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인터뷰>
“암에 걸릴 만 했던 삶…”
어느 직장인의 췌장암 극복기
VOL.389 (화·수·목·금 발행)
2024-03-12

췌장암 2기를 이겨낸 양덕진(57·경기도 안양시)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5년 생존율이 12.2%인 암을 진단받았지만, 곁에 있던 가족과 의료진의 긍정적인 응원 덕분에 힘을 내 치료 받았습니다. 주치의인 한림대성심병원 외과 이정우 교수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췌장암을 극복한 양덕진(왼쪽)씨와 그의 주치의인 한림대성심병원 외과 이정우 교수./사진=한림대성심병원 제공


몸이 보낸 암의 신호

양덕진씨가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건 2019년 4월입니다. 암 진단을 받기 두 달 전부터 소화불량과 메스꺼움을 자주 느꼈습니다. 위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돼 동네 병원에서 검사도 해봤지만 별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등과 양쪽 갈비뼈에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매일 밤 지속됐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대학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췌장암 2기였습니다. 췌장의 머리 부분에 2.3cm 크기의 암이 있었습니다. 주변 혈관까지 침범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양씨는 암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암담했습니다. ‘어린 두 아들과 아내를 두고 세상을 떠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도무지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바쁜 회사 일로 그동안 가족에게 소홀했던 게 사무치게 미안했습니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던 양씨를 잘 이끌어준 건 역시나 가족이었습니다. 아내와 두 아들은 웃는 얼굴로 용기를 주었습니다. 아내는 매일 양씨에게 “당신은 이겨낼 수 있다. 암은 당신이 이겨낼 수 있는 병이다”라며 끊임없이 말해줬습니다. 암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던 공포감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그렇게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2019년 5월, 췌장의 80%를 절제하는 췌장 아전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암이 침범해 있던 혈관을 잘라낸 후 인공 혈관을 잇는 문맥합병절제술도 이뤄졌습니다. 암을 깨끗이 잘라낸 뒤, 혹시 모를 재발을 방지하고자 항암 치료를 19회 시행했습니다.


고난 이겨낸 원동력, 사람

양덕진씨는 암 투병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건 항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이라 말합니다. 수십 번의 항암 치료를 이겨내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심적으로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두드러기, 가려움증, 두통이 심했습니다. 항암 부작용으로 입맛이 없어서 매일 어린아이처럼 투정도 부렸습니다. 그래도 아내는 군말 없이 매일 새롭게 따뜻한 국과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양씨는 “교직에 있던 아내가 휴직까지 하며 나를 정성껏 보살펴준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며 “투병 과정을 돌아보니, 남는 건 아내에 대한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합니다.


수술 부작용으로 췌장에 염증이 생겼습니다. 종양을 제거할 때 정상 조직도 같이 제거하며 생긴 빈 공간에 염증이 일시적으로 생긴 것인데, 그로 인한 통증이 너무 심했습니다. 주치의인 이정우 교수가 도왔습니다. 빠르게 염증을 없앴습니다. 이정우 교수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힘든 과정 속에도 낫겠다는 의지를 한 번도 꺾지 않은 감사한 환자”라며 “의료진을 믿고 열심히 치료 받은 덕분에 빨리 회복하실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정우 교수는 양덕진씨를 끊임없이 격려해준 고마운 의사입니다. 진료 때마다 “너무 잘하고 계시다. 상태가 좋다”며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양씨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암 치료를 받다 보면 부정적인 마음이 생길 때가 많다고들 한다”며 “그런데 나는 교수님이 매번 격려하고 응원해준 덕에 당연히 나을 거라는 믿음이 점점 확고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치료를 다 마친 후 이정우 교수로부터 들은 “남은 삶은 덤으로 주어진 인생이라 생각하시고, 좋은 삶 사시면 좋겠다”라는 말은, 양덕진씨의 남은 인생의 모토가 됐습니다.


건강은 지키는 자의 것

술과 담배를 좋아했고, 생활이 불규칙해 당뇨병이 악화되면서 췌장암 위험이 커졌을 것이라는 게 양덕진씨의 생각입니다. 양씨는 암 진단 전까지 삶이 곧 일이라고 생각하던 증권계 직장인이었습니다. 40대 후반에 당뇨병을 진단받았고, 이후에라도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지켰어야 했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혈당 관리에 소홀했습니다. 스트레스는 술과 담배로 해소했다고 합니다. 27년 동안 하루 1갑 이상의 담배를 피웠고, 1주일에 일곱 번 술을 마셨습니다. 양씨는 “암에 걸리고 난 후 술과 담배가 얼마나 위험한지 비로소 깨달았다”며 “암을 이겨내며 규칙적인 생활습관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실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양씨는 진단 후 5년을 앞둔 지금까지 재발,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양덕진씨> 

양덕진씨./사진=한림대성심병원 제공


-어떻게 지내시나요?

