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봉사’
고령 환자가 말하는 암 극복 비결
<아미랑 인터뷰>
VOL.359 (화·수·목·금 발행)
2024-01-16

최숙화(77‧경기도 고양시)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유방암을 진단받았어도 긍정적이고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계신 분입니다. 그의 주치의인 국립암센터 이시연 유방암센터장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침윤성 유관암 2기를 극복한 최숙화(왼쪽)씨와 그의 주치의인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 이시연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건강했던 내 몸을 믿자’

2022년 여름, 최숙화씨는 동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던 중 오른쪽 가슴에 이상 소견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곧바로 국립암센터에 내원했고 침윤성 유관암(유방암) 2기를 진단받았습니다. 오른쪽 가슴 한 쪽에만 두 개의 종양이 있었는데요. 흉근 쪽에 하나, 유두 피부 표면 쪽에 하나 있었습니다. 유방암은 대부분 유선조직에 생기며, 그중에서도 약 80%가 유관에서 발생합니다. 암이 주변으로 퍼진 정도에 따라 상피내암과 침윤성 암으로 나뉩니다. 상피내암은 암이 유관 상피세포 안에서만 자라 다른 부위로 퍼지지 않는 암이고, 침윤성 암은 상피세포 주변 막을 뚫고 나와 혈관이나 다른 장기로 퍼질 위험이 있는 암입니다. 뼈, 폐, 간 등의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흉부CT(컴퓨터단층촬영), 복부CT를 촬영한 결과, 다행히 전이되지 않았습니다.

 

최씨는 평소 감기조차 잘 걸리지 않아 건강검진 때 외에는 병원에 방문하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암 가족력도 없어서 유방암이 생소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암이라는 사실에 많이 놀랐습니다. 그럼에도 이내 마음을 진정시켰고, ‘지금까지 건강했던 내 몸을 믿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건강검진을 받았던 동네병원에서 이시연 교수님을 곧바로 추천해줬던 상황이라, 이 교수에 대한 신뢰도 컸습니다.

 

힘들단 생각 대신 기도를

2022년 8월 24일, 최숙화씨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종양의 크기가 각각 3.5cm, 2.5cm로 작지 않고, 다른 위치에 퍼져 있어서 우측 유방 전절제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신앙을 갖고 있었기에, 수술대에 올라 마취를 하기 직전까지도 ‘하나님에게 모든 것을 맡기자’는 믿음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를 하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수술 후 1주일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아프거나 힘들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도와주시고, 이시연 교수가 최선을 다해준 덕분이라는 생각에 감사의 마음이 깊어졌습니다.

 

수술 후 남아 있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10월부터 11월까지는 방사선 치료를 18회 받았습니다. 젊은 유방암 환자와 고령 유방암 환자의 치료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나이가 많으면 젊은 사람보다 동반 질환이 많고, 신체 나이가 높아 이를 전부 고려해 치료 방법을 결정합니다. 경우에 따라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진행이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령 유방암 치료는 젊은 유방암 환자보다 치료가 더 소극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립암센터 이시연 유방암센터장은 “고령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힘들어하거나 싫어하는 기색 없이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았다”며 “그래서 의료진도 더욱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현재까지 재발 방지 목적으로 매일 한 알씩 항호르몬제(레트로졸)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고령 유방암 환자와 젊은 유방암 환자는 수술 후 복용하는 항호르몬제도 다릅니다. 폐경 전 여성은 난소에서 만들어지는 여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타목시펜을 복용합니다. 폐경 후 여성은 난소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 거의 없어 지방이나 간에 있는 지방이 효소에 의해 여성 호르몬으로 전환되는데요. 이 과정을 억제하는 레트로졸을 복용하게 됩니다.

 

스스로 몸과 마음 돌봐

최숙화씨는 의학적인 처치는 온전히 의료진을 믿고 따랐습니다. 집에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을 실천했습니다. 국립암센터에서 나눠준 유방암 소책자를 참고해 매 끼니 신경 써서 골고루 먹었습니다. 허기가 질 때는 과일과 채소를 우유에 갈아 마시며 채소 섭취량을 늘렸습니다. 매일 한 시간씩 동네를 산책하듯 꾸준히 운동도 했습니다.

 

마음가짐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월드비전을 통해 아프리카 아이들을 후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씨는 이전부터 국제라이온스협회에 소속돼 국내 불우이웃은 물론 캄보디아 등 어려운 나라에 방문해 기부하고 봉사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온 분입니다. 강남지부에 소속돼 있던 시절에는 회장과 지대위원장까지 역임하며 봉사를 주도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수술 전 아프리카 아이들을 후원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 인생, 남은 날 동안 좋은 일 하다가 가자’는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외식하는 횟수를 한 번 줄이면 아이들이 밥 두 끼는 안 굶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후원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해 노력한 덕분인지 최씨는 지금까지 재발이나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중입니다. 1년에 한 번 병원에 내원해 정기 검진을 받고 있습니다.

