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서 다행이다”
암을 이기게 해준 무한 긍정의 힘
<아미랑 인터뷰>
VOL.147 (화·수·목·금 발행)
2022-12-27

유방암 2기를 이겨낸 김미향(50·경기도 안산시)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유방암을 진단받았지만, 오로지 가족들만 생각하며 끝까지 암과 싸워 이겨냈습니다. 김미향씨의 주치의인 이대여성암병원 원장이자 이대목동병원 외과 문병인 교수도 함께 만나고 왔습니다.


김미향씨(왼쪽)와 그의 주치의인 이대여성암병원 외과 문병인 교수./사진=이대목동병원 제공


‘나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

2009년 11월, 김미향씨는 목욕하던 중 우연히 유방암을 발견했습니다. 왼쪽 가슴을 만지다가 평소와는 다른, 딱딱한 멍울이 잡혔습니다.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유방암 2기였습니다. 1.5cm 크기의 종양이 있었고 림프절 전이가 된 상태였는데요.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영원히 헤어질 수도 있다는 슬픔 때문에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이내 곧 ‘나라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습니다. ‘내 사랑하는 가족이 아닌 차라리 내게 암이 생겨서 다행’이라는 마음이었죠. 치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암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당시 13살이던 딸아이와 남편을 위해 암을 이겨내기로 다짐했습니다.

왼쪽 유방의 일부만 절제하는 ‘유방보존술’과의 림프절을 모두 절제하는 ‘림프절 곽청술’을 받았습니다.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번갈아가며 시행하는 ‘샌드위치 테크닉’을 진행했습니다. 수술 직후 김씨는 ‘빨간 약’으로 잘 알려진 아드리아마이신 싸이클로포스파미드 복합 항암제를 3주 간격으로 4번 투여했습니다. 방사선 치료를 6주 진행한 뒤, 파크리탁셀 항암제를 3주 간격으로 4번 투여했습니다. 총 33회의 방사선과, 8회의 항암 치료를 시행했습니다.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2010년 8월에 다시 회사로 복귀해 일상을 누렸습니다.


‘웃음과 노래로 이겨낸 무기력감

김씨가 암 투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항암 치료로 인한 무기력감이었습니다. 항암제로 인한 울렁거림, 구토, 두통과 같은 부작용은 그에 맞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 이겨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 고통은 약으로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항암제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기간인 2~4일 동안에는 온몸의 힘이 다 빠지고 살 의욕조차 사라졌습니다. 무서웠다고 합니다. 오롯이 혼자만의 싸움이었기에 무기력감을 감당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암과 싸우기로 결심한 처음의 마음을 떠올리며 무작정 박수를 치고 웃기 시작했습니다. 개그 프로그램을 틀어 놓고 웃기지 않아도 박수를 치며 웃었습니다.

그러던 김씨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준 것은 이대여성암병원 ‘레이디병동’에 마련된 노래 교실이었습니다. 여성암 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보는 레이디병동은 환자가 편안한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넓은 입원실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놨는데요. 그 중 ‘행복바이러스 합창단’이라는 프로그램에 합류해 노래를 불렀습니다. 유방암을 겪었던 선배 환자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함께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회복에 더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5도 2촌’ 생활로 인생의 답 찾아

암 치료를 마친 4년 뒤인 2013년, 김미향씨는 난소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정기 검진에서 작은 크기의 혹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암이 될 가능성은 미미했지만, 또 다시 암과 싸울 수는 없기에 양쪽 난소를 다 제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43세, 젊은 나이에 폐경을 겪었습니다. 매사에 예민해지고 체형도 바뀌며 우울했습니다. 하지만 ‘암도 이겨냈는데 이쯤이야’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힘을 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2019년 9월 드디어 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유방암의 10~20%는 암 발병 후 10년 내 재발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5년이 지나면 완치 판정을 받는 다른 암과 달리, 유방암은 10년 뒤에 완치 판정을 내립니다.

김씨는 유방암을 겪으며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일상 속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도시에서 5일 일하고, 시골에서 2일 머무는 ‘5도 2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충남 안면도에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텃밭과 정원을 가꿀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합니다.


큰 힘이 된 주치의의 “파이팅”

암과 싸우는 동안, 가족 외에도 김미향씨에게 큰 힘이 돼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문병인 교수입니다. 유방암 진단 후 가슴이 먹먹하고 힘들었던 순간부터 무기력함으로 나약해졌던 항암 치료 후까지 문 교수는 항상 김씨 곁에서 응원단 역할을 했습니다. 파이팅을 외치며 웃어주는 주치의의 존재가 암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됐다고 합니다.


김미향씨, 문병인 교수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김미향씨>

김미향씨./사진=이대목동병원 제공


-투병 기간 동안 ‘작은 수첩’을 늘 들고 다녔다던데?

