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한 죽음>
비싼 검진 받으면
암 안 걸리고 오래 살 수 있을까?
VOL.428 (화·수·목·금 발행)
2024-05-22

저는 6년 전인 2018년 1월에 방광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내시경으로 방광 내벽의 암 조직을 긁어낸 후 BCG 용액을 방광에 삽입하는 대단히 고통스러운 국소 치료를 수차례 받았습니다. 그러나 5개월 뒤 방광 근육층에서 암 조직이 발견돼, 처음 진단 후 7개월만인 8월에 방광 전체를 들어내는 방광적출술과 소장 60cm를 잘라내 인공방광을 만들어 원래 방광이 있던 자리에 안착시키는 큰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죽었다 살아나는 모진 통증을 한 달간 겪었는데, 감사하게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치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무병장수하기를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저는 방광암의 주요 발암 원인으로 잘 알려진 담배를 피우지도 않았고 혈압과 고지혈증을 규칙적인 약물 복용으로 조절하고 있었으며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매일 아침 1km씩 수영을 해 누적 수영 거리가 3500km에 이르렀죠. 그리고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 등 건강 검진을 2년마다 규칙적으로 받았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네이버 죽음학카페의 회원 한 분이, 제가 건강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았는데도 어떻게 그런 암에 걸렸는지 궁금해 하면서, 조금 더 정밀한 검사를 받지 않아서 암 발견을 놓친 것인지 아니면 정밀검사를 받았음에도 발견하지 못한 거라면 이러한 정밀검사가 무용지물이라는 것인지 암보험 만기를 앞두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쪽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답을 보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궁금증을 갖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비싼 검진을 받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최고가의 첨단 장비를 이용한 세밀한 검사로 모든 암을 발생 단계부터 이 잡듯이 잡아낼 수 있다면 왜 돈 많은 분들이 암으로 세상을 떠날까요? 꼬박꼬박 건강 검진을 한다고 해서 암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예외가 있긴 합니다. 대장암의 경우에는 대장내시경 검사로써 암의 전단계인 선종성 용종이 발견되면 이를 제거해 대장암이 생기는 걸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 용종을 방치하면 커지면서 결국엔 암으로 넘어가기 때문이죠. 그러나 대장암처럼 암의 전 단계 병변이 알려진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급성백혈병, 악성림프종, 여러 악성 뇌종양, 침샘에 생기는 암 등 대부분의 암은 검진을 한다고 해서 이러한 전 단계 병변을 발견할 수도 없고 검진으로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정밀 건강 검진이 쓸모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아무리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검사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잘 아시는 게 중요합니다.

 

수년 전 진료실을 찾아온 70대 남자 분은 “암에 안 걸리고 90살 넘겨 살 수 있도록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정밀 검사를 다 해 주세요”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몸에 암이 생기지 않는 곳은 머리카락과 손톱과 발톱, 세 군데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말씀드렸죠.


저의 경우, 아마 30년 전부터 1년마다 방광경 검사를 했다면 방광암을 더 일찍 발견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광암이 생기는 걸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방광경 검사는 국소마취를 해도 위나 대장 내시경 검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통증이 심한 검사입니다. 그래서 방광암을 일찍 발견하려는 목적으로 방광경 검사를 매년 받도록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요즘 방송과 언론 매체에서 ‘100세 환상’을 부추겨서인지, 누구나 웬만하면 80~90세까지 살며 100세를 사는 일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암에만 걸리지 않으면, 또는 암에 걸리더라도 조기 발견하기만 하면 과연 100살까지 별 탈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우리의 육체가 건강해야 영적인 성장도 계속해 나갈 수 있으므로 육신을 열심히 닦고 기름 치고 조이며 잘 관리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인 경우엔 혈압 강하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난치병이나 불치병을 진단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천 년 역사 동안 인간이 겪어 온 수많은 질병과 신체의 고통에 대해 알면 알수록 암이라는 진단을 받는 것이 살면서 가장 두려워 할 일도 최악의 비극적인 일도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암 이외에도 치매나 다발성 경화증, 루게릭병 등 괴롭고 힘든 여정을 견뎌야 하는 인류의 질병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사망원인 1위가 암으로 돼 있지만,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이나 뇌졸중 같은 뇌혈관질환도 사망원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사망원인이 될 수 있는 수많은 질환을 완벽하게 미리 예방하고 차단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카페 회원 한 분이 검진과 관련해 본인이 경험한 사례를 공유해주었는데요.


“내 주변 60대 초반의 어느 지인은 현미밥을 36회 꼭꼭 씹어서 먹고, 식사는 영양식 매뉴얼대로 음식을 섭취하고, 하루에 7~8시간 수면을 하고, 우리가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면 후진국 사람 보듯 눈치를 주고는 자신은 와인만 가끔 마신다고 얘기하고, 일행 중에 담배라도 피우면 ‘아직도 염생이처럼 사느냐’며 나무라고, 6개월마다 유명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 양반은 100세 수명 보장 증권을 확실히 받았을 거라고 뒷담화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부럽기도 했죠. 그런데 어느 날 이 분이 등산하다가 정상 바로 아래에서 쓰러져 병원에 이송돼 며칠간 치료받다가 결국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원인은 심장질환이라고 하더군요. 장례식장에 갔더니 건강관리를 철저하게 잘 하던 분이 그렇게 허망하게 간 데 대해 가족들이나 문상 온 사람들 모두들 어이없어 했지요.”


죽음학의 효시라고 일컬어지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일찍이 “암에 걸리는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알고서 빨리 끝마쳐야 하는 일이나 화해해야 하는 관계들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지구별에 태어난 이유 중의 하나는 생로병사를 온전히 경험하며 궁극적으로 삶을 잘 마무리하고서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은퇴한 외과의사 셔윈 B. 뉴랜드는 그의 책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에서 죽음의 손을 뿌리칠 수 있다는 환상은 부질없고 품위만 떨어뜨릴 뿐이며 결코 명예로운 일이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인류 발전의 영속성과도 양립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나이가 많이 든 사람은 죽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세상에는 곰팡이만이 자라나고 과거만이 되풀이 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수명을 다한 사람은 적절한 시기에 물러나 우리의 후손들이 태어나고 살아갈 공간과 여지를 만들어 줌으로써 인류가 조금씩 진화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정현채 드림(서울대의대 명예교수)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나아가, 암을 현명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아미랑과 함께하면 마음의 평안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