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같던 췌장암…
필사적으로 먹고 운동하며 버텼습니다”
<아미랑 100회 특집 인터뷰⑦>
VOL.123 (화·수·목·금 발행)
2022-11-15

아미랑 100회 특집 마지막 인터뷰입니다. 오늘은 췌장암을 극복하신 이종율씨를 소개합니다. 췌장암은 ‘침묵의 암’이라 불릴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은 암입니다. 이씨의 주치의인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황대욱 교수와 함께 만나 췌장암 극복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종율씨와 그의 주치의인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황대욱 교수./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생존율 낮기로 ‘악명’ 높은 췌장암

췌장은 소화를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옆으로 길게 누워 있는 모양의 췌장은 머리, 몸통, 꼬리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가운데에는 2~3mm의 아주 가는 췌관이 지나며, 이 췌관은 십이지장으로 이어집니다. 췌장은 후복막(등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초음파로도 잘 안 보입니다. 특히 배에 가스가 많이 차 있거나 지방층이 두꺼우면 더욱 그 상태를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췌장은 종양이 어느 정도 커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을 발현하지 않습니다. 배가 살살 아프다거나 소화가 잘 안되거나 살이 빠지는 등 소화기계 증상에 그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암을 키울 수 있습니다.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생존율이 가장 낮은 고약한 암입니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3.9%로 전체 암 생존율(70.7%)의 5분의 1 수준에 그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의 췌장암 5년 생존율 수치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높은 편이며, 치료법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종율씨(68·경북 경산시)는 2014년 9월 암을 진단받았습니다. 30년 동안 당뇨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이씨는 정기적으로 내과 검진을 받았습니다. 체중이 5kg 빠지고 당화혈색소 수치가 12%로 급격히 상승하자, 단순한 혈당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돼 종양내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췌장암 2기였습니다. 췌장의 머리 부분에 3.5cm 크기의 암이 있었습니다. 췌장 근처 혈관에까지 침범해 있었습니다. 췌두십이지장절제술(췌장 머리 쪽으로 연결된 십이지장, 담도, 담낭을 함께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암이 침범해 있던 혈관을 잘라낸 후 인공 혈관으로 잇는 문맥합병절제술도 이뤄졌습니다. 암을 깨끗이 잘라낸 뒤, 혹시 모를 재발을 방지하려고 항암 치료를 6회 시행했습니다. 수술 후 5년이 지난 2019년, 이씨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남아있는 췌장(몸통, 꼬리 부분)에 2차 암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매년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고 있습니다.


효과 좋은 항암제 끊임없이 개발 중

췌장암의 근치적 치료법은 수술입니다. 하지만 진단 당시 바로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 환자는 20%에 불과합니다. 암이 주변의 주요 혈관을 광범위하게 침범했거나, 이미 전이가 진행되면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해야 합니다. 다행히 항암 치료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수술이 어려운 환자의 생존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술이 불가능했던 3~4기 췌장암 환자도 선행 항암 치료를 시행해 암의 기수를 낮춘 뒤 수술로 암을 떼내는 겁니다. 네 가지 항암제를 함께 투여하는 폴피리녹스 치료가 도입되면서 평균 생존기간이 6~7개월이던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12개월로 늘었습니다. ​젬시타민과 아브락산이라는 ​항암제를 병용하는 'AG요법’도 비슷한 효과를 보입니다.

췌장암은 재발이 잘 됩니다. 수술해도 50%가 1~2년 내, 70~80%가 5년 재발합니다. 보이지 않는 암세포들이 췌장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인데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췌장암은 수술 후에도 추가 항암 치료를 진행해야 합니다.


당뇨 환자라면 정기 검진 필수

혈당과 체중을 주기적으로 확인만 해도 췌장암을 일찍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당화혈색소가 상승하거나 체중이 급격히 빠지는 게 췌장암의 주요 신호입니다. ▲당뇨병을 장기간 앓고 있거나 ▲55세 이후 당뇨병 진단 받은 사람은 췌장암 검사를 한 번쯤 받기를 권합니다. 만약 이종율씨가 혈당이 오른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검진을 받지 않았더라면, 암을 늦게 발견해 치료가 길어졌을 수 있습니다.

