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힘들면 음식 조절보다 마음 상담 먼저 하세요

입력 2019.05.02 14:55

태혜진 교수(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태혜진 교수(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건강의 최대의 적이 비만이며 비만이 뇌심혈관계 질환,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는 식이요법과 운동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위 살이 찐다고 알려진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를 제한하고,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음식을 섭취한다면 어렵지 않게 체중 감소에 성공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년 이상 체중 감량에 성공하는 사람은 100명 중 단 2명에 불과할 정도로 다이어트는 쉽게 성공하기 어려운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다.

체중 조절에 있어 음식 조절이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분명히 배가 부른데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우리는 끊임 없이 빵, 과자, 초콜릿과 같은 음식을 먹고 있다. 일이 힘들고 몸이 지친다는 이유로, 마음이 외롭고 허전하다는 이유로, 화가 난다는 이유로 우리는 무언가를 허겁지겁 먹는다. 그리고 식욕을 조절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고 후회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먹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하나의 중요한 원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감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이유 때문에,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이러한 식사를 우리는 ‘감정적 섭식’이라고 부른다.

결국 ‘감정적 섭식’을 할 때 우리는 음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감정적 효과’를 필요로 한다. 감정적으로 뭔가 먹고 싶다는 욕구는 우울, 스트레스와 불안이 우리 마음 속에 있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식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안의 무엇이 나를 먹게 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음식을 제한하기보다 내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고 어떻게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을지 알아가는 시간이 진정한 다이어트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식욕은 우리 몸 속 호르몬에 의해 조절된다. 그리고 호르몬은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하고 불안할 때 식욕의 변화가 생기는 것은 이러한 호르몬의 영향이다. 급성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일시적으로 식욕이 감소하기도 하지만,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이 활성화 되면서 코르티솔 (cortisol)이라는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된다.

코르티솔은 외부의 스트레스에 맞서 우리 몸이 최대의 에너지를 발휘하기 위해 분비되는 물질로 혈압과 혈당 수치를 증가시키고 식욕을 증진시켜 체내 지방 축적을 촉진한다. 또 만성적 스트레스는 한가지 음식만 먹으면 그 음식에 싫증을 느끼는 감각 특정적 포만감 (Sensory-specific satiety) 신호 체계를 방해하여 반복적으로 음식을 섭취하게 만든다. 따라서 스트레스에 의한 과식과 폭식은 비만으로 쉽게 이어지고 대사증후군과 심혈관계 질환을 포함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된다.

건강 검진을 통해 비만을 진단받았다면, 또 멈출 수 없는 식욕 때문에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내과적인 치료와 함께 한 번쯤 스트레스 상담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멈출 수 없는 식욕은 지친 마음을 알아달라는 내 몸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신호가 있을 때 그것을 무시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고 내 몸과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건강한 다이어트, 나아가 건강한 삶을 위한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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