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건강을 걱정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에 위암 3기를 진단받은 한 여성이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투병의 시간이 시작됐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견뎌야 했습니다. 암을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믿으며 가족, 친구들과 함께 이겨냈습니다. 이제는 힘든 시간을 지나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우빈(29·대전)씨와 그의 주치의인 건양대병원 이상억 암센터장(외과 교수)을 만나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졸업식에 듣게 된 암 선고

23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유럽 여행을 떠난 이우빈씨는 여행 중 극심한 명치 통증을 느꼈습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고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라 길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혼자 여행 중이라 치안이 걱정돼 아픈 몸을 이끌고 겨우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누워서 휴식을 취하니 통증이 금세 사라졌고 다음날부터 순조롭게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몸은 회복됐지만 평소에 없던 증상이 의심스러워 귀국 후 대장 내시경 검사를 계획했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영혁 교수에게 당시 증상을 설명하자 “대장 내시경 대신 위 내시경을 받아보라”고 해 검사를 잡았습니다. 

2월 졸업식 날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방문한 이씨는 “부모님과 함께 다시 오라”는 의료진의 말에 ‘암일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했습니다. 근무 중이던 부모님이 병원으로 와 함께 결과를 들었고 진행성 위암 3기를 진단받았습니다. 위 중간 부분(위 체부)에 종양이 위치하고 있었으며 진행성 3기 암 중에서도 가장 진행된 상태(3기 C)였습니다. 어안이 벙벙해 부모님이 우시는 모습을 볼 때도 위암을 진단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무조건 낫는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CT(컴퓨터단층촬영)·내시경 등 검사 결과를 종합해본 결과, 수술 치료가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다만, 골반 쪽에 전이 의심 소견이 있어 만약 전이된 상황일 경우 수술이 즉시 중단될 위험도 있었습니다. 주치의인 이상억 암센터장은 “이우빈씨의 경우 수술 전 병기가 위암 3기라 수술을 결정했으나 CT에서 골반 쪽 전이가 의심돼 수술 과정에서 복막 파종이 확실해지면 위암 4기로 기수가 변경돼 수술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위암은 암세포가 배 안쪽 복막으로 잘 퍼지는데 특히 골반 쪽으로 달라붙는 복막 파종이 흔히 발생합니다.

고통스러웠던 식습관 변화와 항암

3월, 수술이 진행됐습니다. 복강경으로 들여다보니 다행히 복막 파종은 없었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위를 얼마나 보존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이상억 암센터장은 “위의 일부를 보존할 것인지 전부 절제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위를 전절제하면 이후 식사와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면서도 위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술을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종양이 생긴 부위와 퍼진 곳을 절제한 뒤 위의 약 40%를 보존하고 남은 위를 소장과 연결하는 수술이 이뤄졌습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수술 후 식습관을 바꾸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암 진단 전에는 늦은 기상 후 불규칙한 점심·저녁을 먹고 바쁠 때는 커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습니다. 종종 매운 음식과 맥주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습니다. 수술 후 의료진의 조언을 따라 규칙적으로 조금씩 자주 먹으려 했지만 한두 숟갈만 먹어도 위가 가득 찬 느낌에 힘이 들었습니다. 간이 돼있지 않은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하다 보니 간이 조금만 돼도 자극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덤핑증후군이 생겨 밥을 먹으면 배가 부글거리고 화장실을 자주 가야해 외식을 자제해야 했습니다. 이전과 다른 변화가 힘들었지만 가족들의 도움 덕에 점점 적응해나갔고 입맛이 바뀐 덕분에 건강한 음식 위주로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수술로 떼어내긴 했지만 약 일곱 개의 림프절에 전이가 된 상태였기에, 항암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4월부터 3주 간격으로 6개월 간 항암 치료를 시행했습니다. 2주간 경구 항암제를 복용하고 1주는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암 진단과 수술을 의연하게 이겨냈던 것과 달리 항암 치료의 벽은 높았습니다. 손끝과 혀끝에 저릿한 느낌이 계속되고 온몸에 힘이 빠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치료 중에도 본업인 첼리스트 활동을 이어가던 이씨에게 손끝 감각 저하는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8월 중순에는 항암 부작용이 심해져 온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악화되면서 결국 응급실에 입원했습니다. 이틀간 수액을 맞으며 기력을 회복했지만 항암 치료를 이어가기엔 역부족이라 주치의 판단 하에 항암을 중단했습니다. 다행히 이전까지의 치료 효과가 긍정적이어서 추가 항암 없이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6개월마다 병원에 내원해 정기검진을 받았고 전이·재발 등 이상소견이 없어 2023년 2월에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한 아이의 엄마로

완치를 앞두고 반가운 소식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2020년 10월 결혼을 했고 2023년 8월 임신, 2024년 4월 딸을 출산했습니다. 임신을 준비할 때는 완치 판정을 받기 전이라 암 가족력을 물려줄 수 있다는 걱정에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아이가 가져다 줄 행복이 더 크고 혹시 아이가 건강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함께 도우며 낫게 해주면 되니 두려워하지 말라”며 적극 지지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용기를 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출산 후에는 임신 중이라 받지 못했던 CT 등 정밀검사를 받았고 모든 검사 수치가 정상으로 현재까지도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우빈씨>

-힘든 치료 과정을 견딘 원동력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스스로를 믿은 덕분입니다. 곁에서 응원하고 위로해준 덕분에 제가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 대신 울어주는 모습을 볼 때면 이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꼭 이겨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위암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신 이영혁 교수님과 성공적으로 수술을 진행해주셔서 지금까지 제가 건강하게 살아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을 수 있게 해주신 이상억 교수님의 도움도 큽니다. 감사한 분들 덕분에 지금의 건강한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치료 중에도 일을 계속 하셨다고?

