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보내는 편지>
행복한 간병을 위해선
‘낮은 목표’를 세우는 게 낫습니다
VOL.373 (화·수·목·금 발행)
2024-02-08

투병을 처음 시작할 때는 가족들이 환자에게 잘하려는 욕심을 가집니다. 매일 음식을 새로 해다 주고, 몸에 좋다는 요법을 받게 하고, 환자를 위해 많은 수고를 기꺼이 합니다. 주변에서도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식의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병욱 박사의 작품 <여행지의 추억> Acrylic on canvas 38x45cm 2020


하지만 사람인 이상 분명히 한계가 찾아오게 됩니다. 마음먹은 대로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용기를 잃을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쉽게 지칩니다.


애초에 시작할 때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지 마세요. 무리한 목표를 잡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환자를 위해 특별히 음식을 따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족이 먹는 음식을 조금 더 신경 쓴다는 생각으로 하시면 됩니다. 환자만을 위한다는 생각보다 가족 전체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하는 게 좋습니다.


처음에는 잘하다가 몇 달 뒤에는 지쳐서 소홀해지면 오히려 문제가 불거집니다. 환자는 ‘너무 힘들어서 나를 짐스럽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서운해 할 수 있습니다. 몸이 아프면 안 좋은 것, 나쁜 것을 더 잘 기억합니다. 그만큼 예민하고 약해져 있기 때문이지요. 9개를 잘하고 1개를 못하면 잘한 9개를 기억하기보다 잘못한 1개를 더욱 선명히 기억합니다. 10개를 끝까지 좋은 것으로 기억하도록 힘을 안배해 두세요.


처음부터 조금씩 지치지 않게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범위에서 환자를 돌보려고 해보세요. 환자를 돌보는 데에는 한결같은 마음이 중요합니다. 가족들이 간병해본 경험이 없는 경우 주변에 투병을 도운 가족들에게 물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충분히 물어본 다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것만 충실하게 하면 됩니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특별한 음식을 해주고 특별한 요법을 실시하는 게 아닙니다. 환자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서 용기를 잃지 않게 격려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또 열성적으로 가족이 투병을 도왔는데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 가족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 실망감은 바로 환자에게도 전달됩니다. ‘이렇게 가족이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되는구나. 나는 안 되는 모양이다.’ 이 경우 환자는 가족보다 더 많이 좌절합니다.


투병은 누가 골인 지점까지 먼저 가느냐 하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가 같이 넘어가야 하는 길입니다. 산책을 하듯 환자와 함께 보폭을 맞춰 걸으며 나무도 보고 바람도 느끼면서 가는 길입니다. 최선을 다해 투병을 돕는 것은 좋겠지만 경쟁하지는 마십시오. 내가 이만큼 노력하면 이러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미리 예상하지도 마십시오.


간병하는 걸 즐거운 마음으로 해보세요. 작은 일에 감사하면 덜 지칩니다. 환자가 자신의 수고에 기뻐한 것에 감사하고, 오늘 더 나빠지지 않은 것에 감사하면 행복한 간병이 될 겁니다. 하루하루 그 날의 감사한 일에 더욱 집중하세요.


이 시간에도 암과 투병 중인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이병욱 드림(대암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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