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라는 큰 파도에서 춤을 췄죠”
<아미랑 인터뷰>
VOL.374 (화·수·목·금 발행)
2024-02-13

갑상선암은 흔히 ‘착한 암’으로 불립니다. 생존율이 높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착한 암이어도 막상 진단 받으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암’이기 때문입니다. 진연희(33·서울시 송파구)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갑상선암을 겪고 결혼과 임신까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치의인 ‘갑상선암 명의’ 일산차병원 박정수 갑상선암센터장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갑상선암을 극복한 진연희(오른쪽)씨와 그의 주치의인 일산차병원 박정수 갑상선암센터장./사진=일산차병원

젊은 나이에 암 진단, 두려움

진연희씨가 암을 진단 받은 건 2018년 10월입니다. 친구와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받아본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갑상선암이었습니다. 1cm 크기의 종양이 측경부 림프절로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갑상선암은 10만 명당 68.6명이 발생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남녀 통틀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입니다. 갑상선은 목 앞쪽 중앙 부위에 있는 2~3cm 크기의 기관으로 체온 유지, 신체대사 균형 유지 등의 기능을 합니다. 갑상선 세포를 구성하는 DNA가 손상되면 유전자 발현이 오는데, 이때 종양이 생기면 암을 의심하게 됩니다. 방사선 노출, 유전적 요인, 요오드 과다 섭취 등이 갑상선암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100%에 가까울 정도로 ‘착한 암’이라고 불리지만, 워낙 천천히 자라는 특성상 뒤늦게 재발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아주 중요합니다. 치료는 수술을 통해 갑상선을 완전히 절제한 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시행합니다. 


진연희씨는 암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암담했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였기에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습니다. 평소 덤덤했던 진씨에게도, 아무리 착한 암이라는 갑상선암이라 할지라도, ‘암’이라는 단어는 무서웠습니다. “폐 전이가 의심된다”는 말까지 들었던 진씨는 그간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심리적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폐 전이가 아닌 ‘림프절’ 전이로 최종 판정됐다는 것입니다. 진씨는 그제야 ‘수술만 잘 받으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치료를 열심히 받아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습니다. 


암 진단을 받은 지 두 달 뒤인 2018년 11월, 갑상선을 모두 절제하는 갑상선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전이된 림프절을 제거하는 림프절 곽청술도 시행했습니다. 수술 후에는 갑상선 기능 저하로 인한 증상을 개선하는 신지로이드 호르몬제를 매일 한 알씩 복용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지닌 ‘치유의 힘’

진연희씨는 수술이 끝난 지 한 달만인 2018년 12월, 회사로 복직했습니다. 빠르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었던 건 ‘환자’가 아닌 ‘나’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암 진단을 받고, 주변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잠시 쉬라고도 많이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직장을 쉽게 그만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 “암은 수술 잘 받고, 포기하지 않고 음식을 잘 챙겨 먹으면 극복할 수 있는 병이다”는 주치의의 말도 큰 힘이 됐습니다. 진씨는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는 생각으로 일상 속에서 ‘해야 하는 일’에 몰입했습니다. 평소처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신지로이드도 매일 시간에 맞춰 한 알씩 잘 복용했습니다. 진씨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암이라는 파도가 한 번 지나간 후, 물에 가라앉기보다는 그 파도에 맞춰 춤추는 법을 배웠다”며 “마케터로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며 진정한 나를 놓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상을 보내던 진연희씨는 수술이 끝난 지 두 달 뒤인 2019년 1월, 방사선 요오드 치료까지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방사선 요오드 치료는 수술 후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방사능을 내는 요오드 동위원소를 사용해 갑상선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입니다. 갑상선암 재발을 감소시키고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효과적인 보조 치료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한 번 받지만, 질병과 환자 상태에 따라서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반복해 시행할 수 있습니다.


또 한 번의 방사선 요오드 치료 

진연희씨가 세 번째 추적 검사를 받던 해인 2021년, 불행이 한 번 더 찾아왔습니다. 너무 일상에 집중한 탓일까요. 암세포 수치가 증가했습니다. 두 번째 방사선 요오드 치료가 시급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추적 검사 결과로 진씨는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앞선 두 번의 추적 검사 이후 방심하고 건강관리에 소홀했던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아프고 힘들 거면 혼자가 낫겠다’는 생각으로 그 당시 사귄 지 얼마 안 됐던 현재의 남편, 남자친구와 헤어져야겠다는 다짐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남자친구는 불안해하는 진씨를 잘 토닥이고 이끌어줬습니다. 부모님과 남자친구가 “항상 너의 편인 우리가 있다. 치료 받으면 다시 건강해질 거다”며 끊임없이 격려했습니다.


치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방사선 요오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치료 한 달 전부터 시행했던 요오드 섭취 제한식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요오드 성분이 많이 함유된 한식 특성상, 한 달 내내 어머니가 직접 싸준 월남쌈, 만두 같은 도시락을 챙겨 다녀야 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도 못하다 보니,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데에도 부담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오히려 좋아해 줬습니다. 진씨를 위해 요리도 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었다고요. 진씨는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과 부모님 덕분에 크게 힘들지 않고 암과 무사히 작별했다”며 “감사한 마음을 갖고 평생 갚아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진씨는 진단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발,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곁을 지켜준 남자친구와 결혼했고, 지금은 임신 중입니다.




