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변하지 않는 것은
널 사랑하는 마음
VOL.283 (화·수·목·금 발행)
2023-08-30

여름이 되면서 이곳저곳에서 소아암을 진단받은 아이들을 위한 캠프 등 다양한 활동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은 아픈 아이들의 컨디션을 살피면서도 다양한 활동에 내 자식이 빠지지 않도록 열심히 아이들을 챙기면서 다니십니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부모님들을 뵈면 외부로 드러나는 표정이나 행동은 모두 다르지만 내면에 갖고 있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불안과 긴장입니다. 입 꼬리를 올리고 웃고 있어도 가슴이 콩닥거리고 좀 쉬어야지 하고 누워있어도 몸의 긴장을 풀기 어렵습니다. 아픈 아이를 돌보는 부모님들이 함께 모여 계시면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지지가 되곤 하는데요. 그 사이가 얼마나 돈독한지, 누군가 한 명이 진단받던 때의 이야기를 꺼내면 너도 나도 같이 눈물을 흘리며 위로를 건넵니다. 모두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그 손길과 말들은 결국 자신의 상황을 위로하는 마음과 연결돼 있을 것입니다. 


김태은 교수 제공.


미술치료 시간에 보호자 분들의 말씀이나 행동을 보면 현재 아픈 자녀를 돌보며 어떤 심리상태를 겪고 계신 지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미술재료를 선택하고 작업하는 모든 과정에 주저하고 그림을 그리다가도 지우기를 여러 번 하는 경우, 다른 분들의 작업을 보면서 자신의 것이 자꾸만 초라하다고 불평하시는 경우 등 여러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런 분들 사이에서 유독 말없이 자신의 작업에 몰입하던 한 아버님이 계셨습니다. 오늘은 그분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드리려 합니다.


유리문진에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유리문진을 들어 사방을 바라보면 외부의 다양한 세상의 모습이 비춰지지만 중요한 것은 외부 상황에 따라서 변하지 않는 것이 신념임을 설명하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신념이나 가치를 그림이나 글씨로 표현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너무 어렵다고 하던 어떤 분은 문진 가운데 투병중인 자녀의 이름을 쓰고 그 옆에 건강이라는 두 글자를 적어 넣으셨습니다. 또 어떤 분은 자신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종교적 믿음에 대해 성경 구절을 적어 넣으시기도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땀을 흘리며 작업하신 열심히 작업하신 아버지는 자녀가 태어나기 전 꿨던 태몽인 꽃밭을 그려 넣으시고는 중간에 ‘널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적으셨습니다.


돌아가면서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할 때, 그 분은 “아이가 이제 5살인데 치료가 잘 종결돼 일상생활 적응 중에 재발이라는 소식을 들었고, 다시 치료를 시작했다”라고 했습니다. 치료가 종결됐으니 ‘이제 한글도 좀 가르쳐야지’ ‘사회성도 길러야지’ 하면서 아이에게 갑자기 엄격해졌던 지난 시간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울먹이며 하신 말씀이 참여하신 모든 부모님들께 감동이 됐습니다. “아이의 치료 결과는 부모인 내가 노력해도 변화시킬 수 없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분명하게 깨달은 것은 치료가 잘 되든 어렵든 아이를 사랑하는 그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여기에 표현했어요.”


부모 미술치료를 마치고 병동으로 내려가신 아버님은 투병 중인 아이에게 자신의 다짐인 ‘널 사랑하는 마음’을 새겨 넣은 문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한 올도 남지 않고 입술이 바짝 마르고 건조하고 창백했던 아이는 아빠가 만들어 온 작품과 아빠의 눈을 한 번씩 바라보더니 양팔을 벌려 아빠를 끌어안았습니다. 딸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몸이 아픈 딸의 가슴에 전해지는 장면을 저는 영화처럼 바라보았습니다.


인간의 육체는 질병 앞에 무력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랑은 위대합니다. 아픈 아이를 향한 위로의 마음, 그 진심은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삶을 관통하는 힘이지요. 분명 그 힘을 받아 아이가 건강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사랑 넘치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김태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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