“암 투병 기간 동안 메모하는 습관이 새로 생겼습니다. 몸에 일어나는 이상 반응부터 시작해서 특정 음식을 먹어도 되는지 등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작은 수첩에 적었습니다. 적은 내용은 진료 시간에 교수님께 하나도 빠짐없이 여쭤봤습니다. 저를 암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분이 바로 문병인 교수님이었기에, 그분의 말을 잘 듣고 그대로 실천해야 했거든요. 감사하게도, 귀찮아하지 않으시고 제 마음을 잘 이해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더 안심하고 교수님을 믿고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딸이 이대목동병원에서 근무하신다고요?

“제가 이 병원을 좋아하고 의지했던 이유 중 하나가 레이디병동에 계신 문혜성 간호사님이었습니다. 입원을 위해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그 분이 “환자보다 한 걸음 더 빨리 뛰자”며 주변 간호사 선생님들을 독려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 후에도 무엇보다 환자를 먼저 챙기고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당시 입버릇처럼 ‘병원에 훌륭한 선생님이 계신다’며 중학생이었던 딸아이에게 계속 얘기했나 봐요. 딸은 그 말 때문에 간호사가 돼야겠다 결심했다고 합니다. 2019년에 이대목동병원 간호사로 입사했습니다. 딸이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의료진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은데요?

“문병인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의료진이 저에게 암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셨어요. 진료 시간마다 문 교수님은 ‘환자’가 아닌 제 이름을 정확히 부르면서 안부를 물어봐주셨어요. 한 번도 빠짐없이 ‘파이팅’을 외쳐주셨는데, 그게 저에겐 너무나도 큰 힘이 됐습니다. 걱정할 여지를 주지 않고 ‘완치될 것이니 항상 힘내라’는 말씀을 믿고 따랐습니다. 암 환자는 암을 진단받은 직후부터 수술하기 직전까지 혼자만의 소설을 씁니다. 그 기간이 지옥 같아요. 하지만 오전에 진료 받고, 이후 진행된 조직 검사와 초음파 검사 그리고 수술 예약까지 하루 만에 다 진행됐습니다. 1주일 만에 수술까지 끝났고요. 지옥 같은 기간을 최소로만 겪을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암 진단 전후로 달라진 게 있다면?

“암을 진단받기 전에는 병원을 기피하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가족력도 없고 어린 딸 하나를 키우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죠. 바쁘다 보니 운동도 많이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많이 받았습니다. 그 당시 스트레스가 암을 키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암을 진단받은 후에는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시골로 내려간 것도 그 때문이지요.”


-지금 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께 한 마디.

“교수님께서 늘 제게 해주신 말, ‘파이팅’입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 또한 투병 당시에 자극적인 글과 이야기는 보거나 듣지도 않았습니다. 암 환자는 치료할 때, 고통보다 공포를 이겨내는 게 제일 힘들거든요. 그저 주치의가 하는 말만 잘 듣고 그대로 실천해 보세요. 여러분도 분명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문병인 이대여성암병원 외과 교수>

문병인 이대여성암병원 외과 교수./사진=이대목동병원 제공


-김미향씨가 암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긍정적인 마음으로 항상 웃는 분입니다. 그런 마음가짐 덕분에 암을 거뜬히 이겨냈으리라 생각합니다. 유방암은 다른 암보다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항암제 투여 후에는 난소 기능과 여성호르몬이 감소해 급성 갱년기 증상이 오는데요. 이로 인해 우울증은 물론 심할 경우 24시간 내내 우시는 분들도 봤습니다. 김미향씨는 웃는 모습밖에 안 떠오릅니다.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 웃으며 암을 이겨내려고 노력하신 거죠. 완치 후에도 시골에서 힐링하며 살아가는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태도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유방암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 7계명을 지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골고루 먹기, 청국장 챙겨 먹기, 7시간 숙면하기, 운동하기, 많이 웃기, 휴식 취하기,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기입니다. 운동은 1주일에 다섯 번 한 시간 동안 땀이 날 정도로 해야 합니다.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있는 음식들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석류, 칡, 녹용, 자몽과 같은 음식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암을 이겨내려는 의지입니다.”


-투병 중이신 유방암 환자분들께 한 마디.

“유방암은 ‘완치되는 병’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여성 암 중 발생률이 제일 높지만 10년 생존율이 90%로, 완치가 가능한 병입니다. 병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고 긍정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누구든 못 이길 이유가 없습니다. 나을 수 있는 병이라는 확신을 갖고 치료에 임하세요. 포기하고 싶거나 힘든 순간들이 많겠지만, 그럴 땐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받으세요. 무조건 이겨낼 수 있습니다!”


/김서희 기자 ksh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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