당뇨가 없더라도 방심하면 안 됩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췌장암 발생 위험이 2~5배 높습니다. 이씨 역시 40갑년(40년간 매일 한 갑) 흡연자입니다. 직계 가족 가운데 50세 이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한 명 이상 있거나, 발병 연령과 상관없이 두 명 이상의 췌장암 환자가 있어도 가족성 췌장암을 의심하고 정기적으로 검사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종율씨, 황대욱 교수와 나눈 이야기를 문답 형식으로 풀어봤습니다.


<이종율씨>

이종율씨./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 완치 후 어떻게 지내시나요?

“암을 진단받기 전보다 오히려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졌습니다. 매일 규칙적인 식사는 물론 운동을 하다 보니 활기가 넘칩니다. 수술 후 8개월 만에 다시 시작한 일도 감사한 마음으로 무리 없이 하고 있습니다.”


- 처음 진단받았을 때 심정은?

“절망적이었죠. 그 당시 사업이 부도가 나서 재정적으로도 힘든 상태였습니다. 평생 돈에 대한 압박감이 없었는데, 사업 부도에 이어 암까지 겹쳐 심적으로 아주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책임져야겠다는 가장의 마음으로 의지를 다졌습니다. 이겨내기 위해 죽기 살기로 암 치료를 버텼습니다.”


- 암 투병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수술 후 잠을 잘 때 힘들었습니다. 등 통증이 너무 심해서 5개월 동안 쉽게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눕지 못해 소파에 기대어 잔적도 여러 번입니다. 그러다가 통증을 이겨낼 요량으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병원 복도를 걷기 시작해 공원까지 걷다 보니 운동량이 점점 늘었습니다. 몸을 움직이자 신기하게도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 암 극복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삼시세끼 열심히 먹는 것입니다. 매 끼니마다 채소와 고기를 챙겨 먹었습니다. 암을 이기기 위해서는 체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입맛이 없어도 뭐든지 잘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람들이 ‘좋다’며 권유하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평소 먹던 식단대로 열심히 먹었습니다. 그리고 소화불량을 겪지 않으려고 무조건 움직였습니다.”


<황대욱 교수>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황대욱 교수./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 이종율씨의 의학적인 상태는 어떤가요?

“재발없이 완치된 상태입니다. 1년 주기로 피검사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로 추적 관찰 중입니다. 오늘 시행한 검사 결과도 아주 좋습니다. 지금처럼만 유지된다면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습니다.”


- 치료 중 어려움은 없었나요?

“난소암은 1차 수술보다 재발성 수술이 더 고난도입니다. 이전 수술로 배 안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이종율씨에게 수술과 약물 치료 중 어떤 치료가 도움이 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만약 수술로 장이 많이 훼손됐을 경우,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를 쓰면 다른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합병증은 한 번 발생하면 전신 상태가 나빠져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심스러웠습니다. 마침 독일 연수 중 배운 재발성 난소암 수술법이 신씨에게 도움이 될 듯해 수술을 시행했고, 결과가 좋았습니다.”


- 췌장암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췌장은 후복막에 위치해 있고 주변에 주요 혈관이 많습니다. 혈관을 자르지 않고 암만 깨끗이 제거하는 게 관건입니다. 수술이 근치적인 치료법은 맞지만 선행 항암요법과 같은 다양한 치료 방법이 개발됐습니다.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도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겁니다. 희망이 생기는 거죠. 췌장암의 예후는 향후 몇 년 사이 지금보다 확실히 좋아질 것입니다. 췌장암 치료에서, ‘희망’이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 췌장암을 막으려면?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합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췌장암의 유일한 ‘예방법’은 금연입니다. 당뇨병과 비만은 췌장암 위험 인자로 지목되며 관련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다한 탄수화물과 포화지방 섭취는 자제해야 합니다.”


- 췌장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하고 싶은 것 다 하시고 먹고 싶은 것 다 드세요. 치료 중 날것과 너무 자극적인 음식만 피하시면 됩니다. 암에 걸렸다고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마세요! 치료법은 하루가 다르게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세요. 이종율씨처럼 균형 잡힌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김서희 헬스조선 기자 ksh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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