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마음의 구급상자를 만드세요
VOL.432 (화·수·목·금 발행)
2024-05-29

구급상자는 응급처치를 위해 여러 가지 의약품을 담아놓는 상자입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없던 집에서 종이에 손을 베거나 무릎이 까졌을 때 우리는 늘 엄마가 해주셨던 것처럼 구급상자를 열어 밴드를 찾아 손가락에 붙이거나 다친 무릎에 연고를 바른 적이 있습니다. 다치거나 아픈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주는 구급상자는 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곤 했습니다.

 

김태은 교수가 그린 그림.


제가 엄마가 되고 나서는 고열이 잘 나던 아이 때문에 구급상자를 항상 잘 보이는 곳에 두었습니다. 혹시 몰라 두 가지 이상의 해열제와 두 개 이상의 체온계를 준비해두었고요. 우리 가족을 도울 수 있는 무엇인가를 구급상자에 담아놓으면 불안한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집니다.


암 환자들은 불안을 흔히 겪습니다. 불안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며 걱정과 두려움의 심리적인 표현과 생리적인 증상입니다.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 비해 불안의 정도는 약 2배로 높고 암 진단 전부터 질병의 치료 과정 중에도 계속 변화하는 현상입니다. 항암 치료 결과를 들으러 병원 가기 전날 잠을 못 잘 정도로 초조하고 불안하다가, 치료 결과가 좋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나서면 다시 편안한 마음을 느낍니다. 사실 이렇게 편안하고 안정된 상황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 중 하나입니다.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환자분들이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안감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불안은 예측이 불가능할 때, 그래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는 때 심화됩니다. 불안을 잠재울 구급상자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구급상자에 여러 종류의 약을 챙겨 넣어두는 것처럼 내 불안을 잠재우는 것들을 준비해놓는 겁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의 마음이 힘들 때 손을 뻗어 자신을 직접 돌볼 수 있는 심리적 구급상자를 그려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림 그리는 것이 어렵다면 글로 써보거나 잠시 생각만 해보셔도 좋겠습니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우울해질 때 또 화가 날 때 그 힘든 마음을 어루만지는 각종 물건과 추억이 담겨있는 구급상자를 떠올려 보세요.


구급상자의 뚜껑을 열면 우울했던 마음이 환기되고 불안한 마음에 안정감을 주며 화가 나는 마음을 미소 짓게 하는 것들이 가득하면 좋겠지요.

 

구급상자에 무엇을 챙겨 넣어야 내 마음이 평안해질까요?

 

저는 가장 먼저, 매일 밤 몸을 눕히는 포근한 이부자리를 그리겠습니다. 그런 제 곁에 자리를 잡고 눕는 제 짝꿍 강아지 호두도 그리겠습니다. 소중한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추억 통도 넣을 겁니다. 소심한 성격이지만 대단한 리더십을 보였던 초등학생 5학년 때의 추억도 넣겠습니다. 아들을 낳았을 때 아이를 보면서 느꼈던 감격과 뭉클함의 감정도 구급상자에 담겠습니다. 피곤해도 출근해서 환자를 만나면 마음이 충만해지는 저의 열정도 담겠습니다.

 

힘들 때 이 구급상자를 열면 마음이 아주 편안해질 것 같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은 개인의 주관적 경험에 기초한 정서적 상태입니다. 내가 느끼는 안정감 즉 내가 구급상자에 넣고 싶다고 말했던 것들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는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만이 느끼는 경험에 집중하고 그걸 표현하면 우울이나 불안이 줄고 행복감이 느껴질 겁니다.


마음건강을 위한 구급상자를 스스로 준비해놨다는 그 사실 자체는, 앞으로 내 마음의 상처를 건강한 방식으로 돌보겠다는 다짐이자 선포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돌봐주는 구급상자가 생기길 기원합니다. 


/김태은 드림(일산차병원 암 통합 힐링센터 교수)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나아가, 암을 현명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아미랑과 함께하면 마음의 평안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