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인터뷰>
암 진단 후 회사도 그대로 다녔지만…
꼭 하나 바꾼 것은 ‘흡연’
VOL.412 (화·수·목·금 발행)
2024-04-23

후두암 3기를 이겨낸 정준호(49·서울시 영등포구)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목소리를 잃을 뻔한 위기도 극복하며 씩씩하게 암과 맞섰습니다. 그의 주치의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이동진 교수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후두암 3기를 이겨낸 정준호(왼쪽)씨와 그의 주치의인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이동진 교수./사진=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제공


비염인줄 알았는데…

정준호씨가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건 2019년 9월입니다. 평소 앓던 비염 증세가 심해지면서 목에 이물감이 느껴져 동네 병원에 갔다가 목에 혹이 보인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정밀 검사 결과, 후두암 3기였습니다. 3cm 크기의 종양이 성대 위쪽과 림프절로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후두암은 목구멍 안쪽에서 목소리를 만드는 성대와 목 전방부 모양을 만드는 갑상 연골인 후두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입니다. 전체 암 중에서 2~5%를 차지하는 후두암은 50대 때부터 발생이 급격히 증가해 60~80대 환자가 가장 많습니다. 후두암은 성대를 기준으로 성문상부암, 성문암, 성문하부암으로 나뉩니다. 정씨가 앓은 성대 위 조직에 암과 림프절 전이가 있는 상후두암은 후두암의 35~40%를 차지합니다. 후두암의 5년 생존율은 78%입니다. 전이가 없는 경우 8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이기 때문에 신속한 치료가 중요합니다. 치료는 수술로 절제한 후, 항암·방사선 치료를 시행합니다. 정씨는 암 진단을 받은 지 2주 뒤인 2019년 9월 말, 구강 안으로 로봇을 넣어 암을 제거하는 부분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암을 깨끗이 잘라낸 뒤, 혹시 모를 재발을 방지하고자 방사선 치료를 30회 시행했습니다.


정씨는 암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평소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로 해소해온 탓입니다. 암 가족력도 없어서 정기 검진도 소홀히 했습니다.


수술 이후 겪은 어려움

치료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종양이 있던 후두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정준호씨는 수술 후 일정 기간 동안 목에 일시적으로 만들어놓은 구멍으로 호흡해야 했습니다. 수술 부위가 심하게 부었던 정씨는 침을 삼키지 못 할 정도의 통증 탓에 입원해 있는 20일 내내 매일 진통제를 써야 했습니다. 식사는 코로 삽입한 관을 통해서만 가능했습니다. 정상적인 식사가 힘들어 입원 20일 동안 체중이 10kg이나 빠졌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목소리를 보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해야 할 말이 있을 때는 매번 글로 써서 소통했습니다. 이 과정이 힘들었지만 폐렴 같은 합병증을 겪지 않기 위해 횡격막 호흡, 입술 오므리기 호흡, 폐활량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몸과 마음 돌봐준 가족

정준호씨는 아내와 딸이 없었다면 힘든 순간들을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암 진단 직후부터 줄곧 아내와 딸은 정씨 곁에 있었습니다. 아내는 자신의 모든 생활을 뒤로 한 채 정씨를 보살폈습니다. 밤낮으로 부축하고, 가래침을 받아주고, 팔다리를 주물렀습니다. 이동진 교수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아내 분이 모든 치료 과정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궁금한 것들을 세심하게 질문할 정도로 보호자 역할을 정말 잘 수행하셨다”며 “이러한 극진한 보살핌으로 병실 내에서 정씨 아내를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였다”고 말합니다. 정씨의 딸은 정씨의 마음을 단단히 먹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매일 “사랑한다”며 긍정적이고 행복한 말들만 아빠에게 쏟아냈습니다. 덕분에 정씨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무사히 회복했습니다. 


흡연량에 비례하는 후두암 위험

흡연과 음주는 후두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위험 인자입니다. 흡연량이 많을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후두암 발병률은 상승합니다. 담배의 유해물질은 후두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후두점막세포에 점진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결국에는 암세포로 변하게 됩니다. 미국암협회에 따르면 전체 후두암 환자의 95%가 흡연자입니다. 정씨 역시 20년 동안 하루 1갑 이상의 담배를 피웠고, 1주일에 다섯 번 술을 마셨습니다. 음주와 흡연 중 한 가지만 해도 암 발병률은 크게 높아지는데, 두 가지를 모두 하면 후두암의 발병률이 최대 45배로 높아집니다. 정씨는 “암이라는 사실을 들은 순간에야 담배와 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비로소 깨달았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꼭 금연하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후두암의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금연이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 역시 입을 모읍니다. 


