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보내는 편지>
삶의 질을 누릴 때
인간은 좌절하지 않습니다
VOL.284 (화·수·목·금 발행)
2023-08-31

항암 치료는 중요합니다. 다른 곳으로의 전이를 막아야 하고, 남아 있는 암의 사이즈도 줄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환자와 보호자에게 돌아간다는 것 역시 중요한 사실입니다. 환자는 이 치료를 버틸 수 있도록 육체적, 정신적, 영적 기력을 끌어 올려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는 외로움과 막막함을 느낍니다.


의사가 항암 치료의 부작용 등을 잘 설명해주더라도 늘 질문은 남습니다. ‘과연 이게 최선일까?’라는.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몸 상태의 변화가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인지 치유의 과정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통증과 부작용이 수시로 찾아오면 절망도 수시로 찾아옵니다.


이병욱 박사의 <AI시대 일상> 72.7X72.7cm Acrylic on canvas 2023


남편의 손을 잡고 찾아온 여자 환자 분이 있었습니다. 폐암 4기였고, 먹는 항암제로 치료하고 있었습니다. 그 분은 다른 암 환자와 마찬가지로 영양 부족에 특히 물이 아주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피부가 푸석거렸고, 황달은 없는데 손끝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으며 특유의 입 냄새가 나는 것을 보아 상태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는 물도 삼키기 어려운 연하장애도 겪고 있었습니다. 폐암의 경우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식도가 섬유화 되는 손상을 입습니다. 손상이 적으면 곧 회복되지만 손상이 심하면 연하장애가 옵니다. 다행히 물은 못 마셔도 과일은 먹을 수 있었습니다. 조직 자체에 문제가 있기보다 물이 넘어갈 때 꿀떡 하는 그 느낌을 견디지 못하는 모양이었습니다.


항암제를 투여 받고 있기 때문에 물을 충분히 보충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먹기에 좋은 음식 위주로 무조건 먹으라고 했습니다. 우선 먹어야 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 환자 분이 그랬습니다. 잘 먹으면 배변도 매끄럽게 진행될 터였습니다. 무엇보다 나쁜 것은 수면이었습니다. 폐암 환자들은 특히 잠을 잘 못 잡니다. 통증과 함께 숨 쉬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잠들면 눈을 뜨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도 다른 사람들보다 큽니다. 마사지나 목욕 등으로 심신을 안정시키라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2주 뒤에 다시 왔을 때 환자는 피부가 벗겨지고 물집이 생겨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먹는 항암제의 전형적인 부작용이었습니다. 환자들은 전신에 나타나는 부작용을 무서워합니다. 그러잖아도 겁이 많은 그 분은 죽을병이 아닌지 두려움부터 느꼈습니다. 여기에 항암제로 인한 메스꺼움, 불편함이 환자의 마음을 덮쳤습니다. 석 달 뒤에는 항암제 부작용으로 손 떨림 증상까지 왔습니다.


먹고 자고 배설하고 걷는 행동이 될 때 치료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의 질을 누릴 때 사람은 좌절하지 않습니다. 암의 사이즈가 작아지는 것이 무조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삶의 질을 우선시해서 면역치료를 하다가 암의 사이즈가 줄어들 수 있지만, 암의 사이즈를 줄이기 위해 처치를 하다 보면 삶의 질은 망가지고 죽음을 재촉하는 결과가 올 수 있습니다.


환자는 무섭다며 더 이상 항암 치료를 못 하겠다 선언했습니다. 보호자도 이에 동의했습니다. 그때부터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면역치료만을 했습니다. 손 떨림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일상은 훨씬 편해졌고,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도 덜었습니다.


면역치료만 한 지 넉 달 뒤에 병원에 가서 CT로 확인해보니 폐의 상태도 훨씬 좋아져 있었습니다. 항암 치료를 하다가 중단할 경우 암세포가 커진다고 믿지만 그것은 모르는 일입니다. 아마 계속 항암 치료를 이어갔다면 환자가 견디지 못 했을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여생을 얼마나 편하게 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더 나은 결과를 볼 수 있지요. 환자는 그 후로도 6~7개월 이상을 더 살면서 자녀들과 손주들과 삶의 마무리를 함께 지어나갔습니다. 수술 후 두어 달 버틸 것이라고 했는데, 이후 1년을 사신 겁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의 삶이 환자에게 큰 의미가 있을까요? 살아 있는 한 스스로 먹고 마시고 대화하고 기도하고 걷고 푹 자는 것, 이런 삶의 질은 중요하지 않은지 한 번 쯤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늘 여러분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이병욱 드림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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