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보내는 편지>
“예술로 삶을 풍성하게…
암이 잊혀집니다”
VOL.27 (화·수·목·금 발행)
2022-05-26

지난 한 주, 어떻게 보내셨나요? 혹시 우울하진 않으셨는지요.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의 어려움은 ‘캔서 블루(암환자의 우울)’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입니다. 오늘은 암에 걸렸어도 암을 잊는 방법, 우울의 늪에 빠지지 않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 취미

암에 걸리면 ‘언제쯤 나을까?’ ‘암이 커지면 어떻게 하나’ ‘내가 떠나면 우리 아이들은 어쩌지’ ‘말기가 되면 고통이 크다던데’ 같은 걱정들로 마음이 힘들고 불편해집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상상하고 앞당겨서 우울해지는 겁니다. 많은 암 환자들을 보면서 그들의 이런 걱정을 충분히 경험하고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환자분들의 이런 마음을 바꿀 수 있을지 아주 많이 고민을 했고요. 곰곰이 생각하고 여러 방법을 시도한 결과, ‘취미생활’이 답이 될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취미에 집중하고 있을 때 암환자들의 얼굴에 활력이 생기고 행복이 차오르는 사례를 많이 봐왔습니다.


암환자들이 가지면 좋은 취미생활은 무엇일까요? 노래 부르기, 음악 감상하기, 운동하기, 스포츠댄스 배우기, 그림 그리기, 미술작품 감상하기, 책 읽기, 일기 쓰기, 글쓰기, 수집하기, 반려동물 키우기, 화초 가꾸기, 공예품 만들기 등을 추천합니다. 이런 활동들 중 자신과 잘 맞을 것 같은 것을 한 가지씩 시도해 보면 됩니다. 여기에 하나 팁을 드리자면, 평소 동적인 일을 많이 하다가 암에 걸렸다면 정적인 취미생활을 갖는 것이 좋고, 정적인 일을 하다가 암이 발생했다면 동적인 취미생활을 가져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지요.

이병욱 박사의 작품
황량한 삶에 ‘그림’을 더했더니…

의사들은 암에 잘 걸리는 집단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삶 자체가 스트레스입니다. 저는 아마도 가만히 두었다면 쉽게 흥분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반갑지 않은 정치 뉴스를 볼 때마다 화를 내는 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의사 이병욱이 개인 이병욱을 관찰했을 때, 집단 화병 환자 중 한 명에 속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취미 하나 없던, 취향이 빈약한 50대 남성. 무엇을 하든 ‘왕초보’이기에, 시작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관심이 가는 건 많았지만 시간 제약 또한 많았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마음대로 그리기’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건 악기를 배우는 것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았습니다. 다루기 쉬운 아크릴 물감과 캔버스를 사서, 많은 화가들 중 행복한 그림, 그렸을 때 기쁠 것 같은 화풍의 작가를 골라 무작정 따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행복감을 느꼈고, 그래서 더 꾸준히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 제 그림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습니다. 그림 덕분에 병원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많은 분들이 칭찬해 주기도 합니다. 용기를 내 ‘이병욱의 행복한 그림전­암 치료 기금 마련 전시’도 열었습니다.


“풍부한 색채가 삶을 풍성하게 채워”

그림을 그리다 보면 세상에 대한 산만한 마음이 어느새 정화돼 있습니다. 홀로 조용히 묵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작가들의 그림과 사진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예술에 대한 안목도 깊어졌습니다. 취미 하나 없던 황량한 삶에 충만감의 물길이 트인 것입니다. 미국 엠디앤더슨 암센터에서 암환자들이 찰흙을 빚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평온함을 경험한 바 있었지만, 예술이 이렇게나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고 삶을 풍부하게 해줄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그림을 그려 보니 풍경을 보는 관점도 바뀌었습니다. 풍경 하나하나가 풍부한 색채입니다. 라벤더 꽃밭, 들꽃 한 송이, 하늘, 땡볕, 가로수 모두가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오감을 자극하니 삶은 그만큼 드라마틱 하게 변했습니다.


암환자들에게 오감 자극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면역치료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로 인해 놓칠 수 있는 생의 풍성함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색채 또한 바람이나 햇빛과 같은 자극입니다. 색은 내면 깊숙이 파고들어 감정에도 작용합니다. 푸른색은 시원한 수평선을, 초록은 그늘을 드리운 아름드리나무를, 붉은색은 이글이글한 태양의 생명력을 느끼게 합니다. 시각적 자극은 통증에만 익숙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어줍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행복하고 생기 넘치는 그림을 그리거나 감상하면 좋겠습니다.

이병욱 박사의 작품

밝고 생동감 있는 취미 골라야

꼭 그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혼자 조용히 노래를 불러보세요. 요즘 유행하는 트로트도 좋고, 성가나 찬송가도 좋습니다. 전혀 해보지 않았던 운동에 도전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요리를 하거나 낚시를 할 수도 있겠지요.

다만 취미생활을 즐기기 전에 꼭 기억해야 할 게 있습니다. 지나친 중독을 조심해야 합니다. 취미가 삶을 풍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돼야지, 취미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 안 됩니다. 자는 시간, 쉬는 시간도 없이 취미에 집중하면 피로가 쌓여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내기 골프, 도박, 고스톱, 과다한 수집 등 몸을 피곤하게 하는 취미생활도 좋지 않습니다. 밝고 건전하고 생동감 있고 행복한 취미생활을 고르시길 바랍니다.


취미를 매개로 가족 간 사랑 돈독히

암환자의 가족이라면 환자와 함께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고민해 보세요. 취미 활동을 통해 대화하고 격려하고 칭찬하며 환자를 보살필 수 있습니다. 함께 즐기다 보면 암에 대한 스트레스도 낮출 수 있습니다.

더 늦지 마세요. 우울을 잊게 하고 활력을 부르는 취미생활을 지금부터라도 찾으세요. 항암 주사를 맞는 2~3시간 동안만이라도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보세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집어 들거나, 무엇을 그릴지 구상하는 것도 좋습니다.

취미생활을 통해 가족 간의 사랑을 나누고, 여한이 남지 않도록 즐거운 추억을 쌓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도 축복하고, 사랑합니다!


/이병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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