“암을 계기로 마음가짐이 달라지다 보니, 이전보다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졌습니다. 매일 규칙적으로 밥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활기가 넘칩니다. 일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마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있습니다. 좋은 책도 읽으면서 제 하루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려고도 노력합니다. 이제는 사소한 것에 감사하고 감동을 느껴, 삶의 질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일을 꾸준히 하고 계시다고요?

“암에 걸렸다고 일을 안 할 순 없으니까요. 다만 암 진단 전에는 제 자신을 던져가며 일을 했다면, 이제는 개인적인 삶과 일의 균형을 잘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일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라치면 잠깐의 휴식을 취합니다. 제 몸은 제가 돌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오히려 출근하면서 이제는 삶의 활력을 얻습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치료가 끝나고 교수님이 제게 해준 ‘좋은 삶 사시라’는 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좋은 삶의 기준은 모두가 갖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을 모두가 기울이는 건 아닐 테지요. 저는 ‘나와 가족이 분리되지 않은 삶’, 이게 바로 좋은 삶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 일은 수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선 안 되고요. 가족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가족과 오래 살기 위해 운동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것. 하루하루를 이렇게 살아가는 게 좋은 삶일 겁니다.”


-이 순간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 마디.

“믿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암을 이길 것이라는 믿음, 의료진이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 가족이 내게 주는 믿음 모두가 모여 암을 낫게 해줍니다. 사실 불안하지 않고, 두렵지 않은 암 치료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믿음은 잃지 않아야 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밥 잘 먹고 정해진 치료를 잘 받으면 충분히 극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믿음이 흔들릴 때는 좋은 글을 묵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적이란, 자연 법칙을 제멋대로 무의미하게 거스르는 것’이라는 말처럼, 저에게 일어난 기적이 여러분들에게도 일어나길 바랍니다.”




<한림대성심병원 외과 이정우 교수>

이정우 교수./사진=한림대성심병원 제공


-양덕진씨의 현재 의학적인 상태는 어떤가요?

“양씨는 현재 혈당을 관리하기 위해 약을 한 알씩 매일 복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췌장의 80%를 절제한 만큼, 몇 년 뒤에는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췌장을 일부 절제하면 당뇨병이 없던 환자도 당뇨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외에는 큰 문제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계십니다. 양덕진 환자는 지금처럼 꾸준히 병원에 오셔서 검사받고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신다면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실 수 있을 겁니다.”


-양씨가 암을 이겨낸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의료진을 향한 신뢰, 암을 이겨내고자 하는 강한 의지 이 두 가지를 꼽을 수 있겠네요. 힘든 항암 치료와 수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색 없이 열심히 잘 따라오셨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본인 건강에 무척 신경을 쓰셨습니다. 치료 후 건강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혈당이 높아져 췌장이 망가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요. 양씨는 생활습관뿐 아니라 인생의 가치관을 건강하게 정립하시고 이를 실천하려 굉장히 큰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정말로 박수를 쳐드리고 싶은 분입니다.”


-외과 교수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

“의사는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환자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며 더 나은 치료법을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췌장암의 치료 방법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위한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이는 모든 의사들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러니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마시고 주치의가 처방한 치료를 잘 따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췌장암과 싸우고 계신 환자들에게 한 말씀. 

“췌장암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갖고 계신 것 잘 압니다. 그만큼 무서운 암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세요. 악명 높은 암이기에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특히나 활발하고, 또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도 합니다. 치료 시작 전부터 겁을 내고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 암이라는 긴 싸움을 끝까지 버티기가 힘들어집니다. 수술이나 치료에 대해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그 부분은 주치의가 할 일입니다. 현재의 삶에 집중하시고 정해진 치료를 잘 받기만 하세요. 그러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시면 좋겠습니다. 양덕진씨 사례를 보면서 희망을 잃지 마세요!”


/김서희 기자 ksh7@chosun.com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나아가, 암을 현명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아미랑과 함께하면 마음의 평안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