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먹으면 살찌고, 낮에 다친 상처가 빨리 낫고… 비밀은 '생체시계'

    입력 : 2017.11.22 08:30

    뇌하수체 속 시교차상핵에 존재, 생체시계 주기로 호르몬 등 영향
    시간별로 잘 생기는 질환도 달라… 약물 효과 높이는 시간 연구 활발

    사람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침이 되면 잠에서 깨고, 밤에는 잠자리에 든다. 점심을 먹고 오후 3시 정도만 되면 어김없이 잠이 쏟아져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패턴이 전부 우리 몸속 '생체시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생체시계는 뇌하수체 내부의 시교차상핵에 존재하는데, 24~25시간을 주기로 호르몬 분비·심박수·체온 등을 조절한다. 최근에는 생체시계 주기가 깨지면 암(癌) 등 각종 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체시계의 비밀을 밝혀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노벨생리의학상도 초파리를 이용해 생체시계의 작동 원리를 밝혀낸 미국 메인대 제프리 홀 교수·브랜다이스대 마이클 로스바시 교수·록펠러대 마이클 영 교수에게 수여됐다. 생체시계는 어떻게 우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생체시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호르몬, 생체시계 맞춰 주기적 분비

    생체시계가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부분은 '호르몬 분비'다. 대표적인 호르몬으로는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멜라토닌'과 잠을 깨우는 '코르티솔'이 있다. 멜라토닌은 빛에 민감해서 낮에 점차 분비량이 줄다가, 오후 8시 이후 분비가 활성화된다. 코르티솔은 매일 오전 6시부터 분비량이 늘어나다가 오전 9~10시 이후 점차 분비량이 줄어든다. 사람의 유전자에는 이러한 멜라토닌과 코르티솔의 주기가 저장돼 있어, 낮이 되면 햇빛을 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눈을 뜨게 된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수면의학센터 최지호 센터장은 "밤에는 서서히 멜라토닌 분비량이 많아지는 것이 정상적인 현상인데, 밤 늦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인공적인 빛에 노출되면 뇌에서는 아직 멜라토닌을 분비할 때가 아니라고 인식한다"며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호르몬 주기가 깨져 잠을 잘 못자고 생체시계가 망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밤에 음식을 먹으면 유독 살이 많이 찌는데, 이것은 생체시계가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슐린은 우리 몸의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하는데, 기상 직후부터 서서히 분비량이 증가했다가 밤이 되면 줄어든다. 따라서 밤늦게 음식을 먹으면 인슐린이 부족해 포도당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지방에 쌓여 살이 찐다.

    실제로 로마 린다대 공중보건대학원 하나 칼레오바 박사가 성인 5만명의 식습관을 7년간 관찰한 결과, 하루 중 아침을 가장 푸짐하게 먹은 사람의 체질량 지수가 점심이나 저녁을 푸짐하게 먹은 사람보다 낮았다.

    ◇질환마다 잘 생기는 시간 달라

    생체시계는 호르몬뿐만 아니라 세포의 활동이나 체온 변화도 조절하는데, 이 때문에 시간별로 잘 생기는 질환이 달라진다. 텍사스의대 시간의학센터 마이클 스몰렌스키 교수가 생체시계 관련 수백여 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오전 9시에는 심장발작과 뇌졸중이 잘 발생한다. 오전에 분비되는 코르티솔이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간대에는 밤 사이 체내 수분이 증발한 탓에 혈액이 끈적해져 심혈관계질환이 생기기 쉽다. 이 외에도 오후 3시에는 식곤증에 의한 집중력 저하가, 오후 6시에는 콜레스테롤의 농도와 혈압이 높아진다. 또한 자정에는 통풍을 유발하는 요산의 체내 응집률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로 통풍이 생길 위험이 가장 크다.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는 "질환마다 주로 발생하는 시간이 정해져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질환에 따라 약 복용 시간을 달리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전 세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부 재생 활발… 오전에 상처 치료해야

    최근에는 생체시계가 피부의 상처 회복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게재된 동물 실험 결과에 따르면 빠른 회복을 위해 상처 치료나 수술을 오전에 하는 것이 좋다. 연구진은 상처 치유에 필수적인 피부세포(섬유아세포)를 성장시킨 뒤 실험 접시에 놓고 8시간 간격으로 상처를 내고 치유 과정을 관찰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처 부위에 새로운 피부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섬유아세포의 단백질이 빠르게 응집해야 한다. 관찰 결과, 낮에 섬유아세포 단백질의 움직임이 밤보다 두 배로 빨라, 상처도 더 빨리 회복됐다. 또한, 연구진이 '국제화상상해'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낮 화상환자가 밤 화상환자보다 치유 기간이 평균 11일 더 짧았다. 연구를 진행한 영국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존 오닐 박사는 "이번 연구로 각각의 세포들이 독자적인 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이후 각각의 세포가 적절하게 작용하는 시간을 밝혀내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수술 시간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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