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문화인 시대,
암과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아미랑 특별 인터뷰>
VOL.395 (화·수·목·금 발행)
2024-03-21

매년 3월 21일은 ‘세계 암 예방의 날’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체 발생하는 암의 3분의 1은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 및 치료로 완치 가능하며, 나머지 3분의 1의 암 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완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아 2006년도에 제정했습니다. 암 예방의 날을 맞아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을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바로 들려드립니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사진=국립암센터 제공


-올해로 열아홉 번째 맞이하는 암 예방의 날입니다. 암, 제대로 예방되고 있나요?

“안타깝게도 암 발생률은 매년 증가 추세입니다. 처음 국가암등록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9년도에는 약 10만1857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는데, 매년 조금씩 늘어나 2021년도 기준 27만7523명이 암에 걸렸습니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예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앞으로 암 발생률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합니다. 암 발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노화인데요. 출산율 저하로 노인 인구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의 암 발생률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암 예방을 위한 개개인의 노력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개개인의 노력이라 함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입니다. 암을 일으키는 원인을 인식하고 피해야 합니다. 암 발병 원인은 흡연(30%), 안 좋은 식습관(30%), 감염(20%), 음주(5%) 순으로 주요합니다. 이것들을 피하는 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쉬운 듯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생활 패턴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당장 지금부터 건강한 생활로 암을 예방해야지’라고 굳게 마음먹어도 바꾸기 어려운 게 생활습관인데, 요즘은 그런 마음을 먹는 것조차 힘든 시대라 생각합니다. 경제난, 변화한 식문화 등으로 인해 생활 습관을 돌볼 여력이 부족할 겁니다. 물론 건강한 삶을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집단적으로 이행하기는 어려워 사회적인 변화가 동반돼야 합니다. 그래서 국립암센터에서는 정확한 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국가암정보센터를 운영하고, 검진이나 적절한 식이요법을 권장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중입니다.”


-암을 막기 위해 ‘이것만은 꼭 피하라’고 강조하고 싶은 것은?

“몸으로 들어가는 것, 즉 음식과 술에 주의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국립암센터는 우리 국민들의 암 예방 첫 걸음으로, 10가지 암 예방 수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음식 섭취’나 ‘금주’와 관련된 것은 많은 분들이 지키기 어려워 해 이행률이 낮은 편입니다.


우리는 지금 ‘열량 과잉 섭취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영양소가 넘쳐나는 식단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칼로리 과잉 섭취는 비만으로 이어지고, 비만은 체내 인슐린과 성호르몬 농도를 변화시켜 암 위험을 높입니다. 대표적으로 식도암, 췌장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신장암 등이 비만과 관련이 있습니다. 몸에 필요한 만큼만, 균형을 맞춰 식사해야 합니다.


술도 아주 큰 문제입니다. 술은 우리 사회에서 어느덧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 같은 공식이 생기거나, 전에는 젊은 층에서 외면 받던 막걸리나 청주부터 시작해 하이볼, 위스키 등 다양한 주종을 탐색하고 즐기는 이들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술은 1급 발암물질입니다. 명백하게 암을 유발한다고 밝혀졌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식도, 구강, 인후두 같은 상부 위장관 암 위험을 높이는데요, 상부 위장관 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사망률이 높아 예방이 매우 중요한 암 종입니다. 술을 마시는 것은 암 예방은커녕 오히려 이런 위험한 암을 부추기는 셈입니다. 국립암센터에서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술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한두 잔의 술은 건강에 별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46.9%로 가장 많았는데, 알코올이 몸속에 들어가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하면 면역체계를 망가뜨리고 조직을 손상시킵니다. 한두 잔의 술도 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술에 유독 엄격하신 것 같습니다.

“술을 마시는 국내 인구는 약 2500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 중 대부분이 술이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서 문제입니다. 담배와 비교했을 때, 담배의 유해성만큼 술의 유해성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국립암센터에서 진행한 대국민 음주 및 흡연 관련 인식도 조사 결과, ‘술이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응답한 비율이 57.9%로 가장 높았습니다. 담배와 술은 똑같이 1급 발암물질에 해당합니다.”


