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포커스] 파킨슨병, 약효 일찍 사라진다고 처방 없이 복용량 늘리면 위험

입력 2014.04.02 09:12

손영호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손영호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어요, 이젠 아무런 방법이 없나요?"

진료를 받으러 온 파킨슨병을 앓는 분들이 종종 인생이 끝나기라도 한 듯, 사색이 되어 이런 질문을 한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다른 질환을 가진 사람에 비해 약의 반응에 매우 민감하다. 병이 생기면서 나타난 손발이 떨림이나 신체 경직 증상이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개선되면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다가 절망감을 크게 느끼는 때가 찾아온다. 꾸준히 복용하는 약의 효과가 예전처럼 오래 가지 않을 때다. 이를테면, 1회 복용으로 5~6시간 유지되던 약효가 3~4시간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른바 '약발'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일부 환자는 우울감과 불안에 빠져서 치료 의욕 자체를 잃기도 한다.

파킨슨병의 치료는 뇌 속에 부족해진 도파민을 약물로 보충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레보도파라는 성분은 몸 안에서 도파민으로 전환돼 운동 장애 증상을 호전시킨다. 약물치료는 발병 초기에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 그런데, 레보도파는 보통 복용을 시작하고 3~5년이 지나면 기존과 동일하게 약을 복용해도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져서 떨림, 경직, 통증 등의 증상이 더 자주 나타난다. 이를 '약효 소진 현상'이라고 한다. 저녁에 약을 먹으면 자는 동안 약효가 떨어져서 아침에 몸을 옴짝달싹 못하기도 하고,약을 먹고 외출했다가 횡단보도에서 갑자기 몸이 돌덩이처럼 굳어지거나 균형을 잃고 툭 넘어져 위험을 당하기도 한다.

약효가 일찍 사라진다고 환자가 스스로 약 복용 횟수나 복용량을 늘리면 절대로 안 된다. 그러면 혈중 약물 농도가 불규칙해져서 팔다리가 제멋대로 꼬이고 비틀어지는 '이상운동증'이 생길 위험이 아주 크다. 이런 부작용으로 새벽에 응급실로 실려오는 환자도 있다. 약효 소진 현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주치의에게 알리고 쓰는 약의 종류, 용량, 복용 횟수를 바꿔야 도파민 농도를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다.

꾸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던 환자일수록 약효가 떨어질 때 더 크게 낙담한다. 하지만, 약효 소진 현상은 파킨슨병 환자의 40% 정도가 경험하는 매우 흔한 증상 중 하나다. 증상이 흔한 만큼, 파킨슨병 전문의들은 충분한 경험과 대처법을 갖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는 약효 소진 현상이 생겨도 낙담하지 말고 주치의와 함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대한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에서 진행하는 파킨슨병 '레드 튤립 캠페인' 건강강좌에서 필자가 늘 강조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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