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복부 대동맥류가 암(간암·췌장암·폐암·백혈병)을 비롯해 치매, 우울증 등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복부 대동맥류는 배, 골반, 다리로 피를 보내는 대동맥이 동맥경화나 노화 등으로 탄력을 잃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보통 혈관의 지름이 정상 혈관(2㎝)보다 1.5배 이상 커진 경우를 말하는데, 파열되면 사망률이 80% 이상이기에 흔히 뱃속의 시한폭탄으로 비유된다.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황정기, 김미형 교수, 조형진 임상강사 연구팀은 2009∼2015년 복부 대동맥류 진단을 받은 환자 1만4920명과 나이·성별이 일치하는 건강한 성인 대조군 4만4천760명을 대상으로 각종 질환 발병 위험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복부 대동맥류 환자군은 대조군에 비해 간암(1.38배), 췌장암(1.43배), 폐암(1.39배)의 발병 위험도가 높았다. 치료를 위해 복부 대동맥에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백혈병 발병 위험(3.84배)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동맥류 치료를 위해 복부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면서 이뤄진 방사선 피폭이 암 발병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했다. 

복부 대동맥류는 환자의 정신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연구에서는 복부 대동맥류 환자군의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 위험도가 정상군보다 각각 38%, 78% 높았다. 또 우울증 발병 위험도 대조군보다 40% 높았다.

황정기 교수는 “이 연구가 복부 대동맥류 치료 과정과 치료 후 경과 관리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국혈관외과학회지(Journal of Vascular Surgery)’,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수술 치료 및 연구 연보(Annals of Surgical Treatment and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