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역배우 사망케 한 '진통제' 대체 뭐길래?

입력 2020.05.21 09:05

진통효과, 모르핀의 100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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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진통제는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미국 아역배우 로건 윌리엄스가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opioid) 중독으로 사망했다. 미국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 확률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을 넘어섰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인지도가 비교적 낮다. 마약성 진통제는 어떤 약이길래 사망까지 부르는 걸까.

마약성 진통제 중독, 심하면 사망까지

마약성 진통제는 아편(opium)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진통제를 일컫는다. 펜타닐, 트라마돌, 메타돈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로건 윌리엄스를 사망하게 만든 펜타닐은 모르핀의 약 100배에 이르는 진통 효과를 가졌다. 2010년대부터 미국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중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 불법 거래상을 사형하는 제도를 추진하겠다"며 마약성 진통제와의 전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마약성 진통제는 강력한 진통 효과를 가진 만큼, 부작용도 심하다. 가장 큰 부작용은 내성이 생겨 점점 더 많은 용량을 원하게 되고, 결국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것. 가천대 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조누리 교수는 "마약성 진통제가 내성을 만드는 정확한 기간에 대해 밝혀진 바는 없지만, 극단적인 경우 단 하루 만에도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독되면 투약하지 않았을 때 손 떨림, 초조함, 입 마름 등 금단현상이 생긴다. 해마나 편도체 같은 보상기전·감정과 관련된 수용체까지 건드려 성격이나 감정까지 변화시키기도 한다. 심하면 호흡중추에 작용해 '호흡근'을 경직시키고, 결국 호흡수가 점차 느려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최대한 쓰지 않으려는 추세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사용 빈도가 현저하게 낮다. 2019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은 OECD 37개국 중 28위에 그친다. 국내에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이 적은 것은 ▲미국의 중독·부작용 전례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방법 존재 ▲마약성 제제 사용에 보수적인 동양권 문화 배경 등이 원인이 됐다.

통증이 심하다고 무조건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 질환 치료가 우선이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신경에 작용하는 케타민, 리도카인 등 신경 약제를 사용하거나 '신경차단술'을 시행해볼 수 있다. 이는 통증이 발생한 부위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 뿌리에 주사하는 시술로, 약이 필요없어질 만큼 효과를 보는 경우도 많다. 신경차단술도 효과가 없다면 마약성 진통제와 비마약성 진통제가 혼합된 복합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조누리 교수는 "기대 수명이 짧아 통증만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거나, 아주 심각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마약성 진통제를 최대한 안 쓰려고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꼭 필요한 경우 제한적 처방하되 최대한 줄여야

세계보건기구(WHO)는 통증 평가 척도 기준으로 10점 중 4점 이상인 중등도 환자에게만 마약성 진통제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통증 완화를 위한 다른 방법이나 약제를 시도한 후, 보조적인 수단으로만 사용하라는 것이다. 의료당국 또한 1개월 이상 처방을 최소화하도록 1개월까지만 보험 적용가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한적 규제를 시행 중이다.

마약성 진통제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피치 못하게 이를 사용해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극심한 암성 통증을 느끼는 말기암 환자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다. 이들은 부작용을 감수해서라도 어떻게든 통증을 해결해야만 할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느낀다. '아픈 곳을 도려내고 싶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환자들에게 마약성 진통제는 필요하다. 필요한 사람에게는 최소한으로 처방하되, 대안이 있다면 최대한 사용을 줄이자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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