“수술 및 입원 기간을 포함해 한 달 정도 쉬었을 때를 제외하곤 첼리스트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정시에 출퇴근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일정을 조율하면서 매일 한 명에서 많게는 다섯 명에게 첼로 레슨을 했습니다. 아프다고 집에 누워만 있으면 더 기분이 쳐지고 힘들어서 치료 중에도 연주와 레슨을 계속하려고 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해오던 일인 만큼, 첼로가 제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끝까지 놓지 않았습니다. 항암으로 손끝이 저리고 힘이 빠지는 부작용이 힘들었지만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됐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는 시간이 오히려 활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암 완치 전 가족을 꾸린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보통 출산 후 암을 진단받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반대의 상황이었던 만큼 ‘내가 아이를 낳아도 되는 걸까?’라는 고민이 컸습니다. 아기를 정말 좋아하지만 이미 암을 진단받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으면 위험을 물려주는 것 같아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남편과 양가 부모님 모두 그런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응원해주셨습니다. 혹시라도 아이가 아프면 우리가 함께 도와주자며 든든하게 지지해주었습니다. 따뜻한 응원 덕분에 ‘우리 아기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기대가 더 커지고 두려움이 점점 사라졌습니다. 사실 시험관 시술이 필요했다면 도전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여러 고민이 있었던 만큼 인위적인 방법까지 시도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감사하게도 자연 임신으로 아기가 생겼고 지난봄에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어떤 선택보다도 이 아이를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암 투병 중인 다른 환자들에게 한 마디.

“투병 중 어떤 상황이 닥치건 ‘나는 무조건 나을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를 믿고 치료를 포기하지 마세요. 주위의 응원을 힘으로 삼아 끝까지 버티다 보면 분명 다시 건강한 일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암을 진단받았지만 사실 저보다 더 어린 분들도 있고 연세가 많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젊은 분들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만큼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오랜 세월 살아오셨으니 암도 분명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으면 수술도 회복도 더 잘 될 거라 믿습니다.”

<건양대병원 암센터 이상억 원장>

-국내 위암 치료 현황은?

“우리나라 위암 치료 성적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이우빈씨와 같은 위암 3기의 경우에도 60~70%는 완치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이 발전하면서 수술 후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최근 제가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은 우리나라에서 위암이 주로 식도와 가까운 접합부, 즉 위의 상부에 많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위 아랫부분에서 주로 발견됐는데 요즘에는 서구형 암의 특징인 위 상부암이 흔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상부 위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가슴과 연결되는 부위 림프절을 철저히 절제하는 등 완치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위암 치료를 잘하는 나라로 평가받는 만큼, 상부 위암 치료에 대한 연구와 새로운 치료법 도입은 풀어나가야 할 주요 과제입니다.”

-젊은 위암이 더 치명적인 이유는?

“현재 국가 암 검진 중 위암 검사는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젊은 환자들을 선별해 내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40세 미만 젊은 층은 본인의 건강을 과신하는 경우가 많아 이상 증상이 나타나도 검진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젊은 위암 환자는 암 성장 및 전이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암세포가 정상 조직을 급격히 파괴하는 미분화형 위암이 많아 조기에 발견되지 않으면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조기 진단으로 수술이 가능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젊은 환자는 위를 절제한 상태로 오랜 시간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고 삶의 질을 떨어트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해서 수술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위암 수술을 받고나면 주의해야 할 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식습관 관리입니다. 기본적으로 ‘조금씩 자주 먹기’를 실천해야 하는데요. 수술 후에는 위 용량이 이전보다 줄어들고 음식물이 내려가는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우빈씨처럼 덤핑증후군을 겪는 환자가 많습니다. 식도와 소장 사이의 거리가 짧아지면서 섭취한 음식물이 소장으로 급격히 이동해 설사, 구토 등을 유발하는 합병증입니다. 식사하고 20~30분 뒤 배가 아프거나 부글부글 끓기도 하고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면서 고혈당과 저혈당을 오가는 등 여러 증상이 동반됩니다. 수술 직후부터 약 6개월까지는 체중이 10~15kg 줄어들기도 하고요. 조금씩 자주 천천히 음식을 섭취해 위와 몸이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우빈씨가 암을 이겨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긍정적인 마인드와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우빈씨는 제가 수술했던 환자 중 제일 어린 환자였는데도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치료에 임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수술을 잘 받고 회복이 된 뒤에 가족을 꾸려나가는 등 행복하게 잘 지내는 모습이 너무 고맙게 느껴집니다.”

-위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위암은 충분히 완치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수술이나 항암 등 필요한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으면 기수에 상관없이 완치에 이를 수 있습니다. 완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활하세요. 힘든 과정을 다 이겨내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위암 선배 이우빈씨 사례를 보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기 발견을 위해 건강한 분들도 꾸준히 정기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