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밥상>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암 환자의 식사법
VOL.217 (화·수·목·금 발행)
2023-05-02

암을 진단 받은 후 빨리 할수록 좋은 일이 있습니다. 바로 감정을 다스리는 일입니다. 국내 한 학회 설문 결과에 따르면, 암 환자들은 신체적 어려움(52%)만큼이나 정서적 어려움(42%)을 많이 겪습니다. 정서적 어려움이란 걱정, 불안 같은 감정을 말하는 것이겠죠. 그 중에서도 음식은 우리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서 정서적 어려움의 원인이 되기 쉬운데요. 저는 암 환자들이 음식만이라도 마음 편히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영양소가 아닌, 셀 수 없이 많은 요소로 이루어진 음식을 매 끼니마다 다르게 먹고 있습니다. 그 음식을 만드는 재료 또한 동일하게 만들어진 기성품이 아닌 자연적으로 다르게 구성된 식재료들입니다. 음식을 먹은 후에는 운동, 약물, 호흡, 스트레스 등 내 몸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일들이 동시에 벌어집니다. 다시 말해, 식품 하나가 순수하게 건강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암 환자에게 특별히 좋은 음식도, 완전히 나쁜 음식도 없다고 말씀드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음식의 종류보다는 ‘식사 패턴’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한 가지 음식으로는 건강과의 연관성이 충분히 보이지 않지만, 어떤 패턴으로 음식 선택하는 지를 살펴보면 건강과의 연관성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마늘, 배추, 시금치, 고등어 같은 식품 각각이 몸에 좋은지 아닌지를 연구로 밝혀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주로 샐러드를 많이 먹는 사람은 생선도 많이 먹는데, 그런 패턴의 식습관을 가진 사람일수록 체중이 덜 나가고 수명이 길다는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블랙번 박사의 서적 ‘늙지 않는 비밀’을 참고하자면, 아무리 저명한 학자여도 아침 식사 때 커피에 우유를 얼마나 넣어야 좋을지, 저지방 우유를 마실지, 토스트를 먹는 것이 나을지, 과일은 당분이 많아서 위험하진 않은지 등을 파악하는 게 어렵다고 합니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걱정은 비단 암 환자만의 고민이 아닐 겁니다. 매일매일 선택한 식품에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유명한 학자도 정확히 알기 어려워하는데, 우리라고 그걸 명확히 알 길이 있을까요? 가끔은 초콜릿이나 케이크 같은 맛만을 생각한 음식을 먹어도, 전반적인 내 식사 패턴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만 않는다면 괜찮을 것입니다.


그러니 매 끼니 뭘 먹을지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현재 나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치료 중인지, 치료가 끝났는지, 다른 치료를 계획하고 있는지와 같은 상황에 따라, 식사 패턴을 조금씩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치료를 앞두고 있을 땐 체력을 끌어올릴 고단백 식품을, 치료 중일 땐 소화가 잘 되는 탄수화물 식품을 잘 익혀 먹고, 치료가 다 끝난 후엔 그간 먹고 싶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속담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눈앞에 보이는 사소한 것들에 매달리기보단, 멀리 넓게 보라는 뜻입니다. 개별 음식에 대한 생각은 조금 내려놓으세요. 전체적인 식사 패턴을 ‘가급적 채소를 많이’ ‘가급적 살코기 위주로’ ‘가급적 소금을 덜 넣어서’와 같은 방향으로 전환시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 음식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조금은 줄어들 것입니다.


/김소영 국립암센터 임상영양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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