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재발한 암도
‘긍정의 말’ 앞에선 무기력
<아미랑 인터뷰>
VOL.155 (화·수·목·금 발행)
2023-01-10

난소암이 세 차례 재발했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이겨내는 중인 오윤영(57·경기도 용인시)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오씨의 주치의인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최민철 교수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윤영씨(왼쪽)와 그의 주치의인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최민철 교수.

빠르게 퍼진 암

2014년도 11월, 오윤영씨는 생리 양이 평소와 달라 분당차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설마 암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결과를 기다렸지만, 난소암 1-C기였습니다. 주위에 암을 이겨낸 지인이 많았고, ‘나만 암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생각하며 의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오히려 소식을 들은 남편이 감정 주체를 못하고 며칠을 펑펑 울었습니다. 남편의 손을 붙잡고 “우리답게 긍정적인 생각만 하자”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여유를 부렸던 탓일까요? 특별한 증상이 없고, 시간적 여유를 내는 게 어려워 수술을 미뤘다가 2015년 2월, 갑자기 배에 복수가 차고 체중이 증가하는 등 몸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다시 내원하자 양측 난소뿐 아니라 횡격막과 비장 쪽까지 암이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난소암 3기로 병기가 조정됐습니다.

그해 4월, 양쪽 난소와 배 안에 퍼진 종양을 최대한 제거하는 종양감축수술을 받았습니다. 이후 9월까지 총 6번의 항암 치료로 남아있는 종양을 전부 제거했습니다. 그런데 10개월 만인 2016년 7월, 난소암이 재발했습니다. 복강경 수술로 간 주변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고 항암 치료를 받았습니다.


항암 치료 후 극심한 뼈 통증

거듭된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온몸 구석구석 뼈가 시리고 아픈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망치로 때리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고 손과 발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잘 때 이불을 끌어오는 것조차 어려워 매일 밤이 서러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삶을 사는 게 정말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내 ‘슬퍼하기만 하는 건 내 몸에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고 생각해 항암 치료 부작용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었습니다. 국립의료원에서 뼈마디 통증에 핵산이 좋다는 내용을 본 뒤, 솔치(청어 새끼)를 챙겨 먹기도 했습니다. 음식뿐 아니라 운동이나 마음가짐 등 여러 방면에서 노력을 하다 보니, 놀랍게도 3~4개월 후 뼈 통증이 사라져 일반적인 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다음 항암 준비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2016년 12월까지 총 6번의 항암 치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거듭된 재발

그러나 암은 오씨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2018년 2월, 난소암이 또 다시 재발했습니다. 추가로 6번의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항암 치료가 끝나고 7개월 뒤 난소암이 세 번째 재발했습니다. 그 당시, 담당교수의 퇴임으로 지금의 주치의인 최민철 교수를 만나게 됐습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한 ‘긍정의 말’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거듭 되뇌던 오씨의 마음 한 쪽에 점점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이때는 가족과 주치의의 힘이 정말 컸습니다. 남편과 아들이 긍정적이고 행복한 말들만 수없이 해줬습니다. 최민철 교수는 이전 수술의 고통이 떠올라 두려워하는 오씨를 안심시키고, 건강해질 수 있다며 끊임없이 격려했습니다. 덕분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골반 쪽에 생긴 종양과 비장, 쓸개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온의 항암제를 복강 내에서 순환시키는 하이펙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 후 항암 치료를 받던 중, 혈액검사에서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습니다. 2019년 9월, BRCA 돌연변이 치료에 효과적인 파프 억제제(린파자) 복용을 시작했습니다. 구역감, 구내염 등 부작용이 심해 2년 만에 복용을 중단했습니다. 치료 중단 후 다행히 전이나 재발 없이 3년 3개월째 건강한 상태입니다.


<오윤영씨>

오윤영씨.

