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7%인 담낭암 3기…
“두 가지 덕분에 극복했죠”
<아미랑 인터뷰>
VOL.319 (화·수·목·금 발행)
2023-11-07

예후가 매우 불량한 담낭암 3기를 극복한 노(69·경기도 거주)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노씨가 겪은 담낭암 3기는 5년 생존율이 7~8%인 치명적인 암 중 하나입니다. 노씨의 주치의인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최유신 교수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담낭암 3기를 극복한 노(왼쪽)씨와 주치의인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최유신 교수 ./사진=신지호 기자

뚜렷한 증상 없고 예후 나쁜 암

담낭은 간 주변에 위치한 기관으로, 지방을 분해하는 ‘담즙’을 저장 및 분비하는 역할을 합니다. 담낭은 암이 생겨도 이상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고,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암에 비해 예후도 불량한데요. 5년 생존율은 1기에 발견되면 약 52.5%, 2기 약 28%, 3기 약 8.5%, 4기 약 3.5%입니다. 


노씨는 담낭암 진단을 받기 약 2년 전부터 종종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겪었습니다. 2015년 2월, 동네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고 한 달 간 약물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게 반복됐고, 체중이 2~3kg 줄었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간 초음파 검사를 받아봤더니 담낭에 덩어리가 발견돼 곧바로 중앙대병원에 내원했습니다.


CT(컴퓨터단층촬영)검사 결과, 암이 의심돼 빠르게 수술 일정을 잡았습니다. 중앙대병원은 암 환자 패스트트랙 진료 시스템이 있어 각종 검사와 수술까지 최단 기간에 마칠 수 있습니다. 최유신 교수는 “노씨가 겪은 식은땀, 답답함, 소화 불량 등은 비특이적 증상으로 담낭암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다”라며 “암이 아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증상이 나타난 덕분에 담낭암을 발견해 치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극심한 정신적 고통 시달려

담낭암의 표준 치료법은 수술적 절제입니다. 종양의 위치, 침윤된 정도에 따라 담낭만 절제하는 담낭절제술과 담낭암이 전이된 간을 포함한 주변부를 함께 절제하는 확대 담낭 절제술로 나뉩니다. 2015년 3월, 확대 담낭절제술을 받았습니다. 2.5cm 크기의 종양이 깊게 침윤돼 담낭과 주변 간 조직 일부, 림프절을 함께 절제했습니다. 수술 결과, 담낭 점막에 있던 암이 근육층까지 침범해 간, 림프절에 전이된 상태인 담낭암 3기였습니다.


노씨는 주변에 암을 겪은 지인이나 가족이 전혀 없어 암에 대해 무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암이라는 사실이 더 두렵게 느껴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죽을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에 돌아와 보험을 전부 해약하기도 했습니다. 수술 후에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요양병원에 입원했고, 7개월간 요양병원과 중앙대병원을 오갔습니다. 힘들어하는 노씨를 본 최유신 교수가 정신건강의학과 협진을 의뢰해 한 달간 우울증 치료를 받도록 했습니다. 그 당시 노씨는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가장 괴로웠다고 합니다. 최 교수는 노씨에게 “있는 그대로 평상시처럼 생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끊임없이 말해주었습니다. 그 후, 몸을 바쁘게 움직이며 암 진단 후 그만두었던 일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노씨는 젊을 때부터 주방 보조, 가사 도우미 등 많은 일을 쉬지 않고 해왔습니다. 그는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인 것을 우울감 극복의 원동력 중 하나로 꼽습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교회에 다니기 시작해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증상이 점차 나아졌습니다. 주치의에 대한 신뢰가 더욱 쌓이는 계기였습니다. 앞으로 몸이 완전히 건강해질 때까지 최 교수만 믿고 따르며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약물 부작용으로 항암 중단하기도

2015년 4월부터 7월까지 시스플라틴, 5-FU 보조 항암요법을 6회 받았습니다. 남아 있는 암을 제거하는 치료 목적의 항암이 아닌 재발, 전이를 방지하기 위한 항암 치료였습니다. 그런데 항암 치료가 끝나고 2년 뒤, 암에 대한 반응을 나타나는 수치인 종양표지자(CA19-9)가 77까지 상승했습니다(정상수치 37 이하). 2018년 1월, 수치가 118까지 상승했고 복부 쪽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 결과, 악성 종양이 발견되지 않아 계속 추적 관찰하던 중, 종양표지자 수치가 727.1까지 뛰어 추가로 젬시타빈, 시스플라틴 항암 치료를 6회 더 받았습니다. 


