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엄마 병원 보내고 집에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VOL.124 (화·수·목·금 발행)
2022-11-16

암 환자들 중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느라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중에서도 어린 자녀를 집에 떼놓고 병원에서 혼자 암과 사투하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오늘은 부모의 질병 때문에 떨어져 지내는 어린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미술치료사인 저는 환자 자녀들의 심리·사회·정서 돌봄을 위해 집을 찾아 미술치료를 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아이들은 특유의 해맑음으로 저를 반기는데, 한편으로는 엄마나 아빠가 아프다는 사실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과 걱정을 갖고 있습니다. 부모가 아프다는 것을 알지만, 치료 방식이나 예후에 대해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일 겁니다. 제가 만났던 초등학교 4학년의 한 아동은 불안감이 심한 편에 속했습니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산만한 행동으로 많은 지적을 받던 참이었습니다. 아이와 얘기를 나눠보니, “엄마가 아프면서도 나에게는 괜찮다고만 얘기하는 걸 보니 큰 병에 걸릴 게 틀림없다. 앞으로 엄마에게 큰 일이 생겨도 나에게는 알려주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엄마나 아빠가 정확히 어디가 아프고, 어떤 치료를 받고, 언제쯤 돌아올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입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현실을 설명해주면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환자(부모)의 사랑의 증표를 하나 남겨주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만나면 부모와 떨어져 있을 때 무엇이 가장 그리운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려 보지요. 보통은 일상적인 행동을 많이 그리워합니다.


“학원 버스에서 내릴 때 아빠가 항상 신호등 앞에 서있었어요. 저를 보면 아빠가 ‘우리 딸 수고했어’라면서 꼭 안아주셨어요. 그러면 학원에서 쪽지 시험 잘 못 본 것, 선생님한테 혼난 것도 다 잊을 만큼 편안해졌어요.”


“엄마는 아침에 꼭 누룽지를 끓여주셨어요. 달걀 프라이를 해주시는 날도 있었지만 엄마가 저를 깨울 때 나는 누룽지 냄새가 정말 좋았어요. 엄마가 집에 오면 제가 누룽지를 끓여드리고 싶어요.”



오늘은 제가 한 환자분의 부탁으로 아이에게 선물했던 그림을 공유합니다. “엄마는 병원에 있지만 마음으로는 항상 널 안고 있고, 사랑하고 있어.” 다행히 이 환자분은 잘 회복돼 퇴원하셨고 이후 모든 치료 과정에서도 결과가 좋았습니다. 그림은 여전히 아이의 방에 걸려있다고 합니다.


꼭 그림을 그려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치료받느라 아이들과 떨어져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면, 아래의 방법대로 사랑을 표현해 보세요. 아이들의 마음뿐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도 치유될 겁니다.


1. 부모와 자녀가 서로 손을 마주잡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주세요. “떨어져 있어도 함께 손잡고 있는 이 순간을 기억하자”고 얘기를 나누세요.


2. 아이가 언제든 볼 수 있는 거울에 부모의 사진과 메모를 붙여주세요. “사랑해” “엄마 치료 열심히 받고 올게” “할머니와 즐겁게 지내고 있어” 등의 다짐과 약속을 적어두면 좋습니다.


3. 잔소리를 이미지화해 보세요.
-등교하는 길에 볼 수 있도록 현관문에 “지각하지 않기”라고 써두기
-냉장고문에 “물마시고 컵은 씻어 놓기”라고 써두기
-세탁기 앞에 “양말은 뒤집어서 벗어놓지 않기”라고 써두기
평소에는 듣기 싫던 잔소리도 빈자리가 느껴지는 순간에는 그리움으로 다가온다고 합니다. 손 글씨로 자녀들과 대화하듯 글을 남기고 아기자기한 이모티콘도 그려 넣으면 더 좋습니다.


/김태은 드림
암에 걸리고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나아가, 암을 현명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아미랑과 함께하면 마음의 평안은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