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보내는 편지>
항암 치료 가이드에도
'허점'은 있습니다
VOL.226 (화·수·목·금 발행)
2023-05-18

환자 중에 백혈병에 걸린 일곱 살짜리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유명한 로펌의 변호사로, 아들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녔습니다. 모 재벌 그룹의 전 회장이 암 치료를 했다는 미국 휴스턴 엠디 앤더슨 암 센터를 비롯해서, 몇 군데서 자문을 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의사인 친구의 소개를 받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 아이의 경우 어떤 식으로 치료가 진행될 것인지 충분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제가 추천하는 방법으로 아들의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당장 약물 치료를 하기 위해 국내 병원에 입원했지요. 그쪽에서 자료를 주면 그것을 바탕으로 저는 약물의 양이나 치료의 속도를 조절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호자의 역할이 컸습니다. 병원의 치료 스케줄에 전적으로 맡기기보다 저의 조언을 믿고 약과 치료 횟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아이의 면역력이나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치료를 거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약물 치료를 받아나가면서,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치료법을 병행했습니다.


이병욱 박사의 <세상속에는> 45.5X53.0cm Mixed media 2019


백혈병의 경우 관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2년간 지켜보며 재발을 막아야 합니다. 그 아이는 2년간의 치료를 다 끝내고 무사히 초등학교도 입학했습니다. 다른 아이와 마찬가지로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같이 뛰어놀고, 밥도 먹습니다. 겉모습을 보면 백혈병 치료를 받은 아이 같지 않습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나머지, 부모와 선생님은 공부를 면제해주었습니다. 덕분에 그 아이는 공부도 숙제도 안 하는 ‘특별한 학생’이 되었지요.


이 아이는 함께 약물 치료를 받았던 여러 아이들 중에서 다행스럽게도 암을 이겨 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된 경우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아이들이 치료를 받느라 고생만 하다 대부분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너무 많은 양의 항암제 치료에 아이들이 견디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의사는 분명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을 요합니다. 어떤 경우든 환자의 상태를 먼저 생각하고 판단을 내려야 하지요. 그러나 대부분은 치료 시스템에 의존합니다. 환자를 시스템에 맞추는 셈이지요.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만만찮은 겁니다.


현재 우리가 적용하고 있는 암 치료는 미국의 임상 자료를 종합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치료입니다. ‘이 정도의 나이에, 이런 종류의 암, 이 정도의 단계에서는 이러한 약을 쓰고, 이러한 수술이나 화학적 치료를 했다’라는 그들의 경험인 셈입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인구도 많고 의료 선진국이다 보니 그만큼 방대한 자료를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반대로 생각하면, 그래서 이만한 가이드도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많은 의사들이 이 가이드를 따릅니다. 우리나라의 임상에서도 이 자료를 기준으로 환자의 상태를 보아가며 치료를 하지요. 마찬가지로 저 역시 의학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수술해 왔습니다. 화학 요법의 경우 암 환자의 치료는 28일 단위로 스케줄이 매겨집니다. 1일부터 28일째 날까지 들어가는 약의 양, 약의 종류 등이 미리 나옵니다. 한 가지 약만 쓰는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처방되지요. 암세포를 죽이는 약, 암세포를 죽이는 약의 부작용을 막는 약 등이 스케줄에 따라 투여됩니다.


투약했으면 반드시 혈액 검사 등을 해서 약이 몸에 어느 정도 반응했는지 검사합니다. 아침에 검사하면 저녁때쯤 검사 결과가 나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그 결과가 반영돼 그날의 스케줄이 진행됩니다. 검사 결과 부작용이 심하거나 환자의 상태가 나쁘면 그다음 스케줄 중 하나가 취소되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아주 과학적으로 치료가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간과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첫째, 동양인과 서양인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같은 나이 그룹의 같은 단계 암이라 하더라도 약을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른데 그것까지는 고려되지 않습니다. 처음에 약을 쓰는 강도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너무 세게 써 버리면 그 다음에는 더 세게 써야 합니다. 항암 치료가 무시무시하다고 표현하는 까닭은 한 번 약을 썼을 때 암세포가 죽지 않으면 그 다음번에는 다른 항암제로 바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검사 결과가 너무 늦게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아침 일찍 피를 뽑아 검사하면 오전에 결과가 나옵니다. 담당 의사가 그 결과를 보고 빨리 판단을 내리면 충분히 당일 치료에 반영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채 그날 치의 치료가 끝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는 그 뒷날 반영되는 셈이지요. 그런데 뒷날은 이미 전날의 치료로 검사 수치가 또 다르게 나옵니다.


‘하루 차이가 뭐 그리 클까’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워낙 부작용이 큰 약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떤 약은 한 달에 두 번, 1주일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이런 식으로 스케줄이 짜입니다. 따라서 그날의 검사 결과가 그날 바로 반영돼야 합니다. 특히나 혈액암이나 어린아이처럼 약을 쓰기가 조심스러운 경우에는 더더욱 제때 반영돼야 합니다.


대부분 병원은 이렇게 잘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잘되지 않는 병원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암 치료를 받을 때는 믿을 만한 병원인지 아닌지 잘 고려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을 땐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마세요!


오늘도 축복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병욱 드림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나아가, 암을 현명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아미랑과 함께하면 마음의 평안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