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아프지 않게>
정서적 통증을 관리하세요
VOL.221 (화·수·목·금 발행)
2023-05-10

저는 혈액종양내과 의사로서,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암 환자들을 치료해오고 있습니다. 한 시의 구절처럼 ‘이 세상 정들 것 없어 병에 정들어’ 지내오고 있는 셈입니다. 진료를 하다보면 환자 및 보호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서적인 건강이 중요하다는 점을 점점 인식하게 된 의사 중 한 명입니다.


진료 과정에서 암 환자들을 지켜보면, 이들은 몸이 아픈 것을 넘어서 정신적·사회적 어려움도 함께 겪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정신적·사회적 고통이 크면 간혹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입니다. 암은 진단받을 때부터 충격, 우울, 공포, 불안 등의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경험하게 됩니다. 분명 수치상으로는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지던 환자였는데,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습니다.




“몸이 상할 때 마음은 혼자 버려졌고, 그 버려진 마음이 너무나 많아 이 세상 모든 길들은 위독합니다.”


어디선가 스치듯 읽는 구절인데요. 암에 걸린 몸을 돌보느라 미처 챙기지 못한 마음 건강 문제를 겪는 암 환자들에 해당하는 말인 것 같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환자분들의 정서적인 측면을 이해하려 많이 노력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진료 환경에서는 그 분들의 어려움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속한 대한종양내과학회에서 최근, 온라인 소셜 미디어 상에서 암 환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는지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암 진단 후 치료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언급한 2만899건의 검색을 분석했는데요. ‘신체적 어려움’이 차지하는 비율이 52%였고, ‘정서적 어려움’ 검색량은 42%로 신체적 어려움 못지않게 많은 환자들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암 환자들은 치료 초기 과정에서 두려움과 불안을 많이 느꼈고, 치료가 종료된 후에도 재발에 대한 걱정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정서적 문제에 대한 지원을 받는 비율은 낮았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상담이나 약물 복용이 필요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 경우, 암 환자들은 자신을 ‘더 이상 치료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절망감과 무력감으로 이어져 위험한 상황에 다다릅니다.


생사가 걸린 암을 겪는 환자들의 정신 건강을 제대로 돌보는 건, 임상 현장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암 환자의 정서적 문제를 다학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보살피려는 움직임이 많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진을 통해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관리하는 겁니다.


암과 싸우고 계신가요? 그 싸움으로 인해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라면 누구에게든 도움을 요청하시길 바랍니다. 마음 건강을 잘 관리할 때 암 치료 효과도 좋아집니다. 암 치료 효과 증진은 차치하고서라도, 마음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 상담, 명상, 약 복용, 환우들과 소통 등 암 환자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방법이 많이 개발돼 있고 시행되고 있습니다. 막연한 거부감 대신 적극적인 돌봄을 선택하세요. 길다면 긴 암 치료 과정에서 마음 관리 역시 필수로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환자 분들도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대한종양내과학회 임주한(인하대병원 교수)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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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랑과 함께하면 마음의 평안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