-거듭된 재발에 힘드셨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항상 긍정적인 삶을 산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지만, 암이 계속 재발하는 것만은 제 힘으론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의료진으로부터 ‘경과가 너무 좋다’고 칭찬받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습니다. ‘아 이제는 낫겠구나’라는 생각에 희망도 품었지요. 하지만 그 좋은 수치가 유지되지 않고 뱃속에 종양이 자꾸 발견됐습니다. 세 번째 재발 때는 ‘이제 치료를 받지 말아야 하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당시 힘들어하는 제게 남편이 해 준말이 정말 큰 위로와 힘이 됐습니다.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았고, 넘어지는 수준에서 그쳤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일으켜 세워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치료만 잘 받아달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무한 긍정의 말을 수없이 듣다 보니 정말로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병 기간 동안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

“항암 치료가 힘들 때는 증상 극복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꼭 챙겨 먹었습니다. 고기나 생선을 끼니마다 잘 챙겨 먹으면서 단백질을 보충하고 체력을 끌어올렸습니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토마토, 녹색잎채소도 꼭 곁들여 먹었습니다. 재발을 일으켰을만한 음식은 철저히 끊었고요. 매일 달력에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 적었고 건강 상태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확인하며 투병 기간을 보냈습니다. 음식의 힘 덕분에 큰 부작용 없이 여러 치료들을 버틸 수 있던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은?

“암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에도 ‘이전처럼 나는 그냥 평범한 주부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암에 걸렸다는 생각에 빠질수록 불안하고 힘들어 질 수밖에 없거든요. 암 환자니까 이건 안 해야 된다, 저건 꼭 해야 된다를 굳이 나누지 않았습니다. 평소처럼 가족과 함께 밥도 먹고, 친구들을 만나 카페에서 수다도 떨면서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2019년 이후로는 암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먹는 것도 멈췄습니다. 그저 마음 편히 몸에 필요한 것만 먹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거기에 가족들의 힘이 보태졌습니다. 매일 ‘행복하다’ ‘더 건강해 질 것이다’라고 말해주니 그 말에 동화되면서 정말로 행복하고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여전히 잘 먹고 잘 자면서 암에 대한 걱정은 미뤄두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재발 걱정, 치료 걱정에 잠 못 이루던 때도 있었는데, 미리 걱정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평소에는 마음 편히 지내다가 딱 검진을 하러 가는 날 하루만 걱정합니다. 검사 수치가 좋으면 또 편하게 암 환자가 아닌 것처럼 평범하게 지냅니다. 그래서인지 암도 재발도 이제 저랑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최민철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교수>

최민철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교수.

-국내 난소암 치료 성적은?

“난소암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발견이 어려운 암 종입니다. 70% 이상이 오윤영씨처럼 3~4기에 진단됩니다. 이때는 배에 복수가 차 복부팽만, 식욕부진, 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수술, 항암 치료 등 1차적 치료에 반응이 좋지만, 재발률이 50~80%로 높습니다. 현재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효과적인 ‘파프 억제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전자 변이만 선택적으로 제거가 가능해 난소암 생존율을 높인 표적 치료제입니다. 이외에 면역관문억제제도 활발히 연구 중에 있으며 하이펙(온열항암요법)도 난소암 생존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오윤영씨의 현재 상태는?

“오씨는 마지막 재발 이후, 3년 3개월째 재발이나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2021년 9월, 유지치료를 끝으로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 없다고 판단돼 3개월에 한 번씩 검진만 받고 있습니다. 아직 5년이 되지 않아 의학적 완치 상태는 아니지만, 매번 검사 결과가 좋아서 향후 재발 가능성이 낮은 이상적인 상태입니다.”


-오씨가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었던 건?

“하이펙 시술과 파프 억제제의 치료 시너지가 좋았습니다. 마지막 재발 때, 수술을 통해 재발한 종양을 절제하고 하이펙 시술로 남은 암세포를 제거했습니다. 결과가 성공적이었고, 추후 발견된 BRCA 돌연변이 치료에 파프 억제제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의학적인 치료 외에, 가족들이 긍정적인 에너지가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암과 투병하는 동안 음식을 잘 챙겨 먹는 게 쉽지만은 않은데, 그만큼 가족과 환자 본인의 의지가 남달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투병 중이신 유방암 환자분들께 한 마디.

“난소암을 진단받으면 자책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난소암은 대부분 별 다른 이유 없이 발병합니다. 암에 걸렸다고 자책하거나 스트레스 받지 말고 치료를 열심히 받기를 바랍니다. 의료진이 제시하는 치료를 적극적으로 잘 받으면서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틈틈이 걸으세요. 오윤영씨 사례를 보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최지우 기자 cjw@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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