노씨는 첫 번째 항암 치료 후, 지연성 약물 과민반응이 나타나 피부 발진 및 가려움, 구역감, 급격한 체력 저하 등에 시달렸습니다. 당시 너무 힘들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항암 도중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도중에 치료를 중단하기도 하고 교회에서 예배를 볼 때나 지하철을 타고 가다 쓰러진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최 교수는 항암 치료를 포기하겠다는 노씨를 붙잡아 잘 이끌어주었습니다. 거부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암제 용량을 줄이고 스테로이드를 쓰는 탈감작요법으로 항암을 진행했습니다. 두 달을 예상했던 항암 치료는 네 달 반이 소요됐습니다. 그래도 항암 치료 효과가 좋아 종양표지자 수치가 점차 감소했습니다. 2018년 7월, 종양표지자 수치가 66까지 떨어졌고, CT 결과가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또 한 번의 재발

그런데 또 한 번의 힘든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2018년 8월, 종양표지자 수치가 또 120까지 상승했습니다. 림프절에 1.1cm 크기의 전이가 생겼습니다. 최유신 교수는 노씨에게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외과, 내과, 병리과 등 여러 진료과 의료진과 다학제 진료를 진행했습니다. 최 교수는 “항암 치료로 사라졌던 종양이 치료를 중단하자 다시 재발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항암 치료는 더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돼 방사선 치료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2018년 9월부터 한 달 간 방사선 치료를 30회 받았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종양표지자 수치가 10으로 떨어졌습니다. 노씨는 방사선 치료를 끝으로 더 이상의 재발, 전이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2023년 9월 종양표지자 검사 결과는 4입니다. 


<환자 인터뷰>

-치료 과정에서 수차례의 고비가 있었는데 어떻게 이겨냈는지?

“암을 진단 받았을 때부터 모든 게 쉽지 않았습니다. 감기조차 잘 안 걸리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자부했는데 갑자기 담낭암을 진단 받으니까 무척 헤매게 되더라고요. 암 진단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하다보니까 우울증도 생기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교수님께서 항상 긍정적인, 신뢰할 수 있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 저희 교수님만 믿고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연습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울증이 생겼을 때 요양병원에 입원했었는데, 그 기간동안 정말 많은 암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온갖 말들을 다 들었습니다. ‘암에는 어떤 음식이 좋다’, ‘숲으로 들어가서 치유해야 된다’부터 시작해서 ‘넌 예후가 좋지 않아 보인다’는 식의 저를 흔들리게 하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때도 괜찮을 거라는 최 교수님 말만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기 시작하니까 왠지 전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주치의와의 관계가 돈독해 보입니다.

“종양표지자 수치가 여러 번 올랐는데 매번 정말 힘들었습니다. ‘나는 해봤자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힘들었고, 항암 부작용도 너무 힘들어 저도 모르게 치료를 포기할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병원에 치료 결과를 들으러 올 때면 ‘또 수치가 나쁘진 않을까’하는 걱정에 울렁증이 있었는데 그런 저를 매번 안심시켜 준 것이 최유신 교수님입니다. 진료 순서를 기다릴 때부터 살짝 열린 문틈으로 제게 엄치를 척 치켜 올려주셨습니다. 아직까지도 저희들만의 사인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교수님 얼굴만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지금은 정말로 건강해진 상태입니다.”


-일을 꾸준히 하고 계신데 암 환자로서 사회생활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암에 걸려도 내가 못 할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항암 치료로 머리가 다 빠졌을 때도 가발과 모자를 쓰고 나가서 일을 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몸을 계속 움직인 덕분인지 암 진단 후에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체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고된 치료 후에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몸이 좀 피곤하면 바로 휴식을 취하는 등 제 건강도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다른 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딱 한 가지만 강조하고 싶습니다. 주치의만 믿고 따르면서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암 진단 전에는 조금만 안 좋은 일이 생겨도 깊이 빠져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곤 했습니다. 그런데 암에 걸리고 난 뒤 되돌아보니 스스로를 엄청 갉아먹는 행위더라고요. 항상 나는 괜찮을 거다,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최유신 교수>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최유신 교수 ./사진=신지호 기자

-국내 담낭암 치료 현황은? 

“담낭암·담도암은 국내 유병률이 9위에 해당되는 암으로, 환자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낮은 유병률로 인해 연구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라 다른 소화기암보다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아직 특화된 항암제가 개발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최근, 담낭암을 병기에 따라 세분화해 생존율 분석하고, 치료 방법을 비교하는 등 최적의 치료법과 항암제를 찾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전체 분석을 통한 효과적인 표적치료제 연구도 진행 중이라 앞으로 예후가 더 개선되리라 기대합니다.”


-치료 중 어려움은 없었나요?

“노씨는 진단 당시 담낭암이 많이 진행돼 간, 림프절까지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상당히 예후가 불량한 담낭암 3b기였는데요. 수술 후 항암 치료 효과가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림프절 전이가 다시 나타나 치료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종양표지자 수치도 급격하게 상승해 불안한 마음이 크셨을 텐데도 다행히 의료진을 믿고 치료를 잘 따라주셔서 결국 수치가 안정화되고 건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노씨가 암을 이겨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의료진을 향한 신뢰와 긍정적 사고입니다. 그 덕분에 위기를 넘기고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약물 과민반응이 나타났을 때라든지, 갑자기 쓰러졌을 때라든지 힘든 상황이 많았던 환자분인데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매번 잘 받아들이면서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셨습니다. 치료 기간이 길어져 예상보다 오랜 기간 암과 싸우셨는데도 잘 이겨내고 너무 건강해지셔서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분입니다.”


-담낭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암 중에는 흡연, 음주 등 본인의 안 좋은 생활습관이 원인인 암이 있습니다. 그런데 담낭암은 그런 환경적인 요인이 위험 인자가 되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그러니 암에 걸렸다고 자기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거나 스트레스 받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암은 생사와 연결된 질환이라서 진단 후 우울하고 힘드실 수 있는데, 가능한 한 일상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시면 좋겠습니다.” 


/최지우 기자 cj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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