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보내는 편지>
원칙을 세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VOL.296 (화·수·목·금 발행)
2023-09-21

암 치료를 받을 때 환자나 보호자는 이리저리 휘둘리기 쉽습니다. 암이라는 병이 낯설고, 삶을 압도하는 큰 병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그러면 본인은 물론, 가족과 의료진까지 힘듭니다. 자기만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병원을 다니며 의사를 만나보고, 천천히 암이 생긴 원인을 돌아보며, 열심히 정보를 찾으면서 자신만의 투병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휘둘리지 않는 것도 지혜라면 지혜입니다. 물론 낯설고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한 목숨 살리는 데 이만한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투병 과정에서 원칙을 세우는 데 좋은 사례가 될 만한 두 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십여 년 전에 나란히 서울대학교병원장과 부병원장을 지내고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두 사람의 의사가 암에 걸려서 투병한 기록을 책으로 냈는데, 그 주인공이 H박사와 K박사입니다.


이병욱 박사의 <Rainer Mountain> 41.1X53.0cm Acrylic on canvas 2020


방사선과 출신의 H박사는 직경 14cm 간암 수술을 한 뒤에 2개월 만에 폐로 전이됐습니다. 간암의 사이즈도 너무 컸고, 전이도 빨랐습니다. 6개월 살겠다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웬걸 H박사는 5년을 무사히 넘기고 그 뒤로도 건강했습니다. 그는 ‘무책이 상책’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병원에서 하는 기본 치료 말고는 한 게 없다는 말입니다. 평소에 꾸준히 먹어온 홍삼과 매일 먹던 비타민도 암에 걸리고 나서는 딱 끊었습니다. 녹용 같은 한약은 일절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정신적으로도 분노와 적개심을 갖고 암과 싸우다 보면 평정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오래 참으면서 잘 지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암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해야 할 병으로 삼고 건강히 살면서 꾸준히 지켜보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습니다. 전적으로 암 치료 매뉴얼만을 따른 치료였지요. 암 치료에 있어서는 무엇인가를 ‘더’ 하는 것보다 ‘덜’ 하는 게 힘들 수 있는데 의지력으로 억제했습니다.


이에 반해 K박사는 보완통합의학의 도움도 받으면서 투병했습니다. 투병을 하면서도 주치의 일을 계속했고, 암과 투병하는 사람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강의를 하는 등 활발하게 생활했습니다. K박사는 암 환자로서는 매우 독특한 경우였습니다. 그는 26세, 51세, 65세 세 번에 걸쳐 암에 걸렸습니다. 그 부위도 매우 컸습니다. 수술로 정면 돌파는 하면서, 불필요한 조직을 최소한으로 절제하고, 주변 조직도 알맞게 절제했습니다.


수술을 할 땐 보통 퍼져 있을 암세포를 감안해 수술 부위를 조금 넓게 잡기도 하고, 장기가 없어서 생기는 불편을 고려해 최소화하기도 합니다. 대장암, 십이지장암, 간암 이렇게 세 번에 걸친 수술을 하다 보니 그의 몸에는 ‘최소한의 장기’만 남았습니다. K박사의 치료에서 특이한 점은 항암제를 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6세인 1957년에 첫 번째 수술을 받았는데, 엄청난 대수술이었습니다. 이때는 항암 치료가 없었습니다. 두 번째 십이지장 수술 후에는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없었고, 세 번째 간암 수술 후에는 본인의 의지로 거부했습니다. 화학요법은 사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데, 본인은 화학요법이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내린 판단이었습니다. 암 치료에 있어서 환자가 그런 판단을 할 수 있게끔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K박사의 주장입니다.


보통 성공적으로 투병한 사람들의 수기가 알려지면 그 다음은 따라 하기 열풍이 붑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에게 잘 맞았다고 해서 나에게도 잘 맞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투병에는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성격의 특수성, 암의 경과, 신앙 유무, 가족과의 관계, 의료진과의 관계, 환자의 의학 지식, 심리 상태, 치료 중 순간순간의 선택이 투병에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그것을 간과한 채 누군가에게 옳은 것이 자신에게도 적용되리라고 착각하는 것이죠.


환자와 가족은 주변에서 많은 조언을 얻고, 직접 발로 뛰어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만의 투병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누구도 같은 상태인 경우는 없습니다. 고부간의 갈등만 해결돼도 몸이 덜 아픈 사람이 있고, 식습관만 고쳐도 더 건강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K박사가 강도 높은 운동, 웃음과 농담을 즐기는 여유, 육식 채식 가리지 않고 넉넉한 양의 식사를 하며 암을 이겨나갔다면, 그것은 그만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그는 고기도 잘 먹었고 일부러 식사를 충분히 잘 했는데, 이는 흡수할 수 있는 장기가 적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H박사의 의지는 일반인은 흉내 못할 그만의 강인한 정신력에서 나온 겁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맞추려 하다 보면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부디 자신만의 원칙을 바르게 잘 세우고 암을 관리하길 바랍니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암 치료 매뉴얼을 들라고 한다면, 첫째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암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는가, 둘째 의학적 처치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적정하게 순간순간 이뤄지고 있는가, 셋째 가족 간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가, 넷째 환자의 마음 상태가 감사와 사랑을 느끼며 평온한가, 다섯째 필요한 영양소를 제대로 보충하고 있는가, 여섯째 목적이 있는 건전한 삶을 이어가는가, 일곱째 신앙으로 힘을 얻는가, 여덟째 주변에 믿을 만한 의사가 있어서 가족과 함께 투병해주는가, 아홉째 불필요한 통증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열 번째 보람 있게 시간을 쓰고 있는가. 이렇게 열 가지 항목을 늘 생각하고 틈틈이 체크하는 것입니다.


이 모두를 염두에 두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게 투병의 실체입니다. 이왕이면 간결하고 지키기 쉽게, 치료 과정에 따라 융통성 있게! 이것이 올바른 투병의 길입니다. 항상 여러분을 축복하고, 사랑합니다.


/이병욱 드림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나아가, 암을 현명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아미랑과 함께하면 마음의 평안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