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칼럼] 노년에 자꾸 굽어지는 허리, 뼈 안 깎고도 쭉 펼 수 있다

입력 2019.01.14 10:18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
비교적 젊은 층에 많이 발병하는 허리 디스크는 자연 치유되는 경우가 많지만 노화가 원인인 척추관협착증은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면 척추도 늙는다. '척추관'은 뇌에서 시작된 신경 다발이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통로인데, 나이가 들면 척추 뒤쪽의 인대(황색인대)와 관절 등이 두꺼워져서 척추관을 압박하게 된다. 이것이 척추관협착증이다. 초기에는 주로 다리가 저리거나 당기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병이 진행되면 몇 걸음도 걷지 못해 주저앉게 된다. 이 병은 저절로 좋아지는 법이 없다. 물리치료나 주사요법 등 비수술치료로 좋아지지 않는다면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수술을 끝끝내 거부하고 자리에만 누워 있으면 온몸의 뼈와 근육이 급격히 소실되는 노쇠 현상이 나타난다.

아닌게 아니라 척추관협착증의 수술 방법을 설명 듣고 나면 수술할 마음이 싹 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인 수술법은 뼈를 갈아내고(laminectomy), 척추 관절을 잘라내고(facetectomy), 디스크를 잘라내(discectomy) 척추관을 넓히는 방식이다. 나사 못을 박아 뼈를 다시 만들어 허리를 지지해야 하므로 수술이 3시간 이상 걸리고 출혈도 많다. 이런 수술을 받을 정도의 환자는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엉성한 뼈에 박아놓은 나사못이 다시 말썽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대수술의 문제점을 일부 보완한 '경피적 척추성형술' '미세 현미경 감압술' 등 다양한 수술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뼈를 갈아낸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

필자가 개발한 '인대재건술'은 뼈를 건드리지 않는 척추관협착증 수술법으로 환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작은 상처로 척추관을 넓히면서 동시에 척추를 안정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척추관협착증이 심해 100m도 한 번에 걷지 못하지만 심장질환이 있어 큰 수술을 받을 수도 없었던 김모(77·여)씨는 최근 인대재건술을 받고 다시 걷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이 수술법을 개발한 당사자인 필자도 척추관협착증이 생겨 오래 걷는 것이 불편했는데 2017년 인대재건술을 받고 말끔하게 정상을 회복했다.

인대재건술은 뼈는 건드리지 않고 인대만 갈아끼우는 수술이다. 허리 중앙을 손으로 눌러보면 돌출돼 만져지는 뼈가 있는데 이뼈가'극 돌기', 순 우리말로 '가시돌기뼈'다. 이 뼈 사이에는 약 0.7㎝의 빈 공간이 있는데 이곳으로 접근해 문제가 된 인대를 제거하고 인공 인대를 연결시키면 척추뼈나 디스크를 잘라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척추관을 넓힐 수 있다. 인공인대는 허리에 삽입한 지 3주쯤 되면 자기세포들이 자라서 인공인대와 합쳐지기 시작하고, 6주쯤 되면 자신의 인대처럼 강해진다. 수술 시간도 짧으며 대부분 수술 다음날부터 보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척추분리증이 있거나, 2단계 이상의 척추 전방전위증이 있거나, 이미 큰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는 인대성형술을 받을 수 없다.

걷기는 노년 건강의 핵심 키워드다. 걷지 못하면 노화와 노쇠가 빨리 진행된다. 필자는 비교적 초기에 척추관협착증 인대재건술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으며, 지금도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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