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해보고 환자도 해보니,
암 극복에 가장 중요한 것 알게 돼”
<아미랑 인터뷰>
VOL.367 (화·수·목·금 발행)
2024-01-30

암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힘들고 괴롭습니다. 암을 치료하는 명의에게도 자신에게 찾아온 암은 무서웠습니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흉선암 3기를 극복한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병천 교수(62·서울시 송파구)를 만나고 왔습니다. 5년 생존율이 30~50%로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었지만 이제는 감사하기까지 하다고 합니다.

흉선암 3기를 극복한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병천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드물고 증상 미미해 놓치기 쉬운 암 

흉선암은 연간 10만 명당 한 명 이내로 발생할 정도로 매우 드문 암입니다. 흉선은 가슴 중앙부에 위치한 면역기관으로, 사춘기에 그 크기가 커졌다가 성인이 되며 점차 퇴화됩니다. 성인이 되어도 흉선이 퇴화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흉선이 비대해지거나 종양이 생기면 암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흉선암의 5년 생존율은 초기의 경우 74%~90%로 높은 편이지만, 3기가 되면 33~50%, 4기에는 24~40%로 생존율이 점차 낮아집니다. 치료는 수술을 통해 흉선을 완전히 절제해야 합니다. 병기에 따라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도 진행됩니다. 


김병천 교수가 처음 몸에 이상을 느낀 건 2012년 4월입니다. 따뜻한 봄인데도 손이 얼음장처럼 차갑고, 가렵고, 저렸습니다. 평소 손발이 따뜻했던 김 교수는 ‘레이노드증후군(말초동맥 질환)’일 것이라 생각하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 면역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견을 들은 김 교수는 ‘질환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 게 아닐까’라는 우려에, 곧장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흉선에 3cm 크기의 종양이 있었습니다. 종양이 크지 않고, 림프절이 모인 덩어리일 수도 있겠다는 주치의의 의견을 따라 김 교수는 3개월 단위로 CT(컴퓨터단층촬영)를 받았습니다.


세 번째 추적 검사가 있던 2013년 2월이었습니다. 종양의 크기가 6cm로, 이전보다 두 배로 커졌고 주변 심낭과 무명정맥까지 침윤된 것이 발견됐습니다. 한 달 동안 체중이 4kg 정도 빠지기도 했습니다. 종양의 활성도가 올라가면서 악성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렇게 흉선암 3기로 병기가 확정됐습니다.


흉선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습니다. 흉부 엑스레이를 찍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있더라도 기침, 가슴 통증, 호흡곤란 정도라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기 쉽습니다. 김병천 교수는 다행히 손에 생긴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검진을 받았고, 꾸준히 추적 관찰한 덕에 암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즉시, 가슴 가운데에 있는 흉골을 세로로 절개해 흉선과 주변 조직에 퍼진 종양을 모두 제거하는 광범위흉선절제수술을 받았습니다.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낭과 혈관도 모두 인조 조직으로 대체했습니다. 수술 후 3월부터 6월까지 방사선 치료 45회, 항암 요법을 4주 간격으로 세 번 받았습니다.


숨조차 쉴 수 없던 통증

김병천 교수가 흉선암 투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수술로 인한 통증이었습니다. 흉선을 제거하며 철사로 이어 붙인 흉골 탓에 호흡할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양팔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통증이 너무 심한 탓에 매일 아침 온몸과 침대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또한 절개한 뼈 사이에서 진물이 나와 자연스럽게 흉골이 붙어야 하는데, 나이가 많다 보니 회복 속도가 느렸습니다. 빨리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진통제를 처방받아 견뎠고, 폐렴 합병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호흡했습니다.


‘살아야 한다’는 의지

힘든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살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 덕분이었다고 그는 말합니다. 대장암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온 지난 32년을 떠올렸습니다. 암은 수술을 잘 받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내다 보면 극복할 수 있는 병입니다. ‘이 시기만 지나면 다 괜찮아질 것이다’는 확신을 갖고 치료를 받았습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의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그들의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건강해져야 했습니다. 운동하고, 잘 챙겨 먹었습니다.


