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부터 일상까지…
암 환자의 ‘모든 것’ 지원
<국립암센터 의료사회복지팀>
VOL.95 (화·수·목·금 발행)
2022-09-27

암, 이제는 생존을 넘어 삶의 질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암에 걸려도 70%가 생존합니다(국가암등록통계 5년 생존율). 암을 치료하는 과정도 힘들지만 암을 모두 이겨낸 후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도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암에 걸리면 전방위적 관리가 이뤄져야 합니다. 암환자를 비롯한 암경험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분주히 뛰고 있는 국립암센터 의료사회복지팀을 소개합니다.


국립암센터는 병원, 연구소, 국가암관리사업본부, 대학교·대학원 등을 아우르는 국가 암 정책 기관입니다. 국가기관인 만큼 ‘의료사회복지팀’을 꾸려, 심리적지지 및 경제·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암환자들을 물심양면 돌보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삶의 변화를 경험한 암 환우 한 분을 먼저 만나봤습니다.


“일상으로 복귀, 혼자 힘으론 어려워”

박명옥(66, 경기 고양시)씨는 2014년 9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국립암센터 의료사회복지팀에서 운영하는 ‘웰빙 교실’에 함께 참여해 ‘연명의료 결정 제도’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요. 박씨는 “완치 이전에 같은 강의를 들었을 땐 ‘목숨을 포기하라’는 것만 같아 화가 났는데, 지금 다시 들으니 정말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박씨는 많은 심경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유방암 완치자 박명옥씨./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암을 처음 진단받았을 땐 절망적이었다고 합니다.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라는 종교적 회의감 때문에 사회적 교류를 모두 끊다시피 집에서만 지냈습니다. 운영하던 학원도 문을 닫았고요. “그러다가 국립암센터에서 운영하는 텃밭 가꾸기, 심리 상담, 정서 메이트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서 내 자신을 되찾았다”고 박씨는 말합니다.


병원 한편에 마련된 작은 텃밭을 가꾸는 동안에는 안정감이, 작물들이 열릴 땐 성취감이 느껴졌습니다. 전문가로부터 심리 상담도 받았고, 같은 암을 겪은 환우와의 대화(정서 메이트)를 통해서는 공감과 위로를 얻었습니다. 심리적지지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후에는 훈련을 받아 다른 암환자의 마음을 돌보는 메이트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염려는 이제 없습니다. 신체 건강도 회복됐습니다. 박씨는 “암 투병은 한두 달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까지 주변의 도움이 절실한데, 국립암센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환자 중심, 근거 기반의 ‘의료사회복지’ 실천

박씨가 국립암센터에서 참여했던 모든 프로그램은 국립암센터 의료사회복지팀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팀장을 맡고 있는 박아경 의료사회복지사를 만났습니다. 그가 가장 처음 꺼낸 말은 “이제는 건강의 개념을 짚어봐야 할 때”였습니다. 박 팀장은 “세계보건기구에서 말하는 건강이란,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며 “병원에서는 보통 암환자의 신체적·정신적 안녕을 위해서는 힘을 쏟는 반면, 사회적 안녕에는 신경을 덜 쓰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개선해야 암환자가 암 치료 후 온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국립암센터 의료사회복지팀 박아경 팀장./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국립암센터 의료사회복지팀이 암환자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을 보살피기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이 근거를 구축하는 일이었습니다. 암환자들의 채워지지 않는 사회적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했습니다. 환자들은 주로 고립감, 두려움, 치료 결정에 대한 어려움 등을 호소했습니다. 이를 해소하고자 마련한 게 ▲정서 메이트 ▲늘봄 텃밭 ▲원예 교실 ▲웰빙 교실 등입니다. 정서 메이트는 암 환자 및 암 경험자를 1대 1로 연결해,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그림 그리는 활동을 하면서 교감을 나누도록 한 프로그램입니다. 텃밭 가꾸기나 원예 교실을 통해서는 치료 중 느끼는 통증과 불안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웰빙 교실은 암환자나 가족이 들을 수 있는 연명의료 결정 제도, 완화의료, 미술치료 등에 대한 강의입니다.


환자에게 실질적 도움 되도록

연령대별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운영합니다. 대면 만남을 어려워하는 청년암환자들은 ‘고잉 온 다이어리’로 환우들과 소통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온라인상에 그 날 그 날의 감정을 대변하는 사진과 세 줄짜리 일기를 업로드하면, 같은 프로그램에 참가한 암환자들에게 공유됩니다. 다른 암환자들의 일기를 보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얻게 됩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음악회, 외모 관리 강연, 전시회 등 보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소아암 환우와 보호자를 위해서는 완화의료 서비스인 ‘새봄누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정보 제공’에 기여

국립암센터의 암 치료는 의학적 처치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의학적 처치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자아를 되찾을 수 있도록, 무사히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환자를 독려하고 지지해줍니다. 

국립암센터는 ‘암환자 퇴원계획 연구’를 수행한 바 있는데요. 연구를 통해 퇴원 후 암환자들이 ‘정보’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것을 알아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브로슈어를 제작했습니다. ▲암 진단 후 일에 대한 선택과 결정 ▲암환자와 자녀 간 의사소통 ▲암을 가지고 살아가기 ▲의료진과 슬기롭게 소통하기 ▲암과 성생활 ▲암환자를 위한 슬기로운 재정 관리 ▲불안 다스리기 등의 핵심 내용이 담긴 브로슈어는 전국의 암환자들에게 제공됩니다. 국가암정보센터(cancer.go.kr)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국립암센터 의료사회복지팀에서 개발한 프로그램과 교육 자료는 타 병원으로 공유·확산됩니다. 우리 사회의 암 환자 의료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기 위함입니다.


미래의 의료사회복지사 양성도

국립암센터 의료사회복지팀에는 전문 지식 및 기술, 경험을 갖춘 수준급의 의료사회복지사(보건복지부 발급 자격)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곳은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의료사회복지 수련 기관’이기도 합니다. 2009년부터 수련 교육 과정을 운영하면서, 의료사회복지사의 길에 들어선 학생들이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박아경 팀장은 “암환자의 심리적·사회적 지지의 기반을 다지는 여러 연구를 수행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우리 병원에서 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환자와 보호자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시키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h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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