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이 좋다고요? 익혀야 영양소 풍부해지는 채소도 많아요

    입력 : 2018.08.10 08:57

    생으로 먹는 채소 VS. 익히면 좋은 채소

    채소는 생(生)으로 먹어야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채소를 익힐 경우 안에 들어있는 각종 영양소가 파괴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채소가 날것으로 먹어야 좋은 것은 아니다. 끓이거나, 데치거나, 구워야 영양소 섭취에 유리한 채소도 있다. 서울대병원 급식영양과 임정현 파트장은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익혀서 먹을 때 더 좋은 채소가 있다"고 말했다. 장안대 식품영양학과 전형주 교수는 "가열했을 때 비타민C를 비롯한 몇몇 영양소가 손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푹 삶아서 익히는 정도가 아니라면 그 정도가 미미하다"며 "설령 비타민C가 손실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과일이나 채소로 쉽게 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소 속 단단한 세포벽, 열로 파괴해야 영양소 많이 빠져나와

    2016년 노벨화학상 후보였던 일본의 마에다 히로시 미생물학 교수는 저서 '최강의 야채수프'(비타북스 刊)에서 "생(生)채소를 그대로 먹으면 몸에 흡수되는 식물영양소는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채소 속 식물영양소(파이토케미컬)는 식이섬유로 구성된 세포벽에 싸여 있다. 채소를 날것으로 먹으면 장에서 세포벽이 쉽게 깨지지 않아, 세포벽 속의 영양소를 체내로 흡수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세포벽은 열(熱)에 약하다. 채소를 가열하면 세포벽이 깨지면서 안에 있는 식물영양소가 녹아 나온다〈그래픽〉. 마에다 히로시 교수팀 실험에 따르면, 대다수 채소가 끓이면 날것일 때보다 활성산소 제거 능력이 10배 이상 높다고 나타났다.

    ◇지용성은 끓이고 수용성은 생으로

    가열했을 때 더 좋은 채소는 주로 지용성 영양소가 많은 종류다. 베타카로틴·라이코펜 등 지용성 영양소는 가열해도 파괴가 잘 안 된다. 따라서 가열을 통해 지용성 영양소를 보다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채소를 익히면 좋은 이유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래픽=김하경

    반면, 수용성 영양소가 많은 채소는 가열에 주의해야 한다. 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엄준철 약사(편한약국)는 "비타민C나 폴리페놀 같은 수용성 영양소는 열에 매우 약한 편"이라며 "채소를 끓이면 비타민C가 약 55% 파괴된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글루코시놀레이트 역시 수용성으로 열에 약하다. 글루코시놀레이트는 콜리플라워나 브로콜리에 많다.

    ◇가열하면 좋은 채소=당근·호박·마늘·콩·토마토·가지·시금치·미나리

    당근, 호박, 마늘, 콩은 끓여 먹으면 좋은 대표 채소다. 당근을 생으로 먹으면 당근 속 영양소인 베타카로틴이 약 10% 흡수된다. 그러나 익혀 먹으면 흡수량은 60% 이상으로 높아진다.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당근은 날것이나 찐 것보다 끓였을 때 카로티노이드(베타카로틴을 포함한 식물 색소)가 더 많았다. 호박 역시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끓여 먹는 게 좋다. 마늘은 끓였을 때 발암물질 억제 성분인 'S-알리시스테인'이 더 많아진다.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연구에 따르면, 마늘을 60분간 물에 끓이면 생마늘에 비해 4배가량 많은 S-알리시스테인이 생성된다. 콩은 삶으면 단백질 함량이 6~7% 늘어난다(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토마토는 끓여 먹거나 볶아먹으면 좋다. 미국 코넬대 연구에 따르면 토마토를 88도에서 30분간 가열하면 항산화 영양소 라이코펜이 35% 증가한다. 라이코펜은 기름에 잘 녹으므로, 기름에 볶거나 끓일 때 기름을 약간 사용해야 도움된다. 가지는 구워 먹는 게 좋다. 구우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영양밀도가 높아져,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을 더욱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안토시아닌은 열에 강해 구워도 파괴되지 않는다.

    시금치·미나리는 베타카로틴이 많아 열을 가하면 좋지만, 비타민C도 풍부해 살짝 데치는 게 낫다. 끓는 물에 30초가량 데치면 열에 의해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베타카로틴 성분이 더 잘 빠져나온다.

    ◇생으로 먹어야 좋은 채소=콜리플라워·양배추·브로콜리·무·여주·상추·케일·부추

    콜리플라워·양배추·브로콜리는 비타민C·글루코시놀레이트 등 열에 약한 영양소가 풍부해 생으로 먹는 게 좋다. 식이섬유가 많아 식감이 아삭거리며, 생으로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통으로 먹는 게 싫다면 얇게 썰어 샐러드로 먹거나, 피클로 먹어도 된다.

    국물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무 역시 푹 끓이면 영양소가 거의 없어진다. 무의 주요 성분인 다이스타아제는 소화를 돕는 효소지만, 50도만 돼도 효능이 떨어질 정도로 열에 약하다. 전형주 교수는 "무 껍질에는 항산화 성분이 많기 때문에 껍질을 벗기고 끓여먹으면 영양소 손실이 매우 커진다"며 "식초를 희석한 물로 겉을 깨끗이 닦은 후 껍질째 바로 먹거나 살짝 가열해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주는 특유의 쓴맛 때문에 데치는 경우가 많은데, 여주를 데치면 비타민B·C가 절반 이상 파괴된다. 쓴맛이 싫으면 소금에 절여 먹거나, 볶아 먹는 게 낫다.

    상추·케일처럼 진녹색을 띠는 채소에는 비타민B의 일종인 엽산이 많이 들었다. 엽산은 가열하면 쉽게 파괴되므로, 쌈이나 샐러드로 먹는 게 좋다. 부추에는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황화알릴이 풍부하다. 황화알릴은 7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파괴되므로, 부추는 날것으로 먹는 게 좋다.





    • Copyright HEALTH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