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비온 뒤 맑게 갠 하늘,
거기엔 무지개가 있습니다
VOL.323 (화·수·목·금 발행)
2023-11-14

암 투병중인 환자들에게 미술치료를 진행하자고 제안하면, 마음 속 어려움을 꺼내놓고 분석 받아야 한다고 선입견을 가지시곤 합니다. 아픈 상황에 무슨 ‘예술 활동이냐’며 타박도 하시고요. 예술은 시간이 넉넉하고 심리적·경제적 여유가 있어야만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김태은 교수가 그린 그림.


하지만 미술치료라고 해서, 대단한 그림을 그리거나 멋진 연주를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미술치료사가 환자의 인생을 평가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저는 일상을 예술가처럼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삶을 윤택하게 하는지 알고 있기에, 이를 조금이나마 환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와 함께 나뭇잎이나 나무를 그리는 많은 환자분들이 “평생 본 나무인데도 지금 이렇게 보니 새로운 게 느껴진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술 활동을 위해 무언가를 살피다보면 일상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삶 속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내고, 역경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감사와 은혜를 발견하는 연습이라고 할까요. 예술을 통해 우리는 같은 것을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예술을 통해 훈련되는 또 다른 하나는,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겁니다. 작업 과정에서 몰입의 순간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행복의 순간을, 감사의 마음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일상을 멈추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난여름 무더위와 습한 기운으로 사람들이 지쳐 퇴근하던 그때에,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카메라를 들어 올려 하늘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옆에 누가 있건 없건 탄성을 질렀습니다. 저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은 분홍빛으로 물들었고 선명한 무지개가 떠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감탄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역시 인간은 아름다움에 감격하는 존재구나!’ 하지만 그 중에서도 분주하게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은 미처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고 지하철역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들에게도 멈춤의 시간이 허락됐다면 하늘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기회를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병원에서 항상 상냥하고 온화한 미소로 인사해주시는 40대 후반의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그 어떤 부정적인 말이나 표정도 짓지 않으셨지만, 반복되는 재발 탓에 조금 지쳐보였습니다. 미술치료 시간에 무지개를 일곱 가지 색으로 힘 있게 칠하시더니 “무지개가 떴다는 건 조금 전까지 비가 왔었다는 의미겠죠”라고 말하셨습니다. 저는 “그렇죠. 비도 내리고 태풍도 불고 천둥 번개가 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지개를 그리고 있네요”라고 답했습니다.


환자분은 옅은 미소를 지으시며 “무지개는 하늘이 아픈 사람에게 주는 희망과 용기라는 선물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오늘 비온 뒤 하늘에 환하게 떠오르는 무지개를 그려봅니다. 무지개에는 치유와 행운의 상징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는 비바람과 천둥 번개가 쏟아지는 날들이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마도 있지요.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그저 묵묵히 우산을 들고 빗속을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무지개가 떠오를 것이고요. 예술가의 시각으로 내 삶에 무지개가 떠오르는 그 순간을 포착하세요. 탄성을 지르셔도 됩니다.


폭우 속에 있더라도, 아직 보이지 않는 언젠가는 맑게 뜰 무지개를 마음으로 그려보는 것. 그것이 바로 ‘희망’일 겁니다. 그 사실을 믿고 한 발 움직이며 오늘을 살아내는 것은 ‘용기’일 것이고요. 여러분의 희망과 용기를 오늘도 응원합니다!


/김태은 드림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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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랑과 함께하면 마음의 평안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