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환자 한 명 위해 4개 科 전문의가 함께 진료

입력 2014.07.16 08:00

[癌 융합치료의 현장] (3)대장암 (끝)

외과·종양내과 등 의견 종합… 최적의 치료법 찾아
항암 치료 외엔 방법 없던 4기 환자도 수술 가능해져

지난 9일 오후 1시 연세암병원 3층 베스트팀 진료실. 외과 의사 1명, 영상의학과 의사 1명, 종양내과 의사 3명, 방사선종양학과 의사 2명이 모였다. 영상의학과 의사가 벽에 걸린 TV 화면에 대장암 환자 김모(64)씨의 MRI(자기공명영상), PET CT(전신 씨티), 내시경 사진을 차례로 띄우며 대장암의 위치와 크기, 전이 여부에 대해 설명했다. 그 뒤 김씨와 보호자가 들어왔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김씨에게 "암세포가 직장에서 1개, 항문 괄약근 근처에서 1개 발견됐습니다. 간과 폐에 전이되지는 않았지만 주변 림프절 전이가 의심됩니다"라고 말했다.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는 "수술 전에 방사선·항암 동시치료를 하고 암 크기가 줄면 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암 크기를 작게 하기 위한 건가요?"라고 물었다. 종양내과 의사는 "암 전이를 막고 암 크기를 줄여 수술 시 항문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는 다시 "림프절 전이가 있다면 암이 퍼진 건가요?"라고 물었다. 외과 의사는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융합 진료·치료 시스템
암 환자 한 명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진료과 교수가 진료 단계부터 모여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 융합 진료·치료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있다. 대장암 환자와 보호자(왼쪽 첫 번째·두 번째)가 연세암병원 외과·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는 모습. /연세암병원 제공
◇한 자리서 여러 의료진 의견 들어

대장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다면 수술 외에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도 함께 해야 한다. 그런데 의사에 따라 이런 환자에 대한 치료 방법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외과 의사는 수술, 내과 의사는 항암 치료, 방사선종양학과는 방사선 치료를 먼저 하도록 권유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여러 진료 과(科)의 의료진이 모여 최적의 치료 방법을 찾아내는 융합진료(협진)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 안중배 교수는 "환자가 암 치료 관련 의사들의 의견을 골고루 듣고 질문도 할 수 있다"며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 방향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는 매일 오후 1~2시 베스트팀 진료 시간을 마련해 놓고 있다.

◇4기 癌도 수술로 생존율 높여

융합치료 덕분에 대장암 4기 환자도 과거와 달리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 기회를 갖게 됐다. 4기 환자는 전체 환자의 20%를 차지한다. 연세암병원 대장암센터 백승혁 교수는 "항암치료 밖에 할 수 없었던 4기 대장암도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하는 게 가능해졌다"며 "간·폐 등에 전이된 4기 대장암 환자가 수술을 하면 5년 생존율이 30~50%에 이른다"고 말했다.

융합 진료·치료 시스템
대장암이 복막에 전이된 환자의 복막에 항암제를 섞은 42도의 물을 뿌리는 고열복강내항암치료(HIPEC) 모습. /연세암병원 제공
융합적 수술도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복막에 암이 전이된 환자에게 적용하는 고열복강내항암치료(HIPEC)이다. 배를 열고 복막에 있는 암을 떼어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항암제를 탄 42도의 물을 복막에 뿌리는 치료법이다. 백승혁 교수는 "미국에서는 활발한 치료법이며, HIPEC으로 10년 생존율을 최대 41%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科에서 유전성 대장암 관리

전체 대장암의 5%를 차지하는 유전성 대장암의 관리에도 여러 科가 관여한다. 특정 유전자(APC유전자 등)의 돌연변이로 생기는 유전성 대장암 환자는 비뇨기암·난소암·위암·갑상선암이 생길 위험도 높다. 연세암병원 암예방센터 김태일 교수는 "관련 진료과 교수들이 모여 고위험 암의 예방법과 추적관찰 방법 등에 대해 협의를 하고 환자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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