다행히 정준호씨는 지금까지 재발,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정준호씨>

정준호씨./사진=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제공


-9월이면 완치 판정을 받으시죠?

“네. 5년 전 암을 진단 받고 난 후부터 삶의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완치를 코앞에 앞둔 지금은 모든 것에 감사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후두암을 겪으며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은 덕분에 매일 건강하게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합니다. 매일 아침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합니다. 집 주변을 산책하고 나면 몸이 가뿐해지면서 정신도 맑아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담배를 끊었다는 겁니다. 그렇게 없어선 못 살 것 같던 담배도, 죽음 앞 위기에 닥쳐 보니 제게 전혀 중요한 게 아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담배를 끊고 건강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암 진단 전보다 더 건강해졌습니다. 가족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요. 더 바랄 것 없는 행복한 인생이 됐습니다.” 


-직장 생활에 변화는 없었나요?

“암 치료가 끝나고 2주간의 휴식 기간을 가진 뒤 바로 출근했습니다. 암에 걸렸다고 일을 안 할 순 없었습니다. 치료 끝나고 주변에서 두 달 정도라도 더 쉬라고 많이 권유했하지만 막상 집에서 조용히 보내니 너무 쓸쓸하고 무기력해지는 듯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제가 보내던 일상을 이어가는 게 오히려 건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삼시세끼 열심히 먹은 덕분에 빨리 회사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일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몸이 피곤하면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제 몸은 제가 돌봐야 하니까요.”


-암 극복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신 게 있다면?

“암을 극복하면서 가장 절실히 체감했던 것은 먹는 것의 중요성입니다. 잘 먹어야 체력이 올랐고, 그러면 치료를 이겨내고 일상을 보낼 수 있는 힘도 더 생겼습니다. 고기만 먹는 편식 습관을 고쳤습니다. 이제는 매일 여러 종류의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먹습니다. 몸에 안 좋다는 가공된 음식은 최대한 안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내도 저를 위해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건강한 한식 위주로 먹자고 합니다. 식단을 관리한 덕분인지 정말 체력이 좋아졌고, 정신까지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이 순간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 마디. 

“‘나는 살 수 있다’를 되뇌세요. 암에 걸렸다고 좌절하거나 자책하지 마세요. 암을 계기로 더 건강하고 강해질 수 있습니다. 두렵고 힘들겠지만 주치의가 하는 말을 잘 듣고 그대로 실천해 보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의지를 갖고 움직이면 이전보다 더 나은 일상을 보내게 될 겁니다. 암에 걸리지 않은 분이라도 지금부터 제발 담배만은 끊으세요. 제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흡연입니다. 소중한 나, 소중한 가족, 소중한 인생을 위해 담배 하나쯤은 끊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동진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이동진 교수./사진=한림대강남성심병원 제공


-정준호씨의 현재 상태는?

“종양이 깔끔하게 제거됐고, 전이·재발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6개월 주기로 정기 검사를 실시해 추적 관찰 중입니다. 올 9월 완치를 앞두고 있습니다. 완치 후에도 지금과 같은 건강한 생활 습관만 유지한다면 오랫동안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실 거라 생각합니다.”


-정씨가 암을 이겨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의료진이 권고하는 건강 수칙을 철저히 지키던 고집이 센 환자였습니다. 후두암 수술 후 목에 삽입된 관으로 인해 생활 제약이 컸는데도 불구하고 재활 치료를 열심히 따라 와주셨습니다. 암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스스로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하셨던 게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몸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세심하게 관리하셨고, 가족들도 정성스럽게 환자를 지지해주었는데 이것이 시너지를 낸 듯합니다.”


-후두암 환자가 꼭 지켜야 하는 것은?

“후두암뿐 아니라 구강암과 두경부암의 공통된 위험인자는 담배입니다. 전자담배도 똑같습니다. 전자담배에도 니코틴과 주요 발암물질이 함유돼 있습니다. 괜찮다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지금 당장 담배와 작별하세요. 담배뿐 아니라 술과 불규칙한 생활 역시 이런 암의 위험을 정말 많이 높입니다. 음식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챙겨 드세요. 특히 후두암 수술 후에는 재활 치료로 인한 피로감을 쉽게 느낄 수 있는데요. 수술 후 기력이 없더라도 합병증 예방을 위해 많이 잘 드셔야 합니다.”


-투병 중이신 후두암 환자분들께 한 마디.

“후두암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치료 성적과 예후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암에 걸렸다고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마세요. 그런 마음이 생길수록 더 적극적으로 치료 받으세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고, 병원 치료를 열심히 받다보면 암을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담배와 술을 아직 못 끊으셨다면 의료진에게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끊으려는 노력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건강을 되찾으실 겁니다!”


/김서희 기자 ksh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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