<진연희씨>

진연희씨./사진=일산차병원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2023년 10월에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짹짹이’(아기 태명)가 저희 부부에게 와줬습니다. 임신 4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육아휴직 중이고, 제 몸과 마음을 열심히 가꾸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신지로이드는 임신 후에도 꾸준히 복용하고 있습니다. 태아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 안심입니다.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유튜버’ 활동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제 컨디션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제 일상을 영상으로 남기며 많은 분들과 소통하는 게 즐겁습니다. 임신으로 인해 호르몬에 변화가 생겨 두 달에 한 번씩은 갑상선 정기 검진을 받고 있습니다.”


-‘투병 일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시나요?

“아픈 걸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아프다고 말해야 필요한 상황에서 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일상과 감정을 영상으로 남기다 보니 일상의 소중함도 되새길 수 있게 됐습니다. 암 투병 중 생긴 몸과 마음의 변화부터 암 극복 후 임신을 준비하며 겪는 모든 것들에 대해 편하게 말하다 보면, 제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저처럼 암을 겪는 분들이 제 일상을 보고 불안함을 해소하시면 좋겠습니다. 제 소식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생겨서 놀랐고,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생각을 하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긍정적인 마음도 생깁니다.”


-암 진단 전후로 달라진 게 있다면? 

“암을 극복하면서 인생을 깊이 성철하게 됐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왜’라는 질문을 했고, ‘시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어떻게 이겨낼 수 있나’ 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책에서 우연히 본 ‘인생은 폭풍우가 지나가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니다. 빗속에서 춤추는 걸 배우는 것이다’라는 한 소절이 제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암은 인생 속 ‘폭풍우’고, 그 속에서 ‘춤추며’ 일상을 보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이제는 웬만한 어려움이 닥쳐도 ‘해결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냅니다. 일상에서 발암물질에 덜 노출되려고도 노력합니다. 암을 진단받기 전까지는 발암물질보다는 편리함을 우선시하며 일회용 용기도 쓰고 기름진 고기도 즐겨 먹던 20대를 보냈습니다. 암 진단 후부터는 플라스틱 사용은 물론 가공육 섭취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 마디.

“너무 강박을 가지지 마세요. 마음이 평안해야 건강관리가 잘 이뤄지고 치료 예후에도 도움이 됩니다. 많은 암 환자들이 암 극복 후에도 걱정과 불안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 마음이 생길수록 자기 자신과 주치의를 믿어야 합니다. 평소에는 마음 편히 지내다가 딱 검진을 하러 가는 날 하루만 걱정하세요. 주치의 말씀 잘 따르며 잘 챙겨 먹고, 자신의 삶에 충실히 임하세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는 게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일산차병원 박정수 갑상선암센터장>

진연희씨./사진=일산차병원 

-갑상선암을 비교적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갑상선암은 수년간 국내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하는 암입니다. 최근 들어 20~40대 젊은 갑상선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젊은 사람들이 초음파 검사를 잘 받지 않아 암 전단계인 용종을 놓쳐 암까지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국가 암 검진 중 갑상선암 검진을 필수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과잉 진단은 해악이지만 무증상자라고 초음파 검사를 하지 않으면, 폐 전이가 진행된 후 발견돼 생존율이 낮아집니다. 갑상선암은 진행이 느리고 예후도 좋은 편이라, 다른 암에 비해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갑상선암도 암입니다.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갑상선암은 발생 후 5년이 더 지나고 나서 재발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수술하고 5년이 지난 후 재발률은 5%, 10년이 지난 후 재발률은 10%입니다. 갑상선암 환자가 평생 건강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진연희씨는 어떤 환자였나요?

“일상 속에서 긍정의 힘을 보여준 환자입니다. 보통 암을 진단 받으면 암 진단 전의 일상을 포기하고 무기력해지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면 피로도가 올라가 치료 예후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암을 이겨내기 위해 진연희씨는 본인에게 더 집중하신 것 같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영상을 찍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영위하시고 본인의 삶을 찾으려는 노력이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암 치료 후 바로 회사에 복직하셨는데, 이렇게 일상을 살아가는 긍정적인 태도가 진씨의 예후를 좋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박수를 쳐드리고 싶은 환자입니다.”


-갑상선암 명의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다면?

“제 인생 모토가 ‘환자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입니다. 환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제 행복을 위해서라도 모든 것들을 최대한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환자의 컨디션을 살피고, 수술 흉터 회복을 위해 최소 침습 수술법도 생각하며 더 나은 치료법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고충을 귀담아듣고 해소해드리고자 온라인 카페도 직접 운영합니다. 암에 걸렸어도 행복하셔야 합니다. 행복하셔서 저도 행복하게 해주세요(웃음).”


-갑상선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치료 성적과 예후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다시 건강해질 수 있으니,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마세요. 주치의가 처방한 치료만 잘 따르면 됩니다. 정확한 시간에 처방받은 용량의 약을 잘 복용하며 정기적으로 검진만 받으면 충분히 건강하게 사실 수 있습니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니는 것도 중요합니다. 의료진을 믿고, 스스로 건강한 일상을 살면 여러분도 진연희씨처럼 암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김서희 기자 ksh7@chosun.com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나아가, 암을 현명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아미랑과 함께하면 마음의 평안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