-정말 한두 잔의 술도 안 되나요?

“예전에는 적정 음주량이라는 기준이 있었습니다. 하루 한두 잔의 소량 음주는 괜찮다는 식이었죠. 이는 완전히 낡은 개념입니다. 음주량과 모든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소량의 술이라도 마신 사람은 술을 아예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모든 질병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WHO는 ‘소량의 술도 마시지 않아야 한다’고 선언하며 적정 음주량 개념을 폐기했습니다. 국립암센터도 2016년 이후로 암 예방을 위해 조금의 술도 마시지 말자는 수칙을 세웠습니다. 이를 더 널리 알릴 필요가 있겠지요. 국내에 뿌리박힌 음주 문화가 개선돼야 합니다. 그중에서 꼭 없애야 하는 것이 바로 건배사일 겁니다. 다 같이 술을 따르고 ‘원샷’을 외치며 술을 마시는 이 습관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조차 발암물질을 권하는 잘못된 음주문화입니다.”


-식사 얘기로 넘어가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암 예방을 위해서는 ‘담백한 식사’를 하면 됩니다. 암 예방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이나 식사를 좇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것들로 1)짜지 않게 2)달지 않게 3)기름지지 않게 이 세 가지 원칙을 지켜서 드시면 됩니다. 짜게 먹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병 위험이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WHO에서는 성인 일일 나트륨 권장량을 2000mg(소금 5mg)로 권고합니다. 만약 권고량을 지키지 못했다면 나트륨 배출을 돕는 채소와 과일을 많이 챙겨 먹는 게 도움이 됩니다. 세계암보고서에 의하면, 하루 500g의 채소 및 과일을 섭취하면 소화기계 암 발병 위험을 25% 낮출 수 있습니다. 채소는 한 끼에 두세 접시 혹은 그 이상 충분히 먹는 게 좋습니다.


달지 않게 식사하려면 최소한으로 가공된 식품을 골라야 합니다. 음식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맛을 더하고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설탕이 많이 첨가됩니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높아지고 결국 비만으로 이어져 암 발병 위험이 올라갑니다.


기름지지 않게 먹으려면 육류 섭취를 자제해야 합니다. 특히 기름에 구워 탄 고기를 피해야 합니다. 동물성 단백질이 타면 벤조페린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이 생성됩니다. 타지 않았더라도 적색육‧가공육은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므로 하루 70g 이하로만 섭취해야 합니다.”


-본인의 평소 식습관을 점검할 방법이 있을까요?

“국가암정보센터(www.cancer.go.kr/lay1/S1T226C228/contents.do)에 접속하시면 식생활 진단 표가 나와 있습니다. 한 번쯤 해보시고, 점수가 59점 이하라면 영양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서 식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까운 병의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음주의 심각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술을 조금이라도 마신다면 알코올 사용 장애 여부를 알 수 있는 ‘CAGE 테스트’를 해보시길 권합니다. ▲C(Cutdown): 술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A(Annoyed): 술로 인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은 적 있나요? ▲G(Guilty): 술로 인해 죄책감을 느낀 적 있나요? ▲E(Eye-opener):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술을 마신 적이 있나요? 네 가지 항목 중 두 개 이상 해당한다면 알코올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는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암 예방 실천을 어려워하는 분들께 한 마디.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실천일 겁니다. 이 기사를 읽고 암 예방을 위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아셨을 겁니다. 이제 남은 건 실천뿐입니다. 삶을 하루아침에 180도 바꾸려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씩 실천해 보세요. 장 보러 가서 채소를 한 가지 더 담는다든지, 술 약속을 잡는 대신 티타임을 갖는다든지, 반찬을 만들 때 소금과 설탕을 전보다 덜 넣는 식으로 생활을 하나하나 개선해가시면 좋겠습니다. 매일매일 하나씩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다보면 일상이 바뀌고, 결국에는 삶이 변화하게 될 겁니다. 국가 암 검진을 제때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암 치료 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암 5년 생존율은 약 72.1%로, 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암에 걸리더라도 조기에 발견해 빠르게 치료받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삶을 바꿀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걸 꼭 기억하세요!”


/최지우 기자 cj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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