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또···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왜 또 발의됐나 봤더니

21대 국회서 전재수 의원 대표발의, 전문중계기관 세워 진료정보 요청 보험사, 소비자 편의 앞세우나 보험금 안찾는 이유 90%는 "소액이라서" 의료계 "결국 의료정보 확보해 보험금 조정·삭감하려는 것 아니냐" 의심

언론사

입력 : 2020.07.28 15:01

지난해 11월 20대 국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추진돼 대한의사협회는 거리 집회에 나섰다.(사진=뉴스1)
지난해 11월 20대 국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추진돼 대한의사협회는 거리 집회에 나섰다.(사진=뉴스1)
지난해 11월 20대 국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추진돼 대한의사협회는 거리 집회에 나섰다.(사진=뉴스1)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법(보험업법)이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

이 법안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번거로운 보험 청구 절차를 간소화해 보험 가입자들의 편의를 제고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피보험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약 90%는 "소액이어서청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처럼 피보험자들은 해당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동일한 법안이 발의되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제기되고 있다.

◆전재수 의원안, 보험계약자 등이진료정보 요청시 제공토록 의무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가 요양기관에 보험금 지급을 사유로 피보험자의 진료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난 17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전문중계기관은 요양기관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102조의4 3항)"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전문중계기관'이란보험사를 대신해 전산시스템의 운영 등을 위탁하는 기관으로 대통령령에 근거해 설립된다. 즉, 법안이 시행되면 보험사는 전문중계기관을 거쳐 요양기관에 피보험자에 대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여기서 요양기관의 경우 '보험계약자·피보험자·보험금을 취득할 자·대리인'으로부터 자료 제공 요청을 받을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102조의 5 2항)"고 규정하고 있다. 의무 조항이다.

전 의원은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중 약 3800만명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며 "보험금 청구 절차가 매우 불편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소액의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상황이 자주 나타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보험금 미청구 사유중 '번거롭다' 5.4% 불과

하지만 현실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보험연구원의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피보험자들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이유 1위로 '금액이 소액이어서'라고 답했다. 이렇게 응답한 비율이90.6%에 달했다. 정작 '번거롭기 때문'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은 5.4%에 불과했다.

더구나 최근 개발된 다양한 휴대폰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현재로서도 충분히 보험 청구 절차를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A(29·간호사) 씨는 최근 두 차례 진료를 보고 휴대폰 어플을 이용해 보험금 11만원을지급받았다. A씨는 "진료비 계산서를 핸드폰으로 촬영한 뒤어플에서 '청구하기' 코너를 통해 사진전송을 했다"며 "바로 다음날 입금해줘서 편리했다"고 말했다. A씨는 어플을 이용하게된 이유에 대해 "요즘엔 다 어플을 쓰니까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고 검색해봤더니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그동안 '미청구' 상태로 남아 보험사가 접근할 수 없었던 피보험자의 진료 정보를 보험사에 떠넘겨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의료계 단체에서 보험이사를 맡고 있는 B씨는 본지 통화에서해당 법안을 한마디로"혜택은 보험사가 가져가고 피해는 국민이 보는 법"이라고 말했다. 보험금을 쉽게 타게 해주겠다는 것을 미끼로 보험사가 진료 자료를 축적하게 되면 연관 질환에 대해 (보험금을) 조정·삭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B씨는 "(보험사 같은) 영리기업에서 개인에 대한 민감한 건강정보를 축적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며 "청구 간소화가 되면 피보험자가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자동으로 진료 기록이 (보험사에) 보내질 수 있다"고 말했다.또 "근본적으로 보험사가 보험 상품 개발을 잘못한 것인데 그 책임을 국민과 의료계에 투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지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사익추구하는 기업에 제공은 '어불성설'

실제로 보험가입자들 사이에서도 이번보험업법 개정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은석(32·스타트업) 씨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환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싶어할 것 같다"며 "데이터들이 모이면 마케팅도 하고 투자도 하고 다른 회사에 팔아 넘길 수도 있는 데다, 이제는 데이터가 돈이 되는 세상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홍은재(30·연구원) 씨는 "법적으로 보험사에 정보 접근 권한을 주는 건 진짜 최악"이라며 "심지어 병원에서도 기존 의료 데이터에 접촉이 안 되게끔 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대체 왜 보험사가 정보에 접근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험사는개인이 동의한 개인정보에 대해서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국내에서 의료 데이터는 연구 목적이라 해도접근이 어려웠다.올해 초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법·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비로소 연구 목적에 한해가명정보를 활용할 경우 의료 데이터를 이용할수 있게 된 상황이다.

국내 한 4년제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교수 C씨는 "지금까지 의료 데이터는 대학병원이 있는 대학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접근이 가능했던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연구용'이라는 분명한 공익적 목적에도 접근이 어려웠던 것이 의료 데이터인데, 이를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에 제공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의사신문 권민지 기자 kminji12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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