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치료에 지쳐 울다 잠든 그 아이
VOL.132 (화·수·목·금 발행)
2022-11-30

미술치료사로서 처음 만났던 암 환자는 5세 아동이었습니다. 축구선구가 되는 게 꿈인 활동적인 아이였는데요. 이제 막 소아암을 진단 받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시던 보호자의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표정과, 영문도 모르는 채 병원에서 원치 않는 검사와 치료를 반복하던 아동의 화나고 슬픈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낯선 병원과 낯선 의료진 사이에서 아이는 “집에 가고 싶다”며 울다가 이내 지쳐 잠들곤 했는데, 잠에서 깼을 때에는 항상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습니다. 어린 아이가 자신의 병을 이해하고 치료에 협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아이들을 미술로 돕는 방법은 없을까요?


김태은 교수의 그림.


먼저, 아이에게 치료 과정에 대해 미리 알려주세요. 아이가 울어도 괜찮습니다. 낯선 처치들을 갑자기 겪을 때보다 마음은 훨씬 안정됩니다. “내일은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 큰 통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야 한대. 아픈 건 하나도 없는데, 커다란 통에 혼자 들어가는 게 조금 무서울 수는 있겠다. 용기를 내주면 좋겠어.” 검사를 잘 마친 후에는 아이에게 기특하다고 말해주시고, 많이 웃어주세요.


그리고 아이의 질병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아이들은 자신이 아픈 이유가 자기가 저지른 나쁜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만났던 한 아이 중에 “선생님, 저는 지금 제가 왜 주사를 맞고 있는지 알 것 같아요. 칫솔이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 있었는데 씻지 않고 그냥 입안에 넣은 적이 있거든요. 그때 제 몸에 나쁜 병이 들어온 거 같아요”라며 자신의 과거 행동을 자책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죄의식에 빠지게 합니다. “네가 아픈 건 너 때문도 아니고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설명해주세요.


통증을 잊을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도 해주시면 좋습니다. 아이들이 장기 입원하면, 부모님들이 태블릿PC를 아이에게 맡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이 부분이 참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이 병에서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가도 태블릿PC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서 가정 내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병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놀이로는 점토놀이나 종이접기가 있습니다. 그림그리기나 색칠놀이도 추천합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주도적인 작업을 하도록 도와주세요.


몸이 아픈 아이들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낍니다. 매일 아침, 무서운 꿈을 꾸진 않았는지 잘 잤는지 물어봐주세요. 치료 중에 아이들은 무서운 동물이나 유령이 나오는 꿈을 잘 꿉니다. 어둡고 기계 소리만 가득한 병원에 대한 두려움을 지워주시길 바랍니다. 병마와 싸우는 이 공간이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이라는 걸 되새겨주세요. 밤마다 유령 꿈을 꾼다는 아이에게 포근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을 그려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그림 참조>.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건 보호자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는 겁니다. 편안히 쉴 수 있는 심리적, 물리적 공간을 만들어두세요. 아이의 병은 앞에서도 말했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부모님도 휴식을 취해야 할 때가 있고, 커피를 마셔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재충전해야 소중한 자녀를 정성껏 돌볼 수 있습니다. 잠시 쉰다고 미안해하지 마세요.


축구선수가 꿈이라던 다섯 살 소년은 병을 잘 이겨내, 올해 수능시험을 열심히 치렀다는 안부 전화를 제게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아프기도 하지만 회복도 잘 합니다. 회복하는 과정이 불행으로만 채워지지 않도록 삶을 잘 돌보시기를 바랍니다.


/김태은 드림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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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랑과 함께하면 마음의 평안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