 △ 팔이나 다리(특히 다리)의 감각에 이상이 생겨 점차 몸으로 진행되는 경우 △ 몸의 일정부분 아래의 감각이 둔할 때(이를 「감각수준」이 있다고 한다)는 거의 척수질환으로 생각하면 된다. 특히 대소변 장애와 마비가 동반되면 척수질환이 확실하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지체 없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척수염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은 바로 '자살'이다. 척수염은 그 자체가 생명을 단축시키지는 않지만 평생 어느 정도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과 이에 따르는 우울증이 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