아내의 존재도 암을 이겨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김 교수가 암 진단을 받기 3년 전, 아내도 유방암을 진단 받았습니다. 같은 암 경험자로서 그 누구보다 김 교수를 이해하고 잘 보살폈습니다. 김 교수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내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많이 의지가 됐고, 그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고 말합니다. 아들 역시 “좋아지실 거다” “불안해하실 필요가 하나도 없다”며 매일매일 아버지를 격려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건강한 생활을 이어온 덕분에, 치료를 마친 지 한 달만인 2013년 7월에 병원으로 복직했습니다. 30년 넘게 이어온 진료인데, 암이라는 이유로 그만두고 쉬는 건 허무하고 무의미하다고 느꼈습니다. 김 교수는 이 시기에 오히려 환자들을 만나면서 삶의 활력을 얻었습니다. 환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런 환자들에게서 자신이 가져야 할 희망의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2018년 2월, 흉선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매년 1회씩 정기적인 추적검사를 받고 있으며 재발,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김병천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바로 일터로 돌아가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원래 계획은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모두 받고 난 뒤, 집에서 1년 동안 요양하며 건강을 회복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서 1주일을 조용히 보내니 너무 쓸쓸했습니다. 삶에 대한 의욕도 떨어졌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강한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니 평범한 일상이 너무나도 그리웠습니다. 병원에 출근해서 제가 보내던 일상을 이어가는 게 오히려 건강을 회복하는 데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직을 결심한 뒤에는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노력했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삼시세끼 열심히 먹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체력이 빨리 회복됐고, 덕분에 한 달 만에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 이 곳으로 빨리 돌아온 게 정말 잘 한 일 같습니다. 암 환자로서의 삶이 아닌 의사 김병천으로서의 삶이 제게는 더 중요했습니다. 환자들을 만나며 깊이 공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 후로 제가 더 성장한 기분입니다.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니 몸도 더 활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암 환자가 됐습니다. 기분이 어떻던가요?

“암을 겪기 전까지만 해도 암의 물리적 치료에만 전념하는, 전형적인 대장항문외과 교수였습니다. 최선을 다해 암을 빨리 낫게 해주는 것만이 의사의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암 환자가 돼서 치료를 직접 받아보니 환자를 향한 의료진의 심리적인 지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마음이 편해야 치료도 편합니다. 치료가 편해야 예후가 좋습니다. 항암 부작용은 견딜 만한지, 암 진단 후 생긴 마음의 고통은 잘 회복되고 있는지, 가족들의 격려 속에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등 환자 개개인의 삶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환자 대 의사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그들을 대하다 보니,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암은 오히려 저에게 행운이었고, 삶의 감사한 경험입니다.”


-암 진단 후 ‘인간 김병천’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休(쉴 휴)를 마음에 새기며 살아갑니다. 암 치료 직후 면역력이 떨어져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활기차게 생활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상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체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몸과 마음의 쉼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休라는 한자를 보면,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 형상입니다. 가급적이면 자연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시간이 날 때면 산에 올라 나무가 주는 안정적인 기운을 듬뿍 받고 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지는 게 좋아서 집에 있는 가구들도 목재로 된 것들로 바꿨습니다. 인테리어도 자연친화적으로 새로 할 정도로, 자연이 주는 쉼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서울시의사회테니스회 정기모임

-휴식뿐 아니라 운동도 열심이시던데요.

의과대학 시절에 취미로 시작한 테니스가 이제는 제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활력소입니다. 여유롭게 움직이는데도 체력은 증진되는 테니스의 매력에 빠져 한국의사테니스연맹 회장까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테니스를 통해 해소하면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암 수술 이후 체력이 많이 떨어져 테니스를 못하게 됐을 때는, 마음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테니스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꾸준히 걸으면서 체력을 키웠습니다. 덕분인지 암 극복 3년 만인 지난 2016년에는, 전국의사테니스대회에서 우승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순간에도 암과 싸우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한마디.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시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일반인보다 암에 익숙한 저 역시도 암을 진단 받았을 때에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생길수록 암을 이겨낼 자기 자신과 암을 이기는 데 도움을 줄 담당 의사를 믿어야 합니다.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밥 먹고 열심히 치료 받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뭐든지 열심히 하면 그 노력에 따른 대가가 오지요. 암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예후가 좋아집니다.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하세요. 그러면 체력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올라 암 극복은 물론 재발까지도 막을 수 있습니다. 믿으세요. 여러분과 의사와 노력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른다는 그 진리를 믿으셔야 합니다.” 


/김서희 기자 ksh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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