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당신은 가족에게 정말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VOL.291 (화·수·목·금 발행)
2023-09-13

암 투병 중인 환자분들과 미술치료를 하다 보면 참 흥미로운 것이 있습니다. 미술치료 주제를 여행, 추억, 행복 등 다양하게 드려도 결국 환자분들은 항상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신다는 겁니다. 남편과 함께 갔던 제주도 여행, 아이들 어렸을 때 무릎에 앉혀 놓고 책 읽어주던 추억 등 가족을 향한 사랑, 미안함,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 등을 말씀하십니다. 


‘가족’은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존재, 가장 나를 잘 알지만 그래서 날 가장 아프게 하는 존재로 표현되곤 합니다. 아마도 누구에게나 가족은 참 다양한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복잡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김태은 교수의 그림.


많은 분들이 제 손을 잡고 “아파보니 정말 새롭게 알게 되는 것, 이제야 보이는 것이 있어요”라고 하시며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이 사무칠 정도로 느껴진다고 말씀하십니다.


무뚝뚝하고 다정한 거 하나 없다고 생각했던 퉁명스럽던 남편이 내가 아프다는 걸 알고 울더라, 지 아빠 닮아 차갑기가 말도 못했던 아들이 내 항암 스케줄 딱딱 기억하고 항상 차로 날 태워주더라, 공부 하나 안 하고 자기 외모 꾸미는 것에만 밤낮 신경 쓰던 철딱서니 없는 고등학생 딸이 걱정 말라면서 내가 없는 집안을 똑순이처럼 챙기더라….


그러면 저는 웃으면서 말합니다. “와 반전을 보여주는 가족의 모습이네요,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난 걸까요?” 속사포처럼 쏟아내던 남편과 자녀들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멈추고 생각에 잠깁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말씀을 하시죠.

 

“마누라 죽을까봐, 엄마가 죽을까봐 겁난다고. 그러니까 치료 잘 받으라고….” 이 말씀을 하면서 분명히 환자분은 자신이 가족들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셨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말씀드립니다. “가족들에게 환자분이 정말 소중하고 귀한 존재니까. 그동안 가족을 위해 희생하신 것들을 가족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함께 노력해주는 거네요. 당연한 것이 아니죠.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짧은 미술치료 시간을 통해 환자는 그동안 자신이 갖고 있던 가족에 대한 시각을 전환하고 새로운 가족 관계를 그려냅니다. 그 분의 가족을 초대하여 함께 진행하게 된 가족 미술치료에서 가족들이 나무를 그리고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나뭇잎을 표현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앞머리를 동그랗게 말고 앞장서서 그림을 그려나가는 딸, 그 옆을 보조하는 아들, 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남편, 그리고 그 장면을 놓칠라 사진 찍기 바쁜 환자분의 모습까지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그림이 완성된 뒤 이전보다 사랑을 더 많이 표현하는 가족으로, 더 소통하는 가족으로 성장하기로 약속합니다. 가족의 사랑이 질병의 여정 가운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서로의 존재에 감사합니다. 


사람은 사람 속에서 위로를 얻는 존재입니다. 내 옆에서 함께해주는 존재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주세요. 미안한 마음도 감사한 마음도 사랑하는 마음도 모두 표현해주세요. 그래야 더 강해지고, 더 단단해집니다.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김태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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