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인터뷰>
‘직장 없는 남자’의
고군분투 암 극복기
VOL.405 (화·수·목·금 발행)
2024-04-09

잘 먹고, 잘 자는 만큼 잘 비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직장암에 걸리며 비우는 게 고난으로 느껴지기도 했다던 젊은 남성이 있습니다. 그래도 ‘피할 수 없다면 이겨내자’라는 생각으로 암을 극복했고, 지금은 강연과 유튜브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하는 20대 청년입니다.

직장암 3기를 극복한 신현학씨.

신현학씨(29·경기도 포천)는 2019년 2월에 직장암 3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격투기 선수를 준비할 만큼 건장했지만, 평소와 달리 컨디션이 저조하고 혈변 증상까지 나타나자 검사를 받았습니다. 암 진단 후, 항암·방사선 치료부터 시작해 직장·장루 제거술, 항암 치료, 장루 복원술까지 연이은 고난도 치료를 시행했고, 2024년 3월에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직장은 보통 15cm인데요, 그중 신현학씨의 직장은 2cm만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신씨는 자신을 ‘직장 없는 남자’라 소개합니다.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온 신현학씨를 만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신현학씨> 

직장암 3기를 극복한 신현학씨.


-처음 암을 진단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정말 혼란스러웠습니다. 사실 직장암은 제게 두 번째 암 진단이었습니다. 아홉 살에 소아암의 일종인 횡문근육종을 치료하고 완치한 경험이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암을 경험하면서 ‘약한 나를 보호하려면 스스로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며 살았고, 그만큼 운동에 빠져서 살아온 것 같습니다.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했고요. 그런데 직장암에 걸린 겁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까’라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습니다.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암울했던 정신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암 덕분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게 이미 한 번 이겨본 암이니 이번에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말하셨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격투기 선수를 준비하던 때였는데, 격투 정신으로 암과 싸워 이겨내리라 다짐했습니다.”


-치료 중 많이 힘드셨죠?

“항문 보존 수술 후 일상에 적응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보통은 장에 대변이 어느 정도 차고 직장 가까이 내려오면 변의가 느껴져 화장실에 가 볼일을 보지만, 직장의 2cm만이 남은 저 같은 경우에는 대변을 모으는 장의 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대변을 보는 횟수가 하루에 7~10회로 잦습니다. 수술 후 6개월에서 2년이 지나면 정상인 상태로 돌아가는 게 일반적인데, 저는 지금까지도 대변을 보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상에 지장이 많겠습니다.

“네. 항문을 보존하는 수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괄약근 기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장암 환자의 60~90%는 변실금, 잦은 배변, 급박변 등의 후유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일상생활에 지장을 많이 받지만 장애 판정은 받지 못해 일상이 더 힘들어질 때가 있습니다. 하나만 예를 들면, 운전 중 긴박하게 대변을 처리해야 할 때가 잦은데요. 장애 등급을 받았더라면 장애인용 주차장을 이용해 배변 처리를 쉽게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복원 불가능한 영구 장루 수술을 한 경우에만 장애 등급을 받게 돼 있어서, 이러한 제도적 한계가 직장암 경험자로서 안타깝습니다.”


-마음이 단단해 보이세요.

“저는 제가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항암 치료 부작용이나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매사에 의욕이 저하되고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들어 고통스러운 시기도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인생을 살아가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진작 깨달았습니다. 아마 어릴 때 겪은 암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운동하며 단련된 정신 건강 덕분일 수도 있고요. 아무튼 일상 어디에서든, 행복은 찾는 자만이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행복은 제가 찾으려고 합니다. 또한 저를 사랑하시는 부모님의 존재는 제가 이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온전히 저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암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말들만 곁에서 늘 해주셨습니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저만의 루틴이 있습니다.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푸룬 주스와 물 두 잔을 마십니다. 그 후 네 시간 동안 장을 비워내고, 가족이 운영하는 카페로 출근합니다. 이렇게 아침에 네 시간 동안 장을 비워내면 그 날 하루는 비교적 편하게 일상을 누릴 수가 있습니다. 체중 관리와 장 건강을 위해 간헐적 단식도 실천하고 있습니다. 카페 마감 뒤 1주일에 여섯 번, 헬스장에 가서 운동합니다.”


-암 진단 전후로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나요?

“아무래도 인생과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의 깊이가 아닐까요? ‘지금 당장 무엇이 하고 싶나’ ‘죽는다면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와 같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의 삶에 더 충실해지는 계기가 됐지요.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어떤 작은 일이라도 미루지 않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하고 싶은 게 떠오르면 하나씩 바로 실천합니다. 그렇게 해서 바디프로필도 찍어봤고, 여러 자격증도 땄고, 가보고 싶던 곳으로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세요?

“지금은 ‘직장 없는 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운동 종목에 도전하는 모습을 업로드하고, 대장암 극복기도 공유합니다. 암 환자뿐 아니라 건강을 챙기시려는 분들에게 유익한 정보와 위로를 전하고 싶거든요. 암 경험담을 전하는 강의도 합니다.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꿈이 하나 생겼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암 환자의 인식 개선, 나아가 암에 대한 사회적 편견 개선을 위해 일하고 싶어졌습니다. 하루하루가 쌓여 언젠가는 암 환우들을 위한 재단을 설립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응원해주세요!”


-지금 이 순간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 마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마음이 먼저 평안해져야 모든 일이 잘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많은 암 환자들이 암 치료를 받을 때, 그리고 극복 후에도 불안해하고 두려워하십니다. 저 역시도 겁 많은 암 환자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마음이 생길수록 ‘할 수 있다’라고 되새기다 보니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김서희 기자 ksh7@chosun.com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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