 



<최숙화씨>

최숙화씨./사진=신지호 기자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삶의 모든 것에 감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해서인지 이제는 제가 암 환자인 것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살고 있네요. 오히려 유방암 진단으로 제 건강을 돌보게 된 것 같아서 원망스럽지 않아요. 나이가 들면 이곳저곳 아픈 게 당연한데 이 정도만 아팠던 것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암을 진단받았지만 생활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도, 암으로 인해 신체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도 모두 다 감사한 일입니다. 걷다 보면 마주하는 자연도 너무 신기하고 예쁘게 느껴집니다. 들꽃 한 송이, 이파리 하나 등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이 색깔이 아름답고 따사로워요. 자연 속에서 매일매일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시는 이유는?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제 능력껏 할 수 있는 만큼, 목숨 다하는 날까지 사랑을 베풀며 살고자 합니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제 삶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더 커집니다. 이타적인 행동 같아도 결국은 그 은혜를 제가 받게 되는 것 같아요. 1999~2000년도 즈음부터 국제라이온스에 소속돼 봉사하기 시작했는데요. 봉사를 몸소 실천하는 분들과 만나면 긍정적인 기운을 얻습니다. 임원으로 활동했던 당시 함께 했던 분들과 요즘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납니다. 주일에는 교회에 나가는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기도를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제가 더 치유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국립암센터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에 선생님이 등장하던데요.

“지난 10월, 이시연 교수님의 제안으로 유방암의 달 ‘Pink for Us’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유방암의 달을 맞아 진행된 유방암 인식 개선 및 예방을 강조하기 위한 캠페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유방암 환우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취지였던 것 같아요. 스튜디오에 가서 프로필 촬영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유방암 예방을 상징하는 예쁜 핑크색 모자도 선물 받았어요. 사실 이 교수님은 의학적인 내용 외에는 잘 말씀을 안 하시는데, 저한테 너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추천해주시더라고요. 교수님이 추천해줄 정도면 무조건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해 신청했습니다. 저 말고 아홉 분이 더 계셨는데요. 그 분들과 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인생을 함께 돌아볼 수 있어서 정말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사진이 잘 나왔다고 칭찬해줘서 기분도 정말 좋았고요. 저도 사진이 꽤 마음에 들어서 SNS 프로필로 등록해놓았습니다.”

 

-다른 유방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암 환자가 되면 나도 모르게 예민해지는 순간들이 있을 겁니다. 저는 나이가 많아서인지 그저 모든 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젊은 분들은 아직 사회생활도 해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느라 암이 더 괴롭게 느껴질 수 있을 거예요. 매사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에서 ‘왜?’라는 단어를 잊으려고 노력해 보세요.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하면 우리는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랬구나’라는 마음으로 항상 긍정적으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다 보면 감사가 끊이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기왕이면 내 옆에 있어주는 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 많이 하고 살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힘내봅시다!”




<국립암센터 이시연 유방암센터장>

이시연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고령 유방암 치료는 젊은 유방암 치료와 다른가요?

“국내 유방암은 40~5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최근에는 이보다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유방암도 늘고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며 나이 많은 유방암 환자도 점점 늘고 있는데요. 고령 유방암 환자는 나이 및 동반질환을 고려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젊은 환자들보다 암 진행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치료가 급하게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삶의 질을 충분히 고려해 치료 강도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고령 환자는 치료 의지가 저하된 경우가 상당히 많아서 환자의 극복 의지가 치료 방법 결정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암 진단 후 검사를 받고 치료해야 될 시점에 지레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 나이에 무슨 치료야’라는 생각에 병원에 내원하지 않는 분도 있어서, 이런 모든 측면을 고려한 접근을 해야 합니다.”

 

-고령 환자가 수술 받으면 특히 주의해야 할 게 있나요?

“유방암 수술, 특히 최숙화씨가 받은 전절제술의 경우 수술 범위가 넓어 유방 아래에 존재하는 감각 신경질이 함께 잘려나갑니다. 감각 신경이 둔해질 수 있는데, 이를 간과하고 불가마 같은 곳에 방문했다가 화상을 입기도 합니다. 더욱이 본인이 화상을 입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해 뒤늦게 병원에 내원하시는 분도 꽤 있습니다. 수술 후 주의사항에 대해 주치의와 충분히 논의하시고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Pink for Us’ 캠페인에 최숙화씨를 추천하신 이유는?

“워낙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셨고, 적극적인 삶의 태도가 인상 깊은 환자분이셨습니다. 아픈 와중에도 남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최씨의 선한 영향력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암을 진단 받으면 이로 인한 충격에 모든 의욕을 잃는 환자가 많습니다. 최씨보다 병기가 낮은 0기나 1기인 환자인데 말기 환자처럼 행동하는 분도 계십니다. 암은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이 더 잘 극복합니다. 다른 환자분들이 최씨를 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랐습니다.”

 

-유방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유방암은 치료 가이드라인이 잘 정립된 암 종입니다. 수많은 연구를 기반으로 치료 방법이 잘 마련돼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암이 진단된 뒤에는 주치의를 믿고 따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암 진단 후 신체에 나타나는 모든 증상을 유방암과 연관 짓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렇게 하나하나 불안해하면 힘들어지는 건 결국 환자 자신입니다. 암을 이겨내려면 ‘마음의 중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극단으로 치우치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면 좋겠습니다.”


/최지우 기자 cj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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