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두 시간 걷기…
몸 움직인 덕에 ‘살아있다’ 느끼죠”
<아미랑 인터뷰>
VOL.220 (화·수·목·금 발행)
2023-05-09
위암 4기를 이겨낸 전병준(75·서울시 동작구)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위를 전부 잘라내고 항암 치료를 12회 받는 등 힘든 투병 생활을 겪었지만 지금은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그의 주치의인 중앙대병원 외과 김종원 교수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위암 4기를 극복한 전병준(오른쪽)씨와 그의 주치의인 중앙대병원 외과 김종원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후 불량한 위암 4기 진단

전병준씨는 2018년 10월, 위암 4기를 진단받았습니다. 진단 전 몇 달간 음식을 먹을 때마다 복부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고 입에 침이 많이 고였다고 합니다. 불편함이 지속돼 중앙대병원에 내원했고 위암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11cm 크기의 종양이 위 중앙에서부터 식도 쪽으로 넓게 퍼진 상태였습니다.


전씨가 진단받은 위암 4기는 예후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5년 생존율이 10%로, 종양이 발생한 위치나 궤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입니다. 위는 내부 표면적이 넓어서 종양이 커져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도에서 위로 들어가는 입구,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입구 등 좁은 곳에 암이 생겼을 때만 증상이 비교적 뚜렷합니다. 이때는 음식을 삼킬 때 이물감, 구토, 복부 팽만, 출혈, 혈변, 흑색변, 빈혈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전씨는 위암이라는 말을 듣고는 ‘운도 없이 내가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괜찮을 것”이라는 위로의 말들도 상투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때 주치의인 김종원 교수만이 유일한 의지 대상이었습니다. 전씨가 걸린 암에 대해 상세하고 쉽게 설명해 현실 감각이 살아났다 합니다. ‘이 분 말만 잘 따르고 포기하지 않으면 왠지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위 절제 후 급격한 체중감소

조직검사 결과, 암이 비장 쪽 림프절과 그물막에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그물막은 복부 장기를 감싸는 복막의 층을 말하며 위를 장기에 연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비장은 조혈 작용을 하고 항체를 만들어 신체의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11월, 비장을 포함한 위전절제술을 시행했습니다. 빠른 회복을 위해 복강경 수술로 진행했습니다. 개복수술은 복부 통증을 동반해 수술 후 호흡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합병증 위험이 더 큽니다. 


김종원 교수는 “전씨는 수술 전 혈당 수치가 높아 소화기내과 등 타 과 의료진과 협진해가며 수술을 준비해야 했다”며 “비교적 고령이라서 수술을 안전하게 마치고 수월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서 치료했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1주일 만에 퇴원을 했습니다. 그 후 12월부터 2주에 한 번씩 항암 치료를 총 12회 받았습니다. 


수술은 잘 됐지만, 위 절제 후 이전과 식생활이 달라져 힘들었다고 합니다. 위는 섭취한 음식을 잘게 부수고 저장했다가 소장으로 조금씩 내려 보내는 소화기관입니다. 전씨는 수술 후 위가 없이 식도에서 바로 소장으로 연결된 상태라 식사량을 대폭 줄여야 했습니다. 섭취한 음식물이 소장으로 급격히 이동해 설사, 구토 등을 유발하는 덤핑증후군도 겪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술 한 달 뒤 항암 치료를 시작하자 식욕이 떨어지고 구역감이 심해 체중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위 절제 수술 전 65.8kg이던 체중이 첫 항암 치료 후 60.9kg, 다섯 번째 항암 치료 후 55.5kg로 줄었습니다. 2019년 5월, 마지막 항암 치료를 받을 당시에는 52.3kg으로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몸 써가며 위기 극복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매사에 의욕이 저하되고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들어 고통스러웠습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음식을 먹고 나면 게워내기를 반복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이러다가 죽는 건가’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때, 해군 하사관으로 복무했던 시절을 곱씹으며 치료를 버텨냈습니다. 물 속, 산 속을 오가며 입이 마르도록 힘들게 했던 훈련을 전부 이겨낸 정신으로 암 치료도 버텨내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7년간의 길었던 군 생활과 운동으로 다져왔던 체력이 힘든 항암 치료를 버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전씨는 젊었을 때부터 30년간 조기축구회에 소속돼 축구를 즐겨했습니다. 축구를 하다보면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어 매주 빠짐없이 조기축구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암 수술을 받은 후 체력이 많이 떨어져 축구를 못하게 됐을 때 오래된 취미를 잃게 돼 힘들었습니다. 예전보다 활동량은 줄어들었지만 꾸준히 걷기 운동을 하며 체력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인지 잦은 항암 치료로 지친 심신을 극복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박으로 끼니 때우며 버텨

