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소음 등 '감각공해'가 암·우울증 부른다

입력 2019.08.20 09:06

감각공해와 건강

미세 먼지, 수질오염 등 '공해(公害)'를 걱정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인공 조명, 소음 등 '감각공해(感覺公害)'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하다. 실제로 빛과 소음 등이 일으키는 감각공해는 미세 먼지 만큼 건강에 해로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은일 교수는 "우리나라는 세계 2위 빛 공해 국가지만 인식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어서 문제"라며 "최근 조명 및 IT기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빛이 위협 요소로 부각되는 만큼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각공해는 오감을 통해 사람에게 가해지는 건강 피해를 말한다.

빛 공해, 각종 질병 위험 높여

빛에 노출되면 가장 큰 문제는 깊게 잠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 면역력이 낮아지면서 각종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 네덜란드 레이던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인공조명에 노출된 생쥐는 골밀도와 골격근이 크게 감소했으며 만성 염증이 발생했다. 아주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정인철 교수는 "빛 때문에 오랫동안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호르몬 분비, 혈압, 세포 활동 등에 관여하는 생체주기가 교란받는다"며 "이때 심혈관질환, 소화기장애 등 각종 질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 조명, 소음 등 감각공해에 장기간 노출되면 암·심혈관질환 등의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인공 조명, 소음 등 감각공해에 장기간 노출되면 암·심혈관질환 등의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빛 공해는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다.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은일 교수가 지역별 빛 공해 정도와 유방암 환자 10만2459명을 분석한 결과, 빛 공해가 가장 심한 곳에 사는 여성은 유방암 발생률이 빛 공해가 가장 덜한 지역에 사는 여성보다 24.4% 높았다. 이은일 교수는 "밤이 되면 멜라토닌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동물실험에 따르면 멜라토닌은 암 발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빛을 쬐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면서 여성은 유방암, 남성은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빛 공해로 밤잠을 설쳐 수면제 처방도 늘어났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이 60세 이상 성인 5만2027명의 수면제 처방 기록을 조사한 결과, 빛 공해가 가장 적은 지역에서는 처방 일수가 19일이었지만, 가장 심한 지역에서는 35일로 약 2배 차이났다.

소음 공해, 스트레스 유발

소음은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분비를 유도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 코르티솔 분비가 많아지면 심장 박동, 혈압, 혈당 등을 높이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이러한 상태가 잘 때도 지속되면 신체 부담이 커져 협심증·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음이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고 발표했으며 2015년 유럽환경청(EEA)은 소음 노출로 인한 심장 문제로 매년 최소 1만명이 조기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소음 강도 40㏈부터 수면을 방해하고 50㏈부터 혈압을 높인다. 주변에 흔한 층간소음(43㏈) 벨소리(70㏈), 철로 주변(80㏈), 경적소리(100㏈) 등은 모두 심혈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보면 된다.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원철 교수는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이유 없이 잡음이 계속 들리는 '이명'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소음은 우울증, 불면증 등을 악화시킨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는 "소음에 노출된 지역 주민과 대조군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노출 지역 거주민이 불안과 우울증 관련 증상이 많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안대·귀마개 등으로 감각공해 차단

감각공해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원인 제거가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주변 환경은 개인이 개선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차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주영 교수는 "알맞은 안대와 귀마개 착용은 간단하지만 감각공해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이원철 교수는 "빛과 소음을 동시에 차단할 수 있는 두꺼운 암막 커튼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자기기는 빛과 소음을 동시에 유발하므로 잠자리에서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다.

소음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거주지를 선택할 때 고층은 멀리할 필요가 있다. 국립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방음벽은 대부분 아래층에 집중돼 있고 소리를 전달하는 공기는 밀도가 밤 사이에 고층일수록 높아졌다.

생체주기를 회복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은일 교수는 "오전과 낮 시간대에는 밖으로 나가 해를 보고 밤에는 빛을 최대한 차단하면 생체주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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