가장 신경을 쓴 건 식사를 조금이라도 끼니에 맞춰 챙기는 것이었습니다. 위암 수술 후, 배가 고픈 것과 배가 부른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일상적인 감각, 욕구가 없어서 밥을 제때 챙겨먹기가 어려웠습니다. 김 교수는 “당시 전씨는 오랜 항암 치료로 치아가 약해지고 음식 맛도 잘 느끼지 못하는 등 감각이 제한적인 상태인데다가 심한 구역감을 호소해 식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과일이라도 조금 먹어보려고 수박을 먹기 시작했는데 목 넘김이 수월했고 다행히 입맛에도 맞았습니다. 장에 자극이 되지 않도록 상온에 둔 미지근한 수박을 매일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입맛이 조금이라도 돌면 밥을 챙겨 먹었습니다. 노력 끝에 2019년 12월, 본래 체중인 60kg로 돌아왔고 현재까지 잘 유지중입니다. 김종원 교수는 “위를 절제한 환자들은 음식이 체내 흡수가 잘 안 돼 섭취하는 만큼 체중이 오르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며 “전씨는 항암 치료 부작용을 겪으면서도 식사를 잘 챙기고 노력한 덕분에 본래 체중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2020년까지는 3개월마다 정기검진을 했고, 이후에는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재발, 전이 소견 없이 매우 건강한 상태입니다. 이대로 건강이 잘 유지된다면 5개월 뒤인 2023년 10월, 완치 판정을 받게 됩니다.


<전병준씨>


전병준씨./사진=신지호 기자


-암 진단 전후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요즘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두 시간 동안 10km 정도를 걷습니다. 암 진단 전에는 조기축구회에 소속돼 있는 등 축구를 즐겨했습니다. 그런데 무릎 관절 부상, 암 수술 등으로 축구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대신 건강 회복을 위해 걷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걸음마를 내딛기 시작한 아이처럼 힘들었습니다. 체력이 이렇게까지 떨어졌나 싶어 이를 악물고 열심히 걸었습니다. 지금도 걷고 돌아오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지만 몸이 오히려 가볍고 좋습니다.”


-스스로 규칙을 세운 게 있다면?

“김종원 교수님이 말하신 대로, 식생활에 특히 신경 썼습니다. 국물이나 면 요리는 멀리하고 음식은 적은 양을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었습니다. 암 진단 후부터 지금까지 외식은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먹을 총량을 정해놓고 3분의 2는 아침에, 3분의 1은 저녁에 나눠먹습니다. 매일 오전 10시 반에서 11시 사이에 첫 끼를 먹고 7시 반쯤 저녁을 먹습니다. 식사 중간에 속이 좀 허할 때는 찐 밤을 10~15알 챙겨먹습니다. 이렇게 규칙을 따르다보니 몸무게가 1kg 이상은 변하지 하지 않고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완치를 앞두고, 어떻게 지내세요? 

“최대한 몸을 움직이며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당구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동작구에 오래 살아서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들이 많고, 조기 축구회 인연이 이어져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젊은 후배들도 많습니다. 지인들과 만나 함께 몸을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취미가 생겨 더 활기찬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하지는 못하지만 매주 두 세 번은 지인들을 만나 당구를 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낮 시간에 집에 누워 낮잠을 자거나 하루 종일 쉬는 게 전부였는데 새로운 취미가 생긴 덕분에 조금이라도 더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암 투병 중인 다른 환자들에게 한 마디.

“암을 이겨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래서 죽는구나 저래서 죽겠구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은 떨쳐버리세요. 내가 최선을 다해서 하는 데까지 해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암에 걸려 힘드시겠지만 ‘이것쯤이야’라고 생각하며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의지를 갖고 몸을 움직여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중앙대병원 외과 김종원 교수>


김종원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국내 위암 치료 현황은?

“위암은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 등 최소 침습 수술로 치료되는 추세입니다. 위절제술 후 흔히 나타나는 합병증인 덤핑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는 유문보존 수술도 시행됩니다. 이외에 표적 치료제, 면역관문억제제가 도입돼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복강 내 항암제를 주입하는 치료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효과가 뛰어난 치료법이 많이 개발됐지만 위암은 조기 발견과 예방이 매우 중요합니다. 위암 유발 원인이 될 만한 요인을 차단하고 정기검진을 꾸준히 받아야 합니다. 짠 음식, 탄 음식, 저장식품 등의 섭취를 피하고 흡연, 음주 등도 멀리하는 게 좋습니다.”


-전병준씨가 암을 이겨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위암 4기로 진단받으신 후에도 담담하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셨습니다. 보통 암 진단을 내리면 당황하거나 불안해하는 분이 많은데요. 의료진의 치료 방침대로 잘 따라주셨습니다. 연세가 있으셔서 투병 과정이 힘드셨을 텐데 매번 괜찮다며 치료에 잘 응해주셨습니다. 특히 항암 치료를 받으실 때는 구토, 구역 등 부작용이 심하게 오셔서 체중이 많이 빠지는 등 고생을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식사 잘 챙기셨고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려는 노력을 하는 등 체력 관리를 스스로 잘 해주신 덕분에 다른 4기 위암 환자분들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위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생존율은 통계적으로 나온 숫자에 불과합니다. 수치 때문에 미리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세요!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위암 수술을 받으신 분들은 위 구조가 변했기 때문에 올바른 식습관 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병준씨처럼 식생활에 특히 신경을 쓰세요. 천천히 꼭꼭 씹어 드시고 수분이 많은 음식, 자극이 심한 음식은 피하는 게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위암은 국내 발생률이 높은 암이기 때문에 건강한 분들도 꾸준히 정기검진을 하시길 권합니다.” 


